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수해에 1백만명까지 피해자를 추산하고 있다. 북한 퍼주기를 반대하던 한국교회의 보수적 인사들도 ‘정권과 주민의 분리 원칙’과 ‘모니터링’이라는 두 요건만 충족된다면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선군정치’로 무장된 북한에 우리가 원하는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단체들 사이에는 30%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북한 정권에 공개적으로 지원을 못하니 북한 내의 특정 기구들과 접촉해서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기구들은 전체 지원의 30% 가량을 ‘세금’처럼 접수한다. 혹시라도 북한 정권의 비위에 거슬리면 “받지 않겠다”고 당장 배짱을 부린다. 한 북한 전문가는 “지원 물품을 되가져온들 이것을 따로 처분, 전용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여러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북한으로부터의 거부’는 곧 단체의 공신력에 직결되므로 울며 겨자먹듯이 지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70%라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지원되면 다행이겠지만 이것조차 미지수다. 1994년 김일성 사후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린 북한이 이때를 즈음하여 만든 것이 바로 김일성의 무덤인 금수산기념궁전이다. 당시 거리에서는 집단으로 동사·아사한 아이들의 시체를 치울 곳조차 없어 암매장을 했다고 하는데 이때 김일성의 시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러시아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만 1백만 달러가 들었다. 최고급 자재로 지어진 이 궁전의 전체 건축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북한은 이런 곳이다.

지금 1백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북한에 지원된 물품이 주민에게 돌아갈 확률은 지극히 적다. 김정일이 군 간부들에게 3백평짜리 집과 벤츠, 다이아몬드가 박힌 권총, 금으로 된 자신의 초상화를 선물했다는 소식은 선군정치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북한 지원은 정권 주민 분리 원칙이나 모니터링 정도의 협약 쯤으로 될 법한 소리가 아니다. 무조건 ‘믿고 지원’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현재 김정일의 비자금이 미국 등에 의해 동결되면서 군부를 유지하기 위한 북한의 부담이 큰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우선 한국교회가 단결해 하나의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이름만 높이려는 불필요한 경쟁을 막을 수 있고 지원물품의 누수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 북한과 제대로 대화하고 진보와 보수가 공히 원하는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주고도 뺨맞는 지원은 절대 안된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장기적 직접 배분을 약속받아야 한다. 장기적 직접 배분은 우리가 오랜 시간동안 북한 현지에 머물면서 정기적으로 식량과 물품을 주민들에게 직접 배분하고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북한 수해민이 식량난에서 벗어날 때까지 3개월에서 1년동안 북한에 체류하면서 죽, 콩국수, 두유 등을 매일 아침 학교 혹은 시장에서 배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원 물품이 누수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직접 지원되는 상황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좋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교회와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한국인들은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하며 주민에게 물품을 배분할 수 없지만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호주나 캐나다는 충분히 가능하고 지금도 그렇게 사역하고 있다. 호주 혹은 캐나다의 한인교회, NGO들과 연계해 피해 주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원칙을 고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