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다가오니 정말 세월의 빠름을 느끼면서 목사님과 사모님이 퍼ㅡ스 비행장에 내리시는 날을 더 기대려 집니다. Sydney 에 도착하시면 연락이 있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백발 노인이 된 저를 못 알어 보실 것 같아서 문앞에 서서 기대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puter가 자주 고장이 나서 때로는 E-mail이 들어오지 않어서, 혹시 연락이 않될까 걱정 입니다. 모ㅡ든것 하나님께 부탁드리면서 기대리고 있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국제오엠 선교선 둘로스호(MV Doulos, www.omkamusa.com)를 타고 서부 호주의 아름다운 도시 퍼쓰(Perth)를 다녀온 지도 어느덧 8년이나 된다. 한국 동포가 몇 천 명에 불과한 퍼쓰에서 우리는 그때 여러 한인교회와 성도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 가운데서 유독 나와 우리 가족 모두의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다. 바로 위에 인용한 이 메일을 보내오신 엄숙희 권사님이시다. 권사님은 나와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 3년 전 컴퓨터를 구입하고 인터넷과 이메일을 배우셨다.

시드니에서 국제오엠 미주한인본부(OM KAM) 정책 이사회가 모이기로 결정된 것은 지난 해 이맘 때 쯤 이다. 그 날 이후 이 행사를 준비해 온 나는 물론이거니와 호주에서 이 소식을 들은 엄숙희 권사님은 이번 나의 호주 재 방문을 손꼽아 고대해 오셨다. 막내아들과 연배가 비슷한 나를 권사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잘 보시고 사랑해 주셨다. 자연인 김경환으로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넘치는 사랑과 중보 기도의 복을 나는 선교사라는 이름 때문에 엄 권사님을 비롯한 세계 속의 여러 환영자들로부터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환영자(Welcomer)라는 말은 내가 지난 10년여 간 세계 4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나고 체험하면서 발견한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 관한 통칭이다. 나그네가 되어본 사람만이 나그네 된 다른 이들을 진정한 가슴과 사랑의 기술로써 환영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방문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의 마음, 진한 역지사지(역지사지)의 배려가 담긴 환영의 기술을 배운다. 엄숙희 권사님은 내가 만난 수많은 환영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이다.

시드니에서 일주일간 진행된 세미나와 이사회를 마치고 7월22일 토요일 오전 퍼쓰를 향해 출발, 5시간 비행 끝에 퍼쓰 공항에 도착했다. 엄 권사님은 우리가 처음 만나는 퍼스한인장로교회 홍상은 목사님, 그리고 최성관 장로님 내외분을 모시고 나오셔서 우리 부부를 영접하셨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의 1박2일 간의 퍼쓰 방문은 엄 권사님께서 준비해 놓으시고 안내하시는 대로 빈틈없이, 그러면서도 물 흐르듯이 진행이 되었다. 8년 간 우리와의 재회를 기다려왔으면서도 권사님은 그 소중한 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고 나누어 최대한 많은 퍼쓰의 한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우리가 8년 전에 만났던 여러 교회에 다니는 성도님들을 비롯하여, 그 때 나와 잠시 만났으나 여전히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전 한인회장 부부, 퍼쓰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부부, 그동안 가정의 어려움으로 고통 중에 있는 부인까지 자연스런 식탁교제에 초대하여 나와 대화할 수 있도록 주선하셨다. 모두가 인격적인 만남, 그리고 신앙적인 격려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틈틈이 짬을 내어 아름다운 퍼쓰의 하늘과 호수와 숲이 함께 어우러진 공원을 찾기도 했고 8년 전 병원에 입원해 계시면서 나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였던, 이제는 저 천국으로 예수님의 영접을 받은 권사님의 부군 유거호 박사님(Medical Doctor)의 묘소를 함께 찾아가 추모예배도 드렸다.

“저는 조금 만 젊었어도 목사님의 비서노릇을 아주 잘 할 수 있을 텐데요.” 옛 경북고녀와 이화여전을 졸업한 권사님은 젊은 시절 사진 속에서도 예쁘지만 여든이 훌쩍 넘은 지금 모습이 더 아름답다. 대화를 통해 나는 권사님의 풍부한 인생 경륜과 신앙의 지혜를 배운다. 60,70년대 젊은 시절, 남편 유 박사님과 함께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누비며 대한민국 정부 파견 의사로 박애활동을 펼치신 경험 때문일까 권사님은 성공적이고 훌륭한 네 남매로부터 아침저녁으로 방문과 인사를 받으면서도 언제나 세계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의 어머니시다.

주일 저녁 늦은 시간, 퍼쓰 공항을 떠나오기 전 엄 권사님은 우리 부부의 손을 꼭 잡으시고 눈물을 그렁이시며 말씀하셨다. “목사님,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영어과정이 끝나는대로 목사님과 함께 세계를 누비면서 복음 전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오는 11월 초 패사디나 본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는 꼭 참석할 겁니다.” 최고의 환영자가 떠나는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한 마디는. 권사님, 이제 저는 권사님을 LAX에서 영접할 그 순간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