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로 손꼽히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하나 얻게 되었다. 요지는 이런 것이다. 수랏간에서 일하다가 쫓겨나고, 결국은 의녀로 다시 궁에 들어오게 된 장금이가 대비의 병과 관련하여 스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대비와 내기를 건다. 요즘말로 하자면 퀴즈를 내어 만약에 못 맞히면 장금이가 원하는대로 대비가 치료를 다시 받아야 하고, 대비가 맞히게 되면 장금이의 목숨을 내 놓는다는 엄청난 내기를 하는 것이다. 그때 장금이가 대비에게 냈던 문제가 바로 ‘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오래전부터 식의(食醫)로서 중국의 황제께 식의가 생겨난 기원이 바로 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사람은 본시 태어나기를 집안의 노비로 태어나 궂은 일을 다 하였으나 또한 집안 모든 사람들의 스승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살았을 때는 온천하가 태산이었으나, 이 사람이 죽자 온 천하가 물로 뒤덮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구입니까?”(37회 방송분)이 퀴즈에 대해 대비는 우여곡절로 답을 알게 되었음에도 아들 임금과의 갈등 관계를 풀어 보려는 장금의 혜안을 알게 되면서 답을 모르는 것으로 해 버린다. 장금이의 답은 이러했다. “이 여인의 주요 직무는 식의라 하였는데, 어머니는 자식이 혹 어디가 아플까 먹고 입고 자는 것을 모두 살핍니다. 식의란 ‘행여 임금이 드셔서는 안되는 음식은 무엇일까?’ ‘어떤 음식을 드셔야 임금의 옥체에 이로울까?’ 밤낮없이 전하의 드시는 음식과 건강을 생각하는 직입니다. 하여 중국황제가 식의를 두게된 기원이 어미이고, 허니 대비마마께서는 전하의 어머니이시고 식의가 되옵니다. 또한 이 여인은 집안의 노비로 태어 났으나 실은 그 집안 모든 사람의 스승이라 했으니
어미는 춥더라도 자식만은 입힐 것이요, 어미는 굶주려도 자식만은 먹일 것이요.
어미는 힘들어도 자식만은 편케하니 어찌보면 자식을 위해 노비보다 고단한 삶을 삽니다. 허나 그런 어미의 보살핌이 없이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라도 어찌 익히겠습니까? 허니 어미는 그 집안의 가장 고단한 노비이옵고,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라 생각하옵니다. 이 여인이 있을 때는 천하가 산이었으나, 사라지고 난 뒤 천하는 물바다로 덮인다고 했으니...“ 그러자 대비가 이어서 대답을 한다. ”내 살아 있을 때는 주상에게 든든한 산이 되어야 하고 내 죽고 나면 주상의 눈물이 바다를 이룰진대, 내 어찌 어미된 마음으로 주상의 고뇌를 모른다 하겠소!“

그렇다. 장금이는 지금 우주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어미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머니는 든든한 산이다. 그러면서도 집안의 노비이다. 또한 스승이기도 하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어머니의 위대하신 은혜를 내가 폐부 깊숙이 느끼지를 못했었구나’하는 자책감이 앞섰다. 그뿐 아니라 내 아내가 지금 그러한 어머니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아내를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진정으로 여자의 길은 험난하다. 그런데 많은 남자들은 그 길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무시해 버린다. 어머니에 대해서도 그러하고 아내에 대해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이 땅의 수많은 여인들의 가슴에 깊은 한과 아픔이 물결치고 있는 것이다.
남편들이여! 이 시간 어머니를 생각해 보라. 그 어머니의 수고와 땀과 피와 눈물을 헤아려 보지 않겠는가? 새까맣게 타버린 그 어머니의 가슴 속에 지금 들어가 보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젖가슴에 얼굴을 묻어보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나도 당연시했던 그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회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지금 나의 아내도 그 길을 가고 있다. 분명 남자와는 다른 길, 그리고 남자들은 모르는 그 험난한 길을 가고 있다. 그 아내의 가는 길에 섬섬옥수를 뿌리지는 못할망정 돌부리를 던져내는 부랑아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오늘도 집안에서 노비로서 수고하는 아낙네들을 돌아보라. 그리고 그저 고개를 숙이라! 손을 잡고 그저 고맙다고 말하라. 끌어 안아 주라!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이 할 일이다.

글/ 추부길 소장(한국가정사역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