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수명은 자연수명, 평균수명, 건강수명 등으로 구분한다. 자연수명은 특별한 질병이나 외상없이 소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생명의 한계”를 말한다. 현재 인간의 자연수명은 120년으로 추산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보통 ‘장수’라고 한다면 120년까지 사는 것, 아니 120년 가까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려는 것은 인간본능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건강의 필요성은 건강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느낀다. “그렇게 중요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오늘 무엇을 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대답을 한다. “지렁이를 한 접시 고아 먹는다.”, “사람의 오줌을 한 사발 마신다.”, “곤충의 눈알만을 빼서 만든 요리를 먹는다.”, “새벽에 공원에 나가 나무를 껴안고 서서 기를 받는다.”, “진흙탕 물에서 목욕을 한다.”, “얼굴을 물에 파묻고 한참씩 숨을 안 쉰다.”, “문지방에 발목을 매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다.”는 등이 그들의 대답일 수 있다. 무슨 해괴한 음식을 먹거나 괴팍한 행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또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든가 값이 엄청 비싸다고 해서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건강유지를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세상 만물은 무생물과 생물로 나뉜다. 생물은 또다시 식물과 동물과 사람으로 나뉜다. 식물은 살기 위해서 영양을 섭취하고 호흡을 한다. 동물은 식물의 행위에 두 가지가 추가 된다. 그것은 움직이는 것과 잠자는 것이다. 사람은 이 외에 생각하는 행위가 하나 더 추가 된다. 따라서 사람이 살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근본적 행위는 먹는 것(食), 숨 쉬는 것(息), 자는 것(眠), 움직이는 것(動), 생각하는 것(心)의 다섯 가지라 할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 행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안 하면 죽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 행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생명유지 행위를 제대로 하면 우리 몸이 건강상태로 유지될 수 있으나, 만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불건강과 질병의 상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다섯 가지 제대로 하는 것, 즉 제대로 먹는 것(正食), 제대로 숨 쉬는 것(正息), 제대로 잠자는 것(正眠), 제대로 움직이는 것(正動), 제대로 마음 쓰는 것(正心)을 건강의 오정법(健康 五正法)이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대로 먹는 것(正食)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제대로 먹어야 된다는 것이 상식이상의 상식이다. 어떤 음식이건 제대로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엄격한 의미에선 음식과 약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다 음식이요 동시에 다 약이라 할 수 있다. 맛이 괜찮아서 매일 먹는 게 음식이요, 맛이 없어서 필요할 때만 조금씩 먹는 게 약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음식은 맛이 있는 약이요, 약은 맛이 없는 음식인 셈이다. 미국 행정부서 중에 식품의약청(F.D.A.)이 있어서 식품과 의약품을 같이 취급하고 관리 감독하는 것은 같은 맥락의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의 상태를 우리는 영양실조(營養失調)라 한다. 영양상태의 균형이 깨져서 조화(調和)를 상실했다는 뜻에서 실조(失調)이다.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충분히 먹지 못해서 조화가 깨졌다는 뜻과,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조화가 깨졌다는 뜻을 다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너무 못 먹어서 영양실조요, 요사이는 너무 먹어서 영양실조이다.
현대인들 중에는 ‘콜레스테롤’이란 말만 들어도 “아이구! 동맥경화증 !”하고 놀란다든가, ‘설탕’하면 “아이구, 당뇨병!”하는가 하면, ‘소금’하면 마찬가지로 “아이구, 고혈압 !”하는 식으로 소위 성인병에 대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콜레스테롤, 설탕, 소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성분 들이다. 매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분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은 세계에서 일이 위를 다투는 상위권에 속해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옛날에는 하루에 먹는 음식의 절대량이 적었기 때문에 소금 과다섭취라는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함수탄소를 많이 포함한 밥을 주로 먹었어도 실컷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음으로 역시 부족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고,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고기류의 섭취는 매우 낮은 실정이었다. 아마도 그때는 없어서 못 먹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과다섭취에 의한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3 이상이 성인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성인병이라 부르는 비만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 요사이는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걸리니 이들은 이미 성인병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보통 어린이 비만증은 성인 비만증으로 이어지고, 비만증은 흔히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고혈압과 당뇨병은 심장질환과 뇌질환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들 성인병은 음식물 섭취와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콜레스테롤을 너무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증이 잘 생기고 동맥경화증은 고혈압이나 혈관질환과 직결된다.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액과 소변의 당 농도가 높아지는 당뇨병이 생기는데 당의 신진대사가 잘 조절이 안 되면 신경이 파괴되고 콩팥이 망가지며 시력이 떨어지는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와 같이 병은 ‘무엇을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먹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① 골고루 먹어야 한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물 중에 함수탄소(밥, 밀가루, 감자 따위), 단백질(고기, 생선, 두부 따위), 지방질(비게, 기름, 치즈 따위), 또는 비타민(야채, 광일, 해초 따위)을 골고루 섞어서 먹어야 한다. 무슨 특별난 이름 붙은 요리보다는 그냥 집에서 평범하게 먹는 가정식 백반이 가장 좋은 음식이다. 모든 성분이 골고루 섞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 중에는 “음식을 통째로 먹을 수 있는 게 좋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총각김치나 열무김치 또는 콩나물 숙주나물 등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속한다. 그리고 멸치라든가 새우 같은 작은 생선도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통째로”의 음식물은 그 식물이나 동물의 ‘통째’가 살아가기 위해서 충분하고 알맞는 영양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의 배추나 멸치를 통째로 먹는 것이 바로 골고루 먹는 결과가 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양념은 음식의 맛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 성분의 조화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양념은 약념(藥念)이다. 따라서 양념은 “생각이 들어있는 약”이다. 우리나라 음식의 특징은 양념 중심의 음식문화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음식의 종류는 외국 요리 수에 비해 적을지 모르지마는 양념의 다양성과 종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최고이다. 양념을 제대로 쳐야 음식 맛도 나고 몸에도 좋다. 너무 맵고 짠 음식은 고혈압도 일으키고, 위장병도 일으키고, 암도 잘 유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② 소식해야 한다.
과식하지 말라는 뜻이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증이 된다. 비만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몸만 뚱뚱한 것을 생각하는데 사실은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뚱보가 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식은 짧게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불면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길게는 세포 하나하나에 잔뜩 낀 기름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고 또 노쇠화 과정도 촉진시키게 된다. 술은 반주정도로 한 잔씩 마시는 것은 오히려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으나, 연거푸 과음을 할 경우에는 간세포가 지치게 되고 지친 세포에는 기름기가 끼어 지방간으로 되고, 지방간은 간경변증으로 변하게 되고, 간경변증은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세포는 한 번 지치게 되면 약 48시간 이상이 지나야 회복이 되는 법인데 매일 폭음을 하게 되면 간세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게으른 뚱보세포가 되버리는 것이다.

③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때를 챙겨 먹어야지 끼니를 거르는 것은 몸에 해롭다. 사람은 하루 에너지 소모를 위해 250 그람 정도의 당분을 필요로 하는데 혈액 속에는 5 그람, 간장에는 50 그람 정도 저장되어 있음으로 200 그람 정도는 음식으로 계속 충당해야 되는 입장이다. 마치 자동차에 가솔린을 계속 공급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제때에 먹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은 독특한 리듬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는데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그 리듬을 깨뜨리니까 전체 생체 리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가 된다.

④ 천천히 먹어야 한다.
씹는 시간만을 질질 끌라는 뜻이 아니고, 잘 씹고 많이 반복해서 씹으라는 뜻이다. 입 안에는 여러 가지 소화액이 섞인 침(타액)이 나오는데 많이 씹으면 음식물에 타액이 많이 섞이게 되어 소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위장에 부담도 덜 주게 되고, 타액 속에는 심지어 항암성분까지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음식물을 잘 씹지도 않고 꿀꺽꿀꺽 삼키면 배 속에 가스가 많이 생기는 데 이 가스가 몸 바깥으로 나오면 이를 우리는 ‘방귀’라고 부른다. 방귀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항공 관계자들에 의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방귀는 우주선 내에서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방귀 안에는 약 400 여종의 가스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중 벤조피렌과 나이트로자민은 강력한 발암성 물질이기 때문에 방귀를 참으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이론이 된다. 비정상적인 식음자는 보통사람들보다 방귀를 1.5배 내지 4배를 더 뀌고, 병자는 3배에서 10배까지 더 뀐다. 건강을 위해서는 방귀도 적당히 지혜롭게 꿔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식의동원(食醫同源)이란 말이 있다. 음식과 약품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음식이 약이요 약이 음식”이라는 말과 같다. 맛이 좋고 계속해서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것은 음식이요, 맛이 별로 좋지 않지만 몸에는 좋은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에만 가끔 먹는 것이 약이다. 맛있는 약이 음식이고 맛없는 음식이 약이다. 질병의 유지와 건강증진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좀 우스운 일은 다리에서 혈관을 떼다가 심장에 부쳐주는 것 같은 희한한 치료법은 정통의술이라고 하고,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은 대체요법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서양의학이 아닌 것은 다 대체요법으로 간주 한다”는 보편화된 정의 때문에 “서양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음식”이 아닌 “기타의 음식 먹는 법”을 다 보완대체요법으로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임상 경험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성인병의 발병 위험도를 현격히 줄인다”는 점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고 일반적인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수많은 식이요법이 알려져 있으나 여기에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애킨스(Atkins) 식이요법은 197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애킨스 박사의 “새로운 음식 혁명”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였다. 이 식이요법의 특징은 음식 중의 탄수화물의 함량을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50-60%에서 그것의 1/3-1/2로 대폭 줄이는 데 있다. 그러면서 지방질이나 단백질 섭취는 마음대로 하게 한다. 우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은 주로 탄수화물인데 탄수화물의 섭취량이 적으니까 몸에 축적되어 있던 지방질을 대신 소모하기 때문에 체중 조절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오니쉬(Ornish) 식이요법은 오니쉬 박사가 고안한 신장 질환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특별한 식이 방법이다. 이 식이요법에서는 지방질의 섭취를 전체 섭취 칼로리 양의 10% 수준으로 극도로 낮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심신의학 요법, 이완요법, 요가, 운동요법, 심리요법 등을 병행해야 한다.

대쉬(DASH) 식이요법에서 ‘대쉬’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고혈압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이라고 하는 영어 단어들의 첫머리를 딴 발음이다. 야채와 과일 같은 전체식과 저지방 유제품을 강조하고 있는 이 음식은 지방질을 27% 수준으로 낮추고 과일과 야채의 양은 높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약 11주 정도 시행하면 현저한 혈압강하 효과가 있다는 임상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약간의 유제품과 고기류도 허용이 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완전 채식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쉽게 수용하는 식이요법인 것이다.

지중해(地中海)식 식이요법은 지중해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인데 신선한 야채, 올리브유, 생선, 닭, 오리 따위의 가금류, 포도, 포도주, 엉겅퀴 등을 많이 먹는다. 이런 음식은 염분(Na)의 함량이 비교적 적고, 몸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은 낮추지 않으면서도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량은 낮추며, 심장질환과 간 질환을 예방하는 항산화제(anti-oxidants)를 제공하고 있다.

매크로바이오(Macrobiotic) 식이요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동양의 채식이 위주이다. 이 음식에는 쌀, 된장, 해초, 저린 야채 등이 함유된다. 일본계 미국인인 미찌오 구시 선생에 의해서 1980년대 초부터 소개 보급 확산된 요법으로서 주로 암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이다. 특히 미국의 저명한 한의사 사틸라로 박사가 1980년대 초반에 자신의 전립선암을 매크로바이오 식이요법으로 완치시켰다는 사실이 미 전국에 보도됨으로써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거슨(Gerson) 식이요법은 독일 태생의 의사 맥스 거슨에 의해 1930년대에 창시된 요법인데 주로 암을 치료하는 항암 요법의 일환으로 응용되고 있다. 신체의 해독 작용과 면역계의 항진을 이끌어 냄으로써 직접 또는 간접으로 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 거슨 요법에서는 칼륨(K)을 첨가한 야채 쥬스와 과일 쥬스를 많이 사용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야채, 과일, 곡물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식이요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채식 위주의 음식이 건강 증진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식이요법에 대한 강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고, 식이요법을 통하여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보다도 적당한 체중을 항상 유지하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며, 또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심이 필수 여건이라고 권유하고 있다.


글/ 전세일(포천중문의대 보건대학원 대체의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