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신 사모 (뉴욕 초대 교회)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교회를 잘 출석하던 젊은 아기 엄마의 모습이 어느 날인가부터 교회에서 안 보였다. 궁금해서 전화해보니 자기는 이제부터 하나님을 안 믿기로 결심했다고 하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물으니 자기는 시 어머니와 이 땅에서 함께 사는 것도 끔찍한데 예수 믿고 천국에 가면 그 시 어머니를 영원토록 보며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여러 가지 말로 권면을 해 보았으나 그 자매는 영영 교회로 돌아 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귀에 쟁쟁하다.“우리 어머니는요 두 얼굴을 가지신 분이에요. 교회에서는 천사의 얼굴이구요. 집에 오면 마귀 얼굴이에요.“

룻기서를 보면 나오미라는 시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그가 모압 지방에 이민 갔다가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보내고 다시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 오려 할 때 두 자부가 그를 따라 오겠다고 하였다. 그들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룻이라고 하는 며느리는 끝까지 시 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가겠다고 하였다. 그 때 했던 룻의 말이 감동적이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는 곳에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겠나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나오미라는 시 어머니는 평상시 생활속에서 신앙과 삶이 일치했던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룻이 나이 들어 몸도
약하고 경제력도 없는 시 어머니를 따라 낯 설고 물 설은 외국 땅에 따라 가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 신앙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시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자기도 섬기겠노라고 하는 고백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정안에서는 장점이든 단점이든 인간의 모든 모습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족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오미는 가정안에서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이방 며느리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이며 살았던 가장 이상적인 시 어머니상을 보여준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년전 아들이 결혼하여 나도 며느리를 보았다. 아직 공부하는 학생들이므로 아들, 며느리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며느리를 딸이라고 생각하며 사니까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되고 며느리를 볼 때마다 사랑스럽기가 그지 없다. 자기를 낳아 주신 부모를 떠나 신랑 한 사람 믿고 우리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 며느리를 생각하면 모든 면에서 얼마나 낯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잘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며느리와 나는 신앙안에서 통하는 점이 많아 만나면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며느리는 나를 신앙의 멘토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신앙적인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어서 감사하다. 나는“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의 고백을 며느리로부터 들었던 나오미와 같은 시 어머니가 되기 위해 나의 삶으로 하나님을 보여 주려 늘 최선을 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