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집 없어도 의료보험 없어도 치료받을 수 있나요?"

"예, 있습니다. 다일천사병원으로 오세요."

독거노인, 노숙자,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인 다일천사병원.

지난 2002년 10월 개원해서 100% 후원과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어 날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다는 서울 전농동 다일천사병원(이사장 최일도 목사) 김혜경 원장을 찾아 1년남짓의 사역에 대해 들어보았다.

▼ 다일천사병원이 세워지게 된 연유와 그동안의 사역을 정리한다면?

최일도 목사님의 밥퍼사역이 만 15년째입니다. 밥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다 무의탁 독거 노인들, 노숙자들인데 병들 때, 또 피 토하며 쓰러질 때 병원에 업고 가면 돈이 없고 연고자가 없고 의료보험도 없어서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히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588 윤락여성들이 모아준 돈 475,000원과 다일공동체 가족 11명이 각각 100만원씩해서 모은 돈 1,1475,000원을 손에 불끈 쥐고 시작한 병원입니다.

한구좌에 100만원해서 1,004명이 모이면 10억 400만원이 되는데 이런 천사(1,004명)들을 통해 후원금을 모아서 병원이 지어졌습니다. 모금을 해서 완공하기까지 8년이 걸렸고 그와중에 사람들로 부터 사기꾼이다 도둑맞았다는 욕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 운영을 위해 10,004명이 각각 한달에 만원씩 후원을 하는 만사(10,004명)운동을 벌여 병원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병원 한달 운영비가 2억정도인데 경기도 너무 좋지 않고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1년 넘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돈이 없어서 운영을 못한 일이 없고 언제든지 노숙자들이 오면 입히고 재우고 치료했습니다.

이렇듯 천사(1004명) 운동으로 후원금을 받아 시작했는데 꾸준히 운동을 벌여 현재 천사운동 7차를 맞았고 7차 천사는 현재 800명 모였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보니 평생동안 치료를 받으시고 요양원에서 계셔야 될 환자분들이 많이 있어 요양원건립을 위해 꾸준히 천사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 외국인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쳐서 병원을 찾아도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최근 강제출국정책으로 노숙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을 대하는 마음은 어떠한가?

외국인노동자들이 가장 마음편하게 치유받을 수 있는 곳이 저희 병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료보험이 없어도 되고 100% 무료병원이니 말입니다. 돈이 있으면서도 와서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양심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돈이 없고 몸이 아파서 오는 외국인노동자는 22개국 1000여명정도였습니다. 강제추방정책으로 국제노숙자들이 많이 생겨서 마음이 아픕니다.

러시아인인 안드레이라는 한 외국인노동자가 직장을 잃고 비닐하우스같은 곳에서 노숙을 하다 다리가 썩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다리절단 수술을 하고 의족을 만들어 준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치료이후에 어떻게 해야하냐는 문제였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간다해도 집도없고 땅도 없는 실정이고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 거라해서 한국말을 가르쳤습니다. 전에는 한국말을 하나도 몰랐는데 이제는 잘 알아듣고 예배에도 참석해서 설교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나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한 분은 한국에 취업해서 일하다가 4m높이에서 추락해서 실명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 5개월 있가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모아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서 주었습니다. "5개월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며 돌아갔습니다.

저희 병원은 몸만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온전히 치유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국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다 닦아내서 보내주기 원합니다.

외국인노동자를 대할 때 선교적인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말로는 '예수 믿으세요', '교회에 나갑시다' 하지 않지만요. 최근에는 언청이 베트남 아기를 수술했습니다.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대 의대 한 교수님께서 수술을 해주셨습니다. 그 이후에 아기 부모님이 '다일교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무슬림 세 분도 전도되고 비구니 스님 한분도 전도되는 등 미담이 많습니다. 나중에 이런 미담을 모아 책을 엮으려고 합니다. 이곳이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마음으로 의료사역을 하는지?

우리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꼭 치료를 받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옷갈아 입고 가시는 분도 있고 목욕을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내집 드나들듯이 왔다가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입으로 '예수 믿으세요', '교회다니세요' 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사랑의 행위를 오히려 깍아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다른 모습입니다. 그들의 모습속에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봐야 합니다. 예수님을 섬기듯이 환자분들을 섬겨야 합니다."라고 직원들에게 항상 이야기 합니다.

신기한 것이 사람을 개취급하면 개처럼 행동하시만 인격적으로 대우하면 그 분들도 인격적으로 행동합니다. 그 분들을 예수님처럼 대하면 그분들도 순순하게 응답하시고 고마워하십니다.

▼ 사역하시며 힘드신 점은?

치료해 놓으면 또 나가서 술을 드시고 또 들어오시는 알코올 중독자 분들을 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일은 저를 힘들게 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변하지 않는 영혼들을 볼 때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께서 끝없이 저를 용서하신 그 사랑을 기억합니다. '저도 항상 넘어지는 곳에 넘어지는데 저들도 그렇구나. 저들은 술 때문에 저는 또다른 죄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통해 저를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 최일도 목사님을 만나게 된 사연은?

원래는 간호사 였는데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42세에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해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원목실에서 임상목회 공부를 하다 어떤 분의 소개로 최일도 목사님을 만나뵙게 되었고 다일교회에서 전임사역을 하다 다일천사병원 원장이자 원목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 환자분을 위한 병원의 특별한 배려가 있다면?

저희 병원은 지을 때부터 집 없는 사람들에게 '내집같이 편안한 병원'을 만들자는 취지로 세워졌습니다. 그래서 병원이 밝고 벽도 아이보리색이고 커튼도 핑크빛으로, 이불고 꽃무늬가 있는 것으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봉사하는 모든 분들도 표정이 밝습니다. 표정이 어두우면 이 곳에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병원이 항상 밝고 맑고 깨끗하고 환해서 사람들의 마음까지를 치유하고 녹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교회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영혼구원과 부흥과 성장의 면에서 이룬 업적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교회가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서 썩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하지 않고 자꾸만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만 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수많은 인적자원을 교회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구원에 써야 합니다.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사고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이제는 사회구원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들이 교회안에서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넘쳐흘러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세상을 덮어야 합니다.

사실 내것은 내것이 아닙니다. 생명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내것을 내것으로 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과 달란트를 영혼구원을 위해 쓰는 청지기삶을 살아야 합니다.

죄많은 세상에 개입해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본받아 교회가, 성도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면 교회가 주님께 사랑을 받고 세상으로부터도 인정과 칭찬을 받는 교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후원구좌: 국민은행 010-01-0975-871 다일천사병원)




류정희 기자 jhryu@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