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국 사람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정치를 봐도 경제를 봐도 사회를 봐도 어느 구석 하나 세상살 맛 안 나는 요즘에 한 가지 살맛 나게 해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포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4년 전 온 국토 아니 전 세계 흩어져 있는 모든 한인들의 눈과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던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가 다시 열릴 독일 월드컵으로 이어질 태세이고 얼마 전 마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4강 신화 역시 아쉬운 마무리로 좀 섭섭하긴 했으나 어느 한 사람 선수들을 나무라는 목소리는 없었을 만큼(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미 이루었고 그 동안 젊은 그들로 인해 얻은 흥분과 감동이 이해와 아량으로 나타난 화답이랄까?) 온 국민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온 국민에게 일시나마 꿈과 희망이 되어 주었던 4강 신화의 주역들이라고 추켜세우며 소위 “군 면제”(때마다 들고 나오는 단골메뉴)라는 특혜를 선물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모처럼 여당, 야당이 하나 되어 추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분열과 상처투성이의 국가와 사회, 단체이든 개인이든 모두에게 하나가 되어 울고 웃게 하는 저력을 스포츠는 보여주었다.

그런 한편 일각에서는 그들에게 부여된 혜택에 적극 찬성하면서도 아울러 형평성 면에서 이러한 혜택을 소위 "한류 붐"을 일으키며 누구 못지않게 국위선양과 외화획득의 공로자들인 연예인들에게도 적용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나 역시 해외에서 단순히 매스컴을 통해 “한류 붐” “한류 붐” 말로만 듣다가 직접 외국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 실체를 실감했던 터였다.

가령 가스펠 카페에서 준비하는 한국의 가스펠 밴드에 대한 광고를 접한 외국인들(주로 중국인이나 일본인이지만 의외로 미국사람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문의)의 반응에 한때 크게 놀란 적도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의 대중가수 “비”의 콘서트가 저희 교회 근처인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있었다. 이미 전 좌석이 매진이었고 주로 아시안 계 청년들 이었지만 더러는 친구 따라온 많은 미국 젊은 청년들도 눈에 띠었다고 한다.(저의 아들이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전한 정확한 소식통임)

그 밖에도 세계문화의 도시인 맨하탄 그것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무대나 메디슨 스퀘어가든, 카네기 홀, 링컨센터등 꿈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기사거리였던 것이다.

비록 몸은 멀리 이국 땅에 있지만 눈과 귀 그리고 마음만은 항상 고국을 향해 활짝 열어놓고 살아가는 것이 이민생활이기에 여러 다양한 방송매체나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정치, 특히 대중문화(스포츠, 드라마, 영화, 쇼프로 등)를 거의 한국에서처럼 접하며 또한 거기에서 대리만족이랄까 많은 위로와 힘을 얻는 삶의 빼놓을 수없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여하튼 오랜만에 흠집과 상처로 얼룩진 여론들조차 칭찬과 격려일색의 분위기 탓에 잠시나마 심신이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나름대로 위로가 되었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 반응이 내속에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그 하나는 이렇듯 세상문화는 사람들에게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늘 도대체 그리스도문화는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니 아쉬움을 넘어 분통이 터지는 심정이 사실이다.

본래는 소외된 문화와 문명 속에 살던 그늘진 사람들과 지역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가면서 문화와 문명의 혜택을 베풀며 선도했던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며 또한 불과 얼마 전의 일들이 아니었는가? 한국도 예외가 아니듯이.....

지금 세상문화를 디지털 문화라고 한다면 기독교 문화는 아직도 아날로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하겠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이미 눈과 귀에 익숙해진 디지털문화(세상문화)에 호감을 갖고 접근하기 마련이다.

이에 교회는 생각이나 감각이 있는지, 세상문화는 무조건 마귀문화로 정죄하고 교인들의 접근을 대책 없이 그저 막기에만 급급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하고 대안이 되겠는가? 심지어 많은 기독교인들조차 세상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까닭에?) 이미 맛을 볼대로 보았는(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는지 모르지만) 반면에 교회문화는 좀 지나친 표현인지 몰라도 식상한 밥상과도 같이 여기면서도 신앙의 양심이 있어 적당히 은혜와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부인할 수없는 실상이라면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글은 항상 보편적 논리에 접근해서 표현하는 본인의 견해일 뿐 모두에게 적용되거나 절대적이지도 않으며 또한 흑백논리로 시비를 가리자는 취지가 아님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제 비관적이거나 부정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먼저 시대를 분별하는 인식과 안목 그리고 세부적 실천방안인데 거기에는 다양한 문화의 전문성과 영성을 갖춘 사역자양성을 위해 재정적 부담을 과감히 지고 투자하는 것이다.

세상문화에서 들어가고 나가는 재정이 가히 기하학적 숫자라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듯이 문화사역은 돈과 직결된다. (분명한 목적과 사명의식이 없으면 실천이 어려울 듯) 그렇지 않으면 교회 안에서 소위“은혜로”라는 식의 무소불통은 언제까지 가능한지 몰라도 글쎄 불신자들에게도 그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나는 교회를 종합예술의 현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러므로 앞으로 교회는 그리고 목회방향도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은사자들과 함께하는 공동목회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목사는 성경대로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면 되고 또 성도들은 세상에서 발휘하던 그동안 먹고사는 데만 사용했던 무기(은사)를 교회 안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목회라는 의미는 교역자뿐 아니라 교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하나는 남다른 감동과 열정 그리고 비전을 키워나가는 것이지요. 앞서 언급한 세상문화라는 용어자체가 맘에 들지는 않는다. 사실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하기는 하나 모든 것이 하나님에 의해 하나님을 위한 하나님께 속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으셨던 하나님의 창조문화에 불과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타락한 인간이 타락한 방법과 목적으로 도적질해서 사용할 뿐이기에 그것을 반드시 찾고 회복해서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대로 사용해야만 한다.

이 일을 위해 세상 한복판, 문화의 중심지 그리고 황금어장인 최적의 선교현장에 성전을 세워 브로드웨이 문화를 능가하는 그리스도문화를 꽃피워 이곳에 드나드는 열방과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며 아울러 최선의 예배로 최고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니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리는 감동 그 자체만으로도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세상문화로 가득 찬 저들의 마음과 관심을 비워 그리스도의 문화로 가득 차도록 바꾸는 영향력을 발휘할 날 멀지 않았으리라.

뉴욕정원교회 가스펠교회 주효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