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는 소의 뇌질환인 광우병(미친소병)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경악을 하고 있으며 서둘러 미국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소에 오는 광우병이 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이렇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소가 광우병에 걸리게 되면 뇌는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스폰지 같이 구멍이 뚫리기 때문에 이 병을 해면양 뇌질환(스폰지 형태의 소의 뇌질환: 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 병)에 나타나는 신경반이나 신경섬유 포도송이와 같은 뇌병변도 적지만 나타난다. 따라서 이 병에 걸린 소는 사람도 못 알아보고 미친 듯이 날뛰거나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게 된다.

원래 이 해면양 뇌질환은 양이나 염소에서 흔히 관찰되는 병으로 양이나 염소에서는 '스크라피(scrapie)'병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크로이츠펠트 야곱병과 쿠루로 불리워지고 있는 거의 똑같은 해면양 뇌질환이 사람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주로 치매와 경련발작이 나타난다.

과거 인간의 뇌하수체에서 뽑은 성장호르몬을 피하로 주사받는 환자에게서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의 발생이 많이 보고 되었으며 뉴기니아의 원주민들이 원숭이 뇌를 먹고 쿠루병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밝힌 가두세크 박사는 1976년 노벨상을 받았다.

이 해면양 뇌질환이 무서운 것은 이와 같이 전염이 되다는 사실이다. 어떤 물질이 어떻게 전염이 되는가하는 문제(감염원과 감염경로)가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연구결과 말초로 들어온 병의 원인물질이 림프계를 통해서 뇌와 척수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일부 밝혀졌다.

이 병은 보통 잠복기가 6개월에서 8년 정도로 길고 처름에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슬로우 'slow' 바이러스 병으로도 불렀다.

보통 전염병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리케챠, 곰팡이, 기생충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에 의새서 발병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구 결과 이 해면양 지로한은 기존의 미생물이 아닌 독성 단백질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프루시너 박사는 지난 1972년 자기가 돌보던 환자한 명이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연구에 몰두해 핵산(DNA, RNA)이 없는 단백질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혁신적인 사실을 밝혔으며 단백질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의미에서 '프리온 prion(proteninaceous fectious particle과 입자를 뜻하는 on의 준말)'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으며, 이 공적으로 1997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프리온 독성단백질은 세포막에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에서 만들어진다. 아직도 잘 모르는 어떤 이유로 신경 기능을 하는 정상 단백질의 입체구조가 나선구조에서 병풍구조(-sheet)로 바뀌어 독성 단백질 분해 효소에도 파괴되지 않고, 끊이거나 자외선, 방사선을 쪼여도 구조와 독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뇌신경계에 들어가서 뇌신경계를 파괴하고 뇌기능을 상실시켜 <프리온 병>이라고 하는 해면양 뇌질환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프리온이 동물의 신경조직에 붙어 정상적인 단백질 분자를 주위에서 끌어드린 다름 악성(독성)으로 전환시켜 증식하며 신경조직을 파괴하고 결국 뇌를 파괴시켜 구멍 뚫린 해면체로 만든다는 것이다.

프리온은 잠복기가 매우 길어 인체에 들어가서 7~40년 후에 발병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바이러스로 잘못 인식되어 슬로우 바이러스로 불렸다. 노인성치매가 베타아밀로이드나 C단 단백질이라고 하는 독성 단백질에 의해서 야기된다는 학설과 아주 유사하다. 어떤 자극에 의해서 어떻게 정상 단백질이 독성 단백질로 변하게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양의 조직 속에는 이 변형된 독성 프리온 단백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소가 양이나 염소 고기를 사료로 먹게 되면 독성 프리온 단백질이 소의 뇌에 들어가서 소의 뇌신경세포에 있는 정상 단백질을 독성 단백질로 변하도록 자극해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뇌, 척수, 위장관등)을 먹고 영국등 몇몇 나라에서 150명이 넘는 사람이 신종 쿠루라고 할 수 있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이라는 신경퇴행성 진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람에서 발생하는 프리온 질환은 1920년 보고된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이 대표적이며 정상 프리온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유전형(약10%)과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채 100만 명당 한 명꼴로 생기는 산발형(sponradic)이 있다.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의 뇌에서 뽑아낸 성장 호르몬을 주사맞거나 이 환자의 장기를 이식받아 걸린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은 사람과 동물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입체구조가 바뀐 변형 단백질을 생체의 면역체계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된다.

사람의 뇌를 먹어 발생했던 쿠루는 사라졌지만 인간은 무지와 오만, 탐욕때문에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뼈와 부산물을 먹인 결과 광우병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최근 프리온의 3차원 구조를 연구하여 예방제나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전 구내에서 광우병 내성 소를 개발했다는 국내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이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에 아직은 과학보다는 마술 속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감염경로, 원인 등의 보다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일부학자의 지적처럼 21세기에는 환자의 발생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전염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뇌를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고 간단한 방법은 무지와 탐욕을 버리고 하나님이 주신대로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 것이다. 또 독성 프리온 단백질 생성을 자극할 수 있는 쓸데없는 약물복용이나 뇌에 유해한 자극을 줄이거나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하나님이 주신 다양하고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서유헌 (서울의대 교수, 서울의대 신경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