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교회의 한 권사님내외분의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권사님께서 일을 다니신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으니 맨하탄에 사는 어느 의사 부부의 아기를 돌보고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 그곳에서 일하기위해 인터뷰를 하러 갔었다고 하신다. 주소를 들고 아파트에 당도해보니 응접실에는 새로 오는 베이비시터를 심사 하기 위해 그 집 내외, 할머니, 할아버지 그 외에 몇 명의 친지들이 한 가득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권사님을 보자 온 가족들이 한목소리로 “와! 하나님이 보내주셨다.”라고 환성을 질렀다.

권사님의 얼굴만 보아도 은혜가 되었던 모양이다. 만장일치로 인터뷰에 합격된 후 주급문제를 거론하게 되었다. 의사 부부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하셔도 되요. 아기만 봐주시면 됩니다. 한 주에 400불이면 되시겠어요?“하고 물었다. 권사님은 “저의 남편이 아직은 일을 하기 때문에 저는 십일조와 구제헌금 드리고 제가 쓸 약간의 용돈만 있으면 되요. 그러니 주에 350불만 주시면 되겠어요.“

의사부부는 주급을 깎아 받겠다는 권사님의 말에 감동을 받았던지 “그러면 전철타고 다니셔야하니까 교통비로 50불을 더 드릴께요.“ 라고 말했다. 권사님은 감사를 표하면서 또 대답하였다. “저는 senior citizen이니까 교통비가 주에 10불이면 됩니다.” 하면서 교통비도 또 깎았다. 권사님에게 돈이 넉넉히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권사님은 아기를 보면서도 아기가 잠든 틈을 이용하여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부부가 퇴근하면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음식솜씨도 어찌나 정갈하고 맛이 있는지 낮에도 의사 부부는 집으로 와서 밥을 먹는 것을 낙으로 여겼다. 권사님은 출근길에 아기가 먹을 음식재료를 손수 자비로 구입해서 아기에게도 순수한 homemade 음식으로 먹였다.

의사부부는 너무 고맙고 황송해서 권사님이 개인 사정으로 몇 일 빠져도 본인들이 휴가로 한 주일을 쉬어도 주급을 꼬박 꼬박 정해진 액수로 지급한다고 하였다.

나는 권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아, 예수믿는 사람들이 다 이 권사님처럼 산다면 얼마나 전도도 잘되고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오랜만에 들어보는 훈훈한 이야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12월의 밤공기가 유난히 따뜻하게 여겨졌다.

글 / 김경신 사모, 뉴욕 초대교회(담임 김승희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