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홀어머니가 키우던 4세, 6세 형제가 비닐하우스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이혼 후 성남시에서 홀로 두 형제를 어렵게 키워오던 중, 그날 공장 야간작업을 나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무엇이 두 아이를 죽였는가. 부주의인가. 아니다. 가난이다. 가난하지만 않았다면 공장야근을 안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두 아이를 비닐하우스 화재로 잃을 이유도 확실히 없었다.

가난은 기아와 질병과 무지를 동반하는 살인자다. 가난하면 못 먹어서 죽고 병원치료를 못 받아서 죽는다. 가난하면 교육투자를 못 받아서 자연히 도태된다. 가난은 살인자다. 유엔아동기금(UNICEF) 평양사무소에 따르면 2002년 조사 때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병원의 응급구호를 못 받아서 사망에 이른, 7세 미만의 북한 어린이는 연간 7만 명에 달했다.

가난은 전쟁만큼 무서운 적이다. 6.25사변으로 북한군 52만 명이 죽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아로 죽은 북인주민은 300만 명이라고 한다. 정부도, 기업도, 교회도, 개인도 가난과 싸워 이기고 가난을 몰아내야 한다. 꾸준히 경제를 성장시키는 한편 가난한 사람에게도 성장의 결과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난에서 빠져나올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물려받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가난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 첫째로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하나님의 사명이나 대의명분, 아니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쉽진 않지만 자기 자신을 꾸준히 탐색하면 가능하다. 색깔, 노선, 방향, 깃발을 분명히 하고 묵묵히 걷다 보면 사람도, 돈도 따라붙는다. 자기 색깔이 어정쩡하면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둘째로 지혜, 지식, 정보를 계속 갈아줘야 한다. 그 사람 안에 든 컨텐츠가 바로 그 사람 자신이다. 컨텐츠가 신품이면 그 사람도 신품이고 컨텐츠가 고물이면 그 사람도 고물이다. 껍데기가 그럴싸해도 최신 프로그램으로 교체해 주지 않으면 구식 컴퓨터일 뿐이다. 우리 안에 든 것이 새로울 때 가난이 물러간다. 우리는 기도와 말씀, 만남과 경험, 공부와 독서를 통해 우리 안을 새롭게 교체하는 평생교육자여야 한다.

셋째로 밑바닥에서 저력을 길러야 한다. 아무리 가난의 골이 깊다고 해도 밑바닥에서 저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화려하게 날 수 있다. 올챙이 시절, 물속에서 저력을 길렀더니 어느 날, 다리가 나오고 개구리는 땅 위에서 뛸 수 있게 된다. 북미지역의 매미 중에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무려 17년 동안 수액을 빨아먹으며 저력을 키운 뒤, 나무 위로 올라오는 것도 있다. 밑바닥에서 저력을 쌓은 사람은 기회가 오면 땅을 달리고 하늘을 날게 된다.

넷째로 장기전을 벌여야 한다. 조급하면 안 된다. 길게 보고 길게 가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일도 안 돼서 직진할 수 있는 단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땅에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복을 받기에는 부적절한 요소들이 뽑혀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신8:16).

직진하면 좋으련만 세상을 사는 이치가 그렇지 않다. 역사는 직진이 아니라 나선형이다. 나선형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더 나은 존재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훈련방식이다. 인생은 단순한 직선이 아니다. 길고 짧은 것을 대어 봐야 하는 장기전이다. 이삭은 점점 부유하다가 마침내 거부가 됐고(창26:13) 이스라엘 백성들은 점점 이기다가 마침내 가나안왕을 완파했다(삿4:24).

마침내는 마치기 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인생의 종지부를 찍기 전의 어느 순간에 부유와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마침내 복을 받으면 끝이 좋다. 끝이 좋은 인생은 다 좋은 인생이다. 인생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복을 받는 장기전이다.

김종춘 목사(www.dreamel.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