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가치가 절대화된다. 그저 ‘나’라는 단어가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로는 이미 습관화된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지만 행동에 있어서는 ‘오직 나’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교회 안에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데 있다. 이미 예배에 있어서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몰고오는 폐해에 대해 언급한바 있지만 교회 공동체 전반에 걸쳐 이러한 영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럴수록 교회의 큰 사명중의 하나인 ‘코이노니아’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도의 가르침은 있으나 교제가 없’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행 2:42)는 말씀 그대로 교회 구성원들이 살아가야만 된다. 우리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는데 그 초대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물질을 통용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최상의 공동체이다. 그런데 이 시대에 물질을 통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시는 분들조차도 물질 통용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물질을 통용하던 초대교회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대안은 있다. 이 시대에 물질을 통용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통용’하기만 한다면 공동체로 회복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마음을 통용’한다는 것은 곧 온전한 코이노니아의 상태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서로가 마음을 다해 섬기는 공동체로서 회복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마음을 통용하는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것이 이 시대의 교회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음을 통용하기 위한 첫 단계는 삶을 나눌 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회에는 이러한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최적의 조직이 있다. 바로 구역(또는 순, 속) 조직이 그것이다. ‘구역 조직’은 기본적으로 소그룹이다. 이 소그룹이 결국은 교회를 힘있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 그런데 많은 한국교회의 구역 조직은 죽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셀의 방법을 들여 온다할지라도 교회의 기본조직인 구역에서 삶의 나눔이 없다면 그 셀교회는 또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다가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셀교회의 본질은 결국 공동체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구역예배는 금요일 낮에 자매들이 모이는 그야말로 친교모임에 불과하다. 형제들은 참여 기회마저 박탈되고 만다. 모여봤자 출석 체크에 간단한 예배 드리면 그만이다. 그러한 구역모임에 힘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 관점에서 구역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구역을 기초단위 공동체로 회복시켜야만 한다. 그곳에서 삶의 나눔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리하여 차츰 마음을 통용하는 공동체로 회복되어 가야만 한다. 그렇게 구역을 공동체로, 삶의 나눔이 있는 치유와 회복의 현장으로 바꾸는데 있어서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가정사역이다.

이미 QT나눔 등으로 훈련이 되어 있다면 아주 쉬운 일일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부터라도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구역예배에 적극 도입하여야만 한다. 그것도 자매들끼리의 모임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하며 온 가족이 참여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그러한 환골탈태가 없다면 공동체로의 회복은 요원해지고 만다.

삶의 나눔. 그 목적을 위해서는 가정사역 같이 좋은 것이 없다. 가정사역은 곧 우리의 생활 현장의 일들을 나누는 것이다. 한 주간에 선포된 말씀을 붙들고 싸우는 전쟁의 결과를 나누는 것이 곧 가정사역이다.

고부갈등, 부부싸움, 자녀교육, 아버지, 어머니, 돈, 가정예배, TV 등등... 모든 주제들에 대해 우리 부부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나누고, 더불어 성경은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며 또 우리가 말씀대로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나누어간다면 그것에서 엄청난 치유의 역사와 함께 회복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가정사역, 이런 연유로 교회의 기초 사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부길 목사 (웰빙교회 담임, 한국가정사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