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맞게 성장부품들을 갈아끼워야 어른이 되는 로봇들. 공장에서 배달되어온 부품을 조립해서 아기 로봇을 탄생시키고, 아기가 울 땐 귀밑 볼륨을 줄여서 달랜다. 끼니는 석유스프로, 더운 날엔 기름콘을 먹는 로봇들만의 기상천외한 세상속으로 푹 빠지게 만드는 영화 <로봇>.

영화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진이 만들고 이완 맥그리거, 할리 베리, 로빈 윌리엄스 등의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더빙을 맡아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로봇>은 조그만한 식당에서부터 거대한 기업에 이르기까지 빈부의 격차가 존재하고 서로간 애증이 공존하는 우리 인간세상과 꼭 닮아 있다.

영화는 시골마을 식당에서 일하는 식기세척로봇 '구퍼보텀' 씨 부부가 아기로봇 부품을 조립해 장차 '로봇시티'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할 로봇 '로드니'를 탄생시키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태어난 로드니는 사촌들의 로봇부품을 물려받아 커가야 하는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마음씨 좋은 구퍼보텀 씨의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난다.

어느날 로드니는 TV를 통해 위대한 발명가 '빅웰드' 씨와 로봇에게 유익한 새로운 발명품 및 부품을 생산하는 그의 회사 '빅웰드사'를 보게 되고 빅웰드 씨를 닮은 훌륭한 발명가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워나간다.

▲아버지의 식기세척 일을 돕는 로드니(왼쪽)와 로드니가 실의에 빠져있을 때마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아버지 로봇 구퍼보텀(오른쪽)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애써만든 깜찍한 발명품을 들고 빅웰드사가 있는 로봇시티로 향하는 로드니는 온갖 고생끝에 빅웰드사에 도착, 빅웰드 씨를 만나려 하지만 빅웰드사는 이미 악랄한 경영자 라챗이 실권을 쥐고 있으며 빅웰드 씨는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

최신 업그레이드 된 비싼 부품만을 생산해 가난한 로봇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라챗은 낡고 오래된 로봇들을 폐기처분해야 할 쓰레기로 여긴다. 그래서 로드니가 만난 로봇시티 뒷골목 친구들과 그곳에 사는 오래된 로봇들은 항상 라챗이 거리로 내보낸 '로봇 쓰레기차'의 위협을 피해 도망다녀야 하는 존재들이다.

로드니는 우여곡절 끝에 빅웰드 씨를 만나지만 빅웰드 씨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미노 게임에 빠져있는 늙은이가 되어있다. 실의에 빠진 로드니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아버지 구퍼보텀 씨는 아들 로드니에게 "꿈을 포기하면 평생을 후회하게 돼. 나는 널 믿어"라는 말을 통해 희망을 심어준다.

낡고 가난한 로봇들이 비싸고 업그레이된 부품만을 파는 빅웰드사의 횡포로 생명을 잃어가자, 로드니와 뒷골목 친구들은 타고난 실력을 발휘해 고장난 로봇들을 고쳐주는 일에 팔을 걷는다. 결국 라챗 무리와 생사를 다투는 전투에 나선 로드니와 친구들. 빅웰드 씨도 다시금 용기를 되찾고 돌아와 이들과 생사를 함께하는데...

▲악랄한 경영가 라챗과의 싸움에서 승리,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로드니와 로봇시티 뒷골목 친구들.
이같이 마이너리티들의 유쾌한 반란을 보여주는 영화 <로봇>은 늘 신제품, 비싼 제품만 선호하는 소위 '새것 증후군'에 시달리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가하는 로봇들의 일침이다. 또 '새것 증후군'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 검은 물을 들이고 있는 '물질만능주의'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악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크리스천의 모습이 바로 로드니와 뒷골목 친구들, 낡고 오래되고 가난한 로봇들의 모습이 아닐까.

바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를 부르심을 볼 때 지혜 있는 자, 능한 자, 문벌 좋은 자가 많지않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는 놀라운 세계를 바라본다면 로드니와 그의 친구들처럼 멋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1등이 아니면 절대 기억해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가혹한 세상속에서 성경은 '비우고 낮아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어리석은(?) 논리와 그 논리를 실천하는 바보같은(?) 삶를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크리스천은 이 어리석은 논리, 바보같은 삶이 이 땅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아는 자들이다.

이 여름, 영화 <로봇>과 함께 울고 웃으며 춤추고 노래하면서 이 땅에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쿨(Cool)한 묵상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크리스천들이여, 이제 우리들의 유쾌한 반란을 시작하자.

감독 크리스 웨지, 카를로스 살다나|오는 7월 28일 개봉|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