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원치 않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범죄라는 틀에 걸려 담장 안에 갇혀버린 수용자들. 하지만 이들도 축복받고 태어난 사람들이기에 그 바탕은 선하다는 것을 나는 믿고 싶다. 성령님이 오시면 바람이 불 때, 그들 역시 속 깊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이 홍성교도소에는 성령의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있음을 느낀다”

교도관이 된지 30년이 되는 김봉래 목사(58)는 전국 최초로 교도소 안에 교회당을 세운 주인공이다. 이름하여 ‘경교대교회’. 교도소를 경비하는 경비교도대원들과, 교도소에 수용된 수용자들을 위해 세워진 교회당이다.

저자인 김 목사는 이들에게 ‘아버지’로 불린다. 아무도 의지할 사람 없는 경교대원들과 수용자들이 김 목사를 아버지처럼 따르고 의지하는 이유도 있지만, 김 목사가 이들을 자식처럼 아끼며 오직 주님의 잃어버린 양으로 생각하고 보살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자신의 교정선교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에서 자신이 교도소 안에 교회당을 세우려 한 때부터 시작해, 수용자들이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교소도 안에 ‘만남의 집’을 세웠던 일, 19여 년간의 홍성교도소 재직 중 자신에게 찾아왔던 주님의 잃어버린 양들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김치공장을 지어 더 많은 영혼들에게 안식을 주고픈 자신의 소망을 하나 하나 꺼내 놓는다.

“하얀 지붕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찬송가가 온 교도소 내에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김 목사가 온갖 어려움들을 다 이이고 드디어 교도소 안에 교회를 세우던 날 그는 그간 겪었던 많은 어려움들과, 그런 어려움 속에서 기도하며 하나님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범벅이 되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김 목사에게 경교대교회는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하나님을 위해 그가 해야 할 일들은 그 보다 더 크고 견디기 힘든 일들이었다. 한 날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교도소에 들어와 모든 것을 잃고, 이젠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가족들에게조차 버림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수용자들에게 ‘만남의 집’을 지어주는 일도 그 중 하나였다.

김 목사는 홍성교도소에 최초의 여자 교무과장으로 부임해온 정형숙 교무과장과 함께 수용자들을 위한 ‘만남의 집’을 지어주기 위한 일을 시작했다. 이 역시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용자들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보살피며 지극한 사랑으로 대했던 정형숙 교무과장과 함께 김 목사는 결국 ‘만남의 집’을 교도소 안에 짓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어진 만남의 집에서, 그동안 아버지 노릇 한 번 제대로 못해준 아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사형수 정수를 비롯해 많은 수용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삶의 희망을 찾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김 목사는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만남의 집을 짓길 잘했다고 여긴다.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하지만 아직도 김 목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았다. 바로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수용자들에게 삶의 소망을 주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여기서부터가 김 목사가 실제로 수용자들과 상담하며 그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들이 자세히 기록된 부분이다.

조울증 환자 승민이 이야기, 흉악범 찬우의 눈물, 조직폭력배 친구의 엇갈린 이야기, 목사가 된 수용자 이야기 등 삶의 밑 바닥을 뼛속 깊이 체험한 이들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을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던 김 목사의 사랑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결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울증 환자 승민이 이야기는 김 목사 뿐 아니라 독자들의 가슴 한켠에도 이 땅의 소외된 이들을 향한 왠지모를 책임감이 자리잡게 한다.


이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독자들의 가슴 속에는 김 목사가 느꼈던 하나의 생각이 조금씩 자라난다.

“누구나 목사님도 될 수 있고, 누구나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거룩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 사회는 담 너머에 있는 수용자들을 받아 줄만한 사랑이 없다. 그래서 김 목사에겐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바로 김치공장을 지어 그들과 함께 작은 천국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나는 매일 김치공장에서 많은 수용자들이 그들의 땀과 정성을 담아, 일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론 그곳에서도 하나님은 늘 계신다. 그들이 성실과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또 그곳에서도 복음을 전파한다면 그보다 더 뜻 깊은 일은 없으리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내 인생의 목표이고, 앞으로 죽는 날까지 그것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과 함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무릎꿇고 주님께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김봉래 목사의 신앙이 이 땅의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이다.

김봉래 지음|예영커뮤티케이션|189면|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