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가 지닌 문제점과 한계성을 비판하며 성경의 본질을 갈파했던 한신대 김경재(신학) 교수가 기독교의 대승적 모델을 통해 한국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12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의 기독교는 세계 기독교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지금의 한국기독교가 직면한 문제들이 내재해 있었고, 책의 제목처럼 ‘울타리’안에만 갇힌 소승적 기독교가 되어 버렸다.

김 교수가 말하는 ‘대승(大乘)적 기독교’는 그 말대로 ‘불교적 기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불교의 ‘대승적’이라는 훌륭한 개념을 빌려 쓴 것일 뿐, 지금의 한국 기독교가 그 편협함에서 벗어나 이 세상과 현실에 대해 ‘열린 기독교’가 되길 의미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승적 성격의 한국 기독교에 대해 “‘개개인의 영혼’을 이 세상에서 구원해 ‘저 세상의 천국으로 인도해내는 것’이 교회의 ‘제일 업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소승적 한국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 ‘이 세상’과 ‘저 세상’즉 ‘세속’과 ‘천국’이며 ‘세속’은 악하고 ‘천국’은 선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생각이 세상으로부터 “배타적이다”라는 비판의 소리를 낳았고, 오히려 그들이 비판했던 세상으로부터 지금의 한국기독교가 세속화·물화(物化) 되어간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 기독교의 대승적 거듭남은 이 세상과 현실의 문제를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처하게 하고, 성경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신앙의 진리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게 한다.

김 교수는 복음이 주는 감동과 창조적 이야기가 뜸해지고, 일부에서는 교회가 세상의 비난거리고 전락하는 현 시점에서 훌륭했던 초기 한국 기독교 선배들의 ‘교리적 이론’보다는 ‘생동적 삶과 노래’를 이야기 했다.

일제치하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은 민족 구성원들의 진정한 실력이 갖추어지는 날 온다고 믿었던 도산 안창호를 비롯해 교리와 형식에 메여 생명력을 상실한 보수적 한국 기독교에 성경에 나타난 신앙의 본질을 주장했던 월남 이상재 등 세상과 현실의 문제를 등한시 하지 않고 기독교 신앙으로 맞서려 한 많은 대승적 기독교인들의 삶을 제시했다. 그 밖에도 남강 이승훈, 규암 김약연, 고당 조만식, 성재 이동휘, 장공 김재준, 늦봄 문익환, 다석 유영모, 신천 함석헌의 삶을 대승적 기독교인의 삶으로 조망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지금의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본질적 과제를 4가지로 요약하고 이에 대한 한국 기독교의 대승적 자세를 요구한다.

▲김경재 교수의 ‘울타리를 넘어서’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본질적 문제는 △한국 기독교가 기독교 형태로 위장한 바알종교의 후예가 될 것인가 야훼종교의 신앙전통 맥락을 이어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는 것. △한국 기독교는 파르테논 신전의 위용을 자랑하는 성전 종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사도바울이 아레오바고 광장에서 설파한 아레오바고의 영성신앙, 다시 말해 사람의 몸을 성전으로 삼는 우주적 열린 종교가 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것. △기독교라는 종교의 근본적 정향성(定向性)이 야곱의 ‘하늘에 닿는 사다리 꿈’비전이 상징 하듯이 ‘천성을 지향하는 상승 종교’인가, 아니면 요한복음이 증언하는 바 말씀이 육신을 입는 ‘성육신을 지향하는 하강 종교’인가의 갈리밀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 △한국 기독교는 변화산상에서 맛보는 황홀한 종교체험(마태복음 17:1~8 등)같은 ‘지금-여기’에서 ‘영원한 현재’를 탐닉하는 종교 자리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 하늘과 새 땅’(요한계시록 21:1)을 바라보는 변혁적 희망의 공동체가 될 것인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김 교수가 제시한 대승적 자세는 그가 이 책의 첫 머리에 말한 것처럼 분명 ‘불교적 기독교’를 말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다소 불교적 용어가 많이 사용되긴 했다. 기독교 신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평신도로서는 어렵게 다가올듯 하다.

그러나 김경재 교수의 ‘대승적 기독교’에 대한 이 같은 서설(序說)이 보수적 한국 기독교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조목 조목 지적하면서 그 대안책을 마련한다는 점과, 이 책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민족 운동가들이 대승적 기독교 정신을 가진 위대한 신앙인이었음을 짚어준 점에 있어서는 정체기를 맞이한 한국 기도교에 교훈이 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