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의 33%는 혼전이라도 결혼을 약속했다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70%는 신앙이 부부관계에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여긴다. 또 24.5%는 사후 세계에 대해 모르거나 믿지 않으며, 49.5%는 실제 제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소장 김경재)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 2백명(개신교 기독교인 4백 26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대 한국인의 문화의식 설문조사'결과 밝혀졌다.

혼인제도 부문

▲혼전순결에 대한 응답 비교


결혼의 당위성에 대한 물음에서 '꼭 해야 한다'가 35.1%, '가급적 하는 것이 낫다'가 37.8%,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가 27.1%로 조사됐다. 기독교인은 '꼭 해야 한다'가 43.7%,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가 20.2%로 결혼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일반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혼전 순결에 있어서는 응답자의 42.4%가 결혼할 사이라면 혼전 순결을 꼭 지킬 필요는 없다고 답했으며, 27.2%는 성관계와 결혼을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기독교인도 33.8%가 혼전이라도 결혼을 약속했다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를 바탕으로 한 부부관계도 법적 사회적으로 허용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인 62.2%와 기독교인 68.1%가 반대해, 기독교인들이 일반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종교를 기준으로 보면 천주교인은 58.7%, 불교/원불교인은 56.7%가 반대해 동성애에 대해 보다 개방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관계 부문

▲신앙생활이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력


결혼 후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65.9%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34.1%는 없어도 된다고 답했다. 이혼의 경우도 65.9%가 상황에 따라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아들을 딸보다 더 교육시켜야 한다'는 항목에는 응답자 49.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21.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기독교인은 53.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19.0%가 찬성하였다.

또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36.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28.6%는 그렇다고 답했다. 기독교인의 경우도 반대의견이 39.9%, 찬성의견이 25.8%로, 일반인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배우자보다 친부모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5.5%가 그렇다고 답했고, 15.4%는 배우자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기독교인은 39.6%가 그렇다고 답하고, 19.9%는 배우자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는 등, 결혼관계를 통해 얻은 이차가족을 중요시여기는 정도가 일반인보다 더했다.

여가생활 부문

여가생활에 대한 부문에서는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의 응답자와 200-300만원 미만의 응답자 중 23% 정도는 특별한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가활동을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시간이 없다'와 '경제적 부담이 크다'가 각각 49.7%와 32.6%를 차지해 10명 중 8명 이상이 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가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5일제 근무 실시에 대해서는 이전의 생활과 비교해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69.9%인 반면, 불만이란 응답은 5.0%에 불과해 주5일제 근무가 사람들의 생활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생활의 내용으로는 응답자의 48.4%가 주로 개인적인 취미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나 동호회 회원과의 공동활동 그리고 가족과의 공동활동은 각각 16.4%와 16.0%에 불과했다.

제사. 차례 부문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


사후 세계에 대해 믿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3.3%가 모르거나 없다고 믿는다고 답한 반면, 조상에 대한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5%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22.1%만이 반대했다.

제사나 차례를 찬성하는 이유로 '단순히 인간으로서의 윤리 도덕적 의례이기 때문에'라는 이유와 '전통지향적인 관례이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각각 45.7%, 34.0%를 차지해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을 조상 숭배라기보다 가족모임 성격의 전통 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은 사후 세계에 대해 75.6%가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고 사후 세계에 대해 모르거나 믿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가 24.5%에 이르렀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전통적인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기독교인이 응답자의 24.9%를 차지했으며, 연령별로는 18-29세(27.1%)가, 지역별로는 서울(31.9%)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실제로 제사에 참석하는 기독교인도 49.5%로 조사됐다. 기독교인이 제사 지내는 것에 찬성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간으로서의 윤리 도덕적 의례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35.8%, '전통적인 관례이기 때문'이 40.6%를 차지해 기독교인들이 제사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묘 문화 부문

▲전통제사나 차례에 대한 찬반


자신이 죽은 후 어떤 장례 절차를 원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는 25.6%가 매장을 원했으며, 화장을 원하는 응답자는 73.9%를 차지했다. 또한 '조상의 묘 자리는 후손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항목에 '그 렇지 않다'는 응답자가 30.8%, '보통'이 39.6%,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29.6%를 차지했다. 이는 1989년도 한국 갤럽조사연구소에서 조사한 조상묘 자리와 자손 번영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결과에서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55.2%를 차지한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시신 기증이나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했다. '장기 기증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8.3%인데 비해 '없다'는 사람은 61.7%였다. 장기 기증에 관한 거부감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으며, 종교별로 보면 기독교인 58.8%, 천주교인 48.6%, 불교인 67.1%가 장기 기증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외에 '신앙생활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에는 일반인의 40.0%, 천주교인의 52.9%, 불교및 원불교인들의 34.6%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반면, 기독교인은 무려 71.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연구 결과 분석

금번 연구결과 한국 개신교 기독교인과 일반인간 문화의식에는 전체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교인들은 교회가르침보다 일반사회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 설문조사 결과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한국인의 가족 문화가 집단중시 문화에서 개인 중시 문화로 바뀌는 경향이 더욱 확고해졌다는 점이다. 그와 더불어 가정의 제반 문제에 대해 당사자 중심의 의사결정 태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족 문화 구조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사회 환경에 따른 문화 형성의 기류가 감지되었다.

금번 연구는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 학술팀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지난 2003년부터 3년 계획으로 수행해온 '한국 개신교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에 끼친 영향 연구' 과제의 마지막 보고서다. 첫해에는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미친 영향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과 태도', 지난해에는 '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사회 의식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올해 설문조사 결과는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 5가 한국기독교백주년 기념관에서 발표회를 통해 공개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