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서 사형폐지입법화 촉구대회 “때가 무르익었다”

사형제도 폐지 촉구 목소리가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여야의원 175명의 서명을 받아 계류 중인 사형폐지특별법안 확정을 위해 종교계를 비롯, 정계와 시민단체가 뜻을 함께하고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화 할 것을 촉구했다.

20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사형폐지를위한범종교연합(공동대표: 문장식 목사, 진관 스님, 김형태 변호사, 정상덕 교무) 주관으로 ‘사형폐지입법화 촉구대회’가 종교인들과 여야의원, 시민사회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각 계층에서 한 자리에 모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대회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개해 온 사형폐지운동이 이제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공감대 속에서 진행됐다.

대회에는 종교계에서 백도웅 목사, 최기산 주교, 법장 스님, 김대선 교무 등이 참석했고, 정계 에서는 정세균 의원, 유인태 의원이 참석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인간의 생명 존중은 국제적 추세”라며 "사형폐지를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오는 6월 국회에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사형폐지특별법안을 발의한 유인태 의원은 “최근 사형폐지 여론이 65% 정도”라며 “프랑스가 폐지할 때 수준이 된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유 의원은 “이번 법안에 여야가 공히 함께 뜻을 모은 것이어서 여야 구별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회에는 사형수 드라마 '동행'의 작가와 주연배우인 박상준 씨와 김성준 씨가 나와, 드라마 '동행'의 주인공들이 참석, “실제인물들이어서 연기하며 한층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됐다”며 “사형폐지 운동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형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쓴 작가 공지영씨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좋은 사람이던 나쁜 사람이던 그 자체가 범죄라고 생각 한다"며, “사형수들과의 대화 도중 자신 스스로가 더 많이 교화되어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됐다”고 고백했다.

조성애 수녀는 유영철의 연쇄살인으로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외아들의 생명을 빼앗긴 살인피해자 고정원씨의 탄원을 낭독하는 순서를 가졌다. 이 글은 살인 피해자인 고씨가 2004년 7월 19일 검찰에 보낸 것으로서 살인자에 대한 복수가 아닌 용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사회를 대표해서는 참여연대 박상증 대표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남영진 지부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석태 회장이 참석하여 각기 연대사를 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할 수 없고 국가사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실질적 인권옹호 국가로 태어 날 것”을 강조했다.

이날 노경신 목사, 조성애 수녀, 정각 스님, 안경효 교무 등 여성 성직자들은 <사형폐지입법화 촉구> 결의문을 낭독하고 “이번 17대 국회에서야 말로 사형제도폐지법안에 서명한 의원들 뿐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들의 전향적인 노력에 의하여,사형제도가 반드시 폐지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사형 폐지를 위한 범종교인 결의문

사형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종교계 대표들과 여야의원 그리고 시민사회 대표들을 초청하여 사형폐지촉구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사형제도가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형벌임을 재인식하고,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사형제도를 반드시 폐지 시킬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아래와 같이 우리의 결의를 밝힙니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은 범죄인을 포함한 그 누구의 생명이라도 존귀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습니다. 특별히 그동안 사형제도가 오랫동안 독재정원의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고, 오판으로 인한 억울한 관제살인의 가능성을 언제나 가지고 있으며, 형벌의 궁극적인 목적인 범죄인의 교화와 사회복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은 흉악한 범죄자들에 대한 응징과 또 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해 사형제도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형제도의 범죄억제력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확보된 바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난 15대 국회에서 91명, 16대 국회에서 155명의 여야의원들이 의원입법을 통해 사형제도폐지법안을 상정하고서도, 단 한 차례도 실질적인 심의를 가지지 못하고 자동폐기되어 온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번 17대 국회에서 여야의원 175명의 발의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상정된 사실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이번 17대 국회에서야 말로,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 뿐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들의 전향적인 노력에 의하여, 사형제도가 반드시 폐지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중에 사형제도의 대안으로 제시된 감형없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에 대하여는 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들은 이번 법안에 대하여, 그것은 현행 사형제도보다 더 가혹한 제도라며 절망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특별법안의 심의과정에서 보다 인도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규약)을 통해 각국에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지난 4월 6일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헌법 10조(인간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와 제37조 제2항(과잉 금지원칙)등의 취지에 따른 사형폐지 의견을 표명하면서, 입법부가 후속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을 적극 환영합니다. 우리는 입법부가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마땅히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현재 110여개 국가가 이미 사형제도를 폐지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우리나라도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사형제도폐지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17대 국회의원 여러분들의 전향적인 노력에 의하여 반드시 사형제도를 폐지시켜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면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을 포함한 우리 종교인들은 사형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더욱 힘차게 힘을 모아 노력할 것을 결의합니다.
2005년 4월 20일

사형폐지촉구대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