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집으로 떠납니다. 올해는 한국으로 휴가를 간 기존의 성도들 가정도 꽤 됩니다. 주일 마다 빈자리들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올해는 청년들이 꽤 많이 남았습니다. 많이 떠났음에 불구하고, 열다섯 명 정도가 꾸준히 모여 목장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주일에는 교사로, 성가대로, 주방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섬기는 모습이 귀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두주 전부터 펑크가 난 사역의 자리가 있습니다. 설교 동시통역의 자리입니다. 동시통역을 맡던 김미정 집사님이 한 달간 서울로 친정 부모님을 만나러 가족과 함께 떠났기에 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애라 집사님이 그 자리를 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애라 집사님 역시 어머니가 아프신 이유로 멀리 떠나 계신지라 주일날 얼굴 못 본지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두주 전에 Robert Hendrix가 나왔었는데, 통역할 사람이 없어, 설교 내내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통역이 필요한 성도 세분이 예배에 함께 했습니다.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한 후, 성도의 교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통역을 할 만한 성도들에게 부탁을 해 보았지만, 선뜻 나서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억지로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성도의 교제 시간이 끝나갈 무렵, 머릿속에 떠오른 청년 한 명이 있었습니다. 김민환 형제였습니다. 사실 민환이는 지난주부터 교사로서 봉사하기로 작정하고, 사역자 (1부)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대예배가 시작될 시간에는 학생부 예배에 함께 참석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지요. 아직 정교사를 맡은 것은 아니지만, 오성민 선생 클래스에 함께 들어가 보조 교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한 첫 날인데…….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임자 권사님에게 부탁하여, 민환이를 올라오게 했습니다. 동시통역을 맡기려는 것이었지요.

본인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저는 민환이를 올라오게 하여 통역의 자리에 앉게 했습니다. 민환이가 무슨 일인가 하며 예배당으로 올라오고 있을 때, 저는 헌금 찬양을 부르기 위해 이미 강단에 올라섰기에, 민환에게 양해를 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어렵게 기도함으로 교사를 하기로 작정한 신임교사의 첫날을 그렇게 "방해"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통역 없이는 설교를 들을 수 없는 Hana의 부모들과 미라의 주일 예배를 그냥 그렇게 보내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민환이가 정교사로 반을 맡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렇게 결정하도록 저를 밀어갔습니다.

설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설교가 시작된 후에는 말씀을 선포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썼습니다. 이상하게도 '민환이가 통역을 잘하고 있을까?'라는 걱정은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가지고 오직 예수님 앞에만 나아갑시다!"라는 내용으로 설교를 마치고, 축도 후에 예배당 입구 쪽으로 나갔습니다. 민환이가 마지막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든든해 보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민환이의 헌신으로 세 명의 성도가 설교를 들으며 함께 은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민환이에게도 큰 상급임을 믿습니다.

정리를 하고 내려가는 민환이에게 "수고했다, 민환아! 다음 주에도 네가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자 민환이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게요!"라고 답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일들을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감당할 교우들이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민환이 뿐만이 아닙니다. 담임 목사로 하여금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나머지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수많은 성도들이 제일 교회에는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일일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하나님은 일일이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난 주일은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귀한 손길들이 있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마음 아시죠! 하나님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제일 교회 식구들을 모두 사역자로 삼아주셔서, 주님의 일을 능력 있게 행복하게 감당하게 해 주세요! 주님, 사랑합니다!" ^^

벧전4:10 각각 은사를 받은대로 하나님의 각양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