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4)로서 제 가정이 미국에 온지 꼭 5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제 '로차차'(로체스터의 별칭) 6년차로 들어섭니다. 캐나다에 공부하러 왔다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1년 후 이곳 로체스터에서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 2년 동안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나머지 석사과정을 마쳤던 것부터, 이곳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특히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마치 목회를 처음 시작하는 듯 떨렸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동시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더 담대하게 나아가려 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기록이나 사진들을 훑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진들을 보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도 많았습니다. 약간은 촌티가 나는 제 모습에 혼자 웃어도 봅니다. 그러다가 '흙내음소리'(목회 칼럼)를 클릭해 보았습니다. 제일 앞으로 이동하여, 제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썼던 흙내음소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5년 전 처음으로 썼던 그 글은 첫 설교 때에도 나누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그때 "내가 부족하니, 하나님이 더 바빠질 것"이라는 말을 했었지요.

만 5년! 이제 다시 한 번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여러분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처음 사랑을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첫 마음! 첫 사랑! 첫 열정! 이제 얼마 후 예배 처소를 옮기게 됩니다. 14년 간 좋은 예배 처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14년 전 첫 예배를 하나님께 올려드렸던 마음을 다시 한 번 회복하기를 원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처음으로 예수님을 만났던 순간을 회복하길 원합니다. 그때의 그 감격! 눈물 흘리며 머리 조아렸던 그 순간! 수많은 내 죄악에도 그저 두 팔 벌려 안아주시며 용서하시던 주님의 사랑! 이제 회복합시다. 제일 교회의 '2nd round'는 초심으로 돌아감으로 시작하기를 원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아래의 글은 5년 전 제가 썼던 "흙내음소리"입니다.) (2008/7/6)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

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감리교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나와, 경기도 화성 신외리라는 시골에서 8년 목회를 했습니다. 목회를 하던 중 아직 젊었을 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지요. 지난해 8월에 캐나다 해밀턴애 있는 맥매스터 신학교에 입학하여 M.T.S.과정 두 학기를 마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사실 3년 전 미국 워싱턴디시에 있는 웨슬리 신학대학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미국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세 번이나 낙방(?)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유학을 포기했던 저에게 제 스승이었던 왕대일 교수님이 캐나다 맥매스터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이곳으로 오개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동안 목회를 주욱 해왔던 저였기에, 머리 박고 책만 읽는다는 것은 정말 숨가쁜 일이었습니다. 8년 목회하면서도 그러했듯이 목회하면서 필요한 공부(특히 성서와 설교)를 병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담임목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너는 세 번이나 거절당한 경력이 있고, 더군다나 캐나다에서는 더더욱 비자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와 제 아내 또한 많은 기대를 하기 보다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안될 때 안 되더라도 최선의 노력은 해봐야 하는 법! 이번에는 미국에 있는 변호사에게 종교 비자 의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비자 인터뷰 전날까지 서류가 도착하지 않은 것입니다. 저를 담당한 여직원의 실수로 서류를 일반 우편으로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서류를 제대로 갖추어서 대사관에 들어가도 쉽지 않을 판에, 난리가 난 것입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다시 한 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유능한(?) 변호사에게 맡겼으니 틀림없이 비자를 받을 것이라는 교만한 마음이 저를 감싸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없을 것을 있게 하시고, 있는 것을 없게도 하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저희 가족은 급한 대로 팩스로 서류를 받아 (비자 심사시 기본적으로 원본을 요구함) 가지고 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장장 6시간을 기다린 끝에 제 이름이 불려졌습니다. 덤덤한 마음 반, 떨리는 마음 반(왜 영사 앞에만 서면 그렇게 떨리는지 ^^;)으로 창구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어라, 우째 이런 일이……. 그렇게 많이 준비해 간 서류는 하나도 보지 않고, 초청장 한 장만을 보더니 비자를 내 주는 것이 아닙니까! (감사하게도 초청장은 저에게도 원본이 한 장 있었습니다) 남들은 영사 잘 만나서 또는 운이 좋아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야말로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희 같이 부족한 내외를 이곳으로 부르셨으니, 이제 하나님은 더 바빠지실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목회자 내외를 이곳에 세웠으니, 어찌 하나님이 한 눈을 파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희가 부족한 만큼 하나님은 갑절로 일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손수 일하신다면,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족한 저희 내외를 위해서는 더 많이 기도해 주시고, 여러분 삶 구석구석까지 만져주실 예수님의 사랑과 능력에 대해서는 끝없이 기대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2003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