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살의 노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2005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에비에이터’를 제치고 올해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게 되었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늙은 권투 트레이너인 프랭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은퇴한 복서로 체육관을 청소하는 스크랩(모건 프리먼), 그리고 세계 여자 권투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하는 매기(힐러리 스웡크)의 삶과 그들의 내면을 심도 있게 보여 주고 있다.

가진 것이 없는 매기는 웨이트리스로 열심히 일하면서 권투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어느 날 그녀는 프랭키의 체육관에 찾아와 자신을 훈련시켜 달라고 말한다. 프랭키는 매기가 여자라는 이유와 매기의 나이가 30을 넘었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하지만, 매기가 권투에 집착하는 것을 본 그는 그녀를 훈련시키기로 결심한다. 프랭키의 도움으로 매기는 치르는 게임마다 승리한다. 드디어 매기는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고 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여기까지는 이 영화도 다른 권투 영화와 비슷하게 진행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권투에 전념하여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는 전형적인 미국식 영화 같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상상을 초월해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세계 챔피언의 비겁한 주먹을 맞은 매기는 의자 위로 쓰러져 목이 부러진다. 이 사고로 매기는 반신불수가 되었다. 자신이 매기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프랭키는 고민과 번민 끝에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매기를 안락사 시킨다.

이 영화는 모진 시련을 이겨낸 한 여자 복서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권투를 배경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권투를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보여 주고 있다. 권투 때문에 프랭키는 딸에게 버림을 받았다. 아버지를 일찍 잃은 매기는 가족들에게 이용만 당한다. 이렇게 가족에게 버림 받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버지가 되고 딸이 되어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프랭키는 매기에게 새 이름을 지어 준다. ‘모쿠슈라!’나의 소중한 혈육이라는 뜻이다. 프랭키에게 매기는 친딸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비록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모쿠슈라’가 되었다.

우리 시대의 많은 가정들은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혼율이 전체 인구의 30퍼센트를 넘어선 지금 우리의 가정은 역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으로 서로 서로를 돌보아야 할 가정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감싸 안아줄 ‘모쿠슈라’를 찾고 있다.

2005년도 최고의 영화로 불리는 이 영화도 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랭키가 매기를 안락사 시키는 장면은 많은 장애인들과 반신불수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이 영화가 안락사를 미화시키고, 안락사를 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도, 안락사는 또 다른 형태의 살인이다. 매기의 경우 참고 인내하며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안락사를 미화시키거나 권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끝으로 프랭키의 대사 한 마디가 우리에게 인생의 큰 비밀 하나를 가르쳐 준다. “Tough ain't enough.” 강하다고 다 챔피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할지라도 때로는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예상치도 않은 실패는 우리를 큰 좌절로 이끈다. 하지만, 우리는 전도서의 말씀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 7:14)

우리가 살다보면 우리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이룰 것 같은 우리의 꿈도 깨어질 수 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한 인생을 사는 것이 우리의 참 모습이 아닐까? 그러므로 불안한 인생을 사는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