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내 P&G에 대한 루머는 <주부편지> 99년 12월호에서 실리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주부편지> 내용을 전달받은 기독교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주부편지>내용에 근간한 P&G관련 루머들을 전달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여론들은 순식간에 대형교회와 교단에도 번져 P&G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전개된다.

당시 불매운동 여론이 형성된 교회들은 온누리교회, 충현교회 등의 대형교회를 비롯해서 대전중앙교회, 성덕중앙교회, 서울침례교회 등 중소형교회들도 모두 포함된다. 불매운동 여론은 더욱 악화돼 교단총회 차원에서 불매운동을 권고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통합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2002년 3월동안 진행한 ‘사이비이단대책세미나’에서 P&G에 대해 “사탄교에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음”이라고 안내했으며 이후 회사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시정조치 했다.

한국교회내 P&G에 대한 루머가 이처럼 쉽게 확산될 수 있었던 요인은 가장 처음 루머가 발단이 된 <주부편지>측이 끝까지 루머의 사실여부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취했던 점과 음해성 소문의 출처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가볍게 전달해버리는 한국교회의 특성이 결합된데 있다.

<주부편지> 근거없어도 완고한 입장...불매운동 키워

<주부편지>에 P&G에 대한 루머가 언급된 이후부터 P&G측과 <주부편지>측은 루머의 진위여부를 두고 수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만남마다 이를 해명하려는 P&G측과 루머에 대한 증거들을 미국에서 확인하겠다는 <주부편지>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사태해결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한국 P&G측은 한국교회내 확산된 루머들에 대해 일체의 법적소송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주부편지>측의 완강한 태도에도 끝까지 설명으로만 대응해야 했다. 결국 P&G 루머 논란이 증거자료 불충분에 따른 자연적으로 소멸되기까지 <주부편지>측의 태도는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

<주부편지>에 실린 P&G 관련 루머는 <주부편지> 관계자가 미국 한인교회내에서 돌고 있던 한 신문의 보도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주부편지>측에 따르면 <주부편지>측은 당시 미국 신문의 보도를 신뢰했고 한인교회들까지 루머에 동조해 이에 확신을 갖게 됐다. 한국에 입국한 <주부편지> 관계자는 이단을 막고자 하는 마음으로 미국 신문의 보도를 토대로 원고를 작성했다.

<주부편지>측은 이후 뜻하지 않은 P&G 루머 파장에 당혹했다. 내용을 접한 교회들이 불매운동을 전개할 시점에서 P&G측으로부터 <주부편지> 내용이 근거없는 루머라는 연락이 왔으며 루머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P&G측은 뒤늦게 사실 확인을 위해 미국현지에 연락했으나 인용한 신문은 이미 사라졌고 또 P&G 회장이 출현했다는 문제의 토크쇼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부편지>는 P&G에 일체의 사과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계속된 P&G측의 만남요구에도 이를 거부하며 “증거자료를 찾고 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으며 기독교인들의 계속된 문의에도 게시판을 통해 “이 문제가 밝혀지는대로 명명백백히 말씀드리겠다”는 입장만 발표할 뿐 이후 P&G 루머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지금도 <주부편지> 게시판에는 당시 P&G 루머 논란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2000년도 논란당시 글 중에는 “(루머에 대해) 개인적으로 글을 읽고 메일을 보내시는 분이 많은데 정작 (P&G불매운동) 글을 올린 <주부편지>편지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다”고 <주부편지>의 루머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주부편지>측은 계속된 P&G 관련 문의에 “게시판에 이런 글들이 오가는 것은 유감”이라며 “P&G 문제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신앙적인 유익이 없다. 이 문제가 밝혀지는대로 명명백백히 말씀드리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부편지> 관계자는 여전히 P&G 루머 논란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주부편지> 관계자는 “당시 미국 선교사 중에서도 ‘토크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이들도 있었다”며 “법적 증거자료가 미흡하다는 주위의 설명에 특별히 나서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들 불매운동, 사실확인 없이 순식간에 확산

▲온누리교회의 경우 메일진인 온누리복음 1호(2000.1.4)에 P&G 루머 관련 글이 게재됐으나 곧바로 사과했다. 이외 많은 교회들이 소문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채 P&G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P&G 루머가 발단이 된 <주부편지>측이 루머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보이자 이에 대한 논란은 깔끔히 정리되지 않은 채 교회들의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몇몇 교회들은 루머에 대한 진위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교회들은 여론만을 의식한 채 쉽게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대형교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소식지에 P&G 루머 소식이 실려 더욱 파장이 컸다. 대형교회의 소식지는 평균 1만부 이상 발행으로 교회내 불매운동 소식이 전달될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는다.

온누리교회의 경우 메일진인 온누리복음 1호(2000.1.4)에 P&G 루머 관련 글이 게재됐다. 당시 소식지는 교계 한 신문의 P&G관련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으며 내용은 P&G회장이 필도나 휴 쇼에 출연, P&G의 수익금으로 사탄교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주부편지>편지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소식지는 “‘세상에서 우리 회사에 타격을 줄만큼 신실한 신자는 많지 않다‘는 P&G 회장의 말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며 교인들의 경각심을 가질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전달된 이후 온누리복음측은 임시1호(2000.1.6)를 발행 P&G 루머 관련글에 대한 사과문을 전달하게 된다. 임시 1호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을 독자 여러분에게 정중히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는 시사성의 글, 또는 확인되지 않은 글로 인하여 여러분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재삼 재사 주의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지했다.

충현교회의 경우 교회홈페이지 ‘마라나타’에서 P&G 루머 관련 글이 올랐으며 루머는 신학대에도 전달돼 <그리스도신학대학교>를 비롯한 한국내 신학대학교에서 불매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통합총회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자료에서 P&G를 이단관련 업체로 규정, P&G측으로부터 시정요청이 잇따르자 내부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이단 연구는 자제해야하며, 전문성과 정확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었다.

이밖에도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P&G 관련 루머들은 겉잡을 수 없어 한 때 모 기독교인터넷 사이트에 동영상이 떠있다는 구체적인 거짓말까지 인터넷상에 나돌았다. 당시 교계 신문사들도 여론을 바탕으로 하나 둘 씩 P&G 루머에 대해 언급, 교회들의 불매운동이 엉뚱하게 힘을 얻기도 했다.

목회자들, 루머 심각성 인식하고 지적하기도

인터넷을 통해 P&G 관련 루머들이 계속해서 나돌자 문제의식을 느낀 문화사역가들과 목회자들이 근거없는 루머 전달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때 아닌 P&G 루머 논란에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는 “부정적인 루머에 근거한 호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근거없는 3류 잡지류의 기사 내용을 갖고 할일 많은 인생 시간낭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직장사역연구소장 방선기 목사는 월간 잡지 큐(2000년 9월호)에서 ‘불확실한 사실에 근거하는 정죄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P&G 루머에 대한 한국교회의 무책임성에 일침을 가했다. 방선기 목사는 “소문을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동기가 순수할지 모르나 해를 당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다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말하는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선기 목사는 통일교 관련 루머로 곤란을 겪었던 이랜드 사목을 역임하기도 했다. 방선기 목사는 “과거 두란노서원에서 일할 때 이랜드그룹 광고를 실었는데 한 독자로부터 기독교 잡지에 통일교 회사 제품을 광고할 수 있느냐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 분은 브랜따노가 통일교에 속한 회사라는 것을 아주 확신했던 것이지만 이랜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루머피해에 대한 사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랜드 중계점 사목이었던 김윤섭 목사는 P&G 관련 루머를 전달했다가 사과한 케이스다. 김윤섭 목사는 당시 <주부편지>에 실린 P&G 루머 관련, 내용을 관계자들에게 전달했으며 P&G 루머가 근거없는 소문이라는 것을 전달받고 “한 기업의 이미지는 고객들 뿐만 아니라 기업을 아는 많은 소비자들에게도 생명과 같은 문제”라며 “잘못된 루머들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