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선이의 주바라기’의 주인공 이지선 씨는 극심한 화상을 입은 가운데서도 크리스천으로서 긍정적·적극적 삶의 태도로 크리스천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러나 그러한 감동은, 그만큼 그런 상황에서 이지선 씨처럼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장애인에게 ‘장애’라는 상황을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에서 열린 일곱번째 장애인 신학학술세미나에서 김영희 교수(아신대 상담학)가 이에 답했다.
장애라는 상황을 해석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89%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입고 있고, 사고(36.6%)보다 질환(52.4%)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각 사회복지기관들은 11%를 차지하는 선천적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입게 되면 자신 및 가족의 심리적 문제와 생계 문제, 가족의 역할 혼란, 의료비 등 스트레스적 요인들이 문제로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장애를 진단받게 되면 삶의 의미나 사는 목적, 삶의 가치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하며 회의에 빠지게 된다. 김 교수는 “이런 의미나 가치 차원에 대한 질문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질문이며, 특히 기독교 신앙적 차원, 신앙과 영성에 대한 질문이 된다”고 밝혔다.
슬픔·비탄→분노·절망감→수치심·자존감 상실
김영희 교수는 장애 진단시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인이 됐을 때 감정의 흐름을 알아야, 올바른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입게 되면, 먼저 상실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데 시간이 걸린다. 구체적으로 처음에는 슬픔이 찾아오고, 장애로 인해 격리되거나 버림받는 것과 신체부위를 잃거나 상실한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낙담이 찾아오며, 남에게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도 시달리게 된다.
이후에는 우울해지면서 비탄에 잠기거나 안달감이 둘다 문득 분노가 치밀거나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이 엄습한다. ‘남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하는 화가 나고, 가족·친구들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화가 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세상에도 화가 난다.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고통스런 자신과 상관없이 잘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에 분노가 다시 일어난다. 심한 고독감과 실망감, 절망감에 압도당하게 되며, 신체 모습에 변형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자아상에 도전을 주고 성정체성을 흔들리게도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뒤에는 ‘하나님’이 있다고 하는데서 가장 화가 날 수 있다. 특히 크리스천들이 장애를 입게 되면 하나님에 대한 섭섭함이나 분노의 건강한 표현 역시 허락되지 않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분노를 인정하는 대신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허락하시는지 혼돈스러움을 느끼면서 삶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고통의 문제’, 삶의 의미 발견으로 승화해야
‘장애’를 기독교적으로 바르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비단 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신체적 장애’까지는 아니라 해도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이나 고통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며, 새벽부터 눈물로 기도하거나 하나님에 대해 오해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하나님을 등지기도 한다. 앞서 ‘신약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을 강의한 시각장애인 이재서 교수(총신대)는 장애를 “사람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되는 모든 경우들”로 정의했다. 김영희 교수 또한 이에 동의하며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인일 수 있고, 신체적 장애의 경우에도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먼저 기독교 상담자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자신의 삶의 용어로 해석해 자신의 문제를 기독교 신앙의 내용, 즉 하나님의 관점으로 해석하게 돕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상담은 장애라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도록 돕느냐가 중요하며, 이는 우리가 삶의 여러 국면에서 만나는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극복하기도, 좌절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앙이 좋다고 해서 위기가 오지 않는다거나 질병이나 장애를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질병과 죽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타락한 현실에서 피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절망을 넘어 살아갈 소망을 찾아야 하고, 이때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한 내면에 품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들의 밑바닥에 있는 감정들을 드러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인생에 대한, 위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이 열리게 도울 수 있으며, 카타르시스도 경험하고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면서 자기 가치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데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 고통을 삶의 의미를 찾는데 사용할 때 고통은 절망의 표현에서 소망의 사인(sign)으로 바뀜”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도와주면서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모습을 재점검하고 재평가해 치유를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장애의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고, 생명을 주는 모습은 확인시키고 부정적인 모습들은 버리게 해 자신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확인하고 치유와 소망을 자아내는 하나님의 모습을 찾게 도와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하나님을 바로 이해할 때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생기고, 더 나아가 문제와 삶에 대한, 또 그 배후에 있는 다른 인간과 세상에 대한 바른 이해와 새롭고 객관적 관점이 생기면서 문제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며 그 근거를 삶의 위기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는 위기 극복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임재와 신실함은 교리적으로 선포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서 만나는 위기 속에서 경험돼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영적인 차원으로 뛰어넘기
김영희 교수는 “위기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갈 바를 보여주고, 상처입은 치유자로서의 하나님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불완전함 속에서도 희망과 힘을 준다”고 분석했다. 고통 속에서도 생명의 존귀함, 인생의 의미와 목적,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자존감 회복, 전인적인 성숙을 추구해 간다면 장애는 더 이상 ‘고통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질병과 사고는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가 의존하는 가치를 묵상하게 하며,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허락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C. S. 루이스가 “하나님은 쾌락 속에서 우리에게 속삭이시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소리치신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이라고 했던 말처럼, 고통의 원인은 알지 못해도 고통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게 되면 절망을 딛고 소망을 찾아낼 수 있다. 루이스는 그런 의미에서 고통을 “살균 소독된 약”으로 불렀으며, “고통은 인간에게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다 우리 것이다’는 환상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통은 부활신앙을 다시금 일깨운다. 부활신앙은 우리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일깨워 고난에 직면할 힘을 줄 뿐 아니라, 절망적이고 허무한 현실에서 소망을 제공하고, 고통을 부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새로운 비전과 개념을 준다.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를 당한 사람들에게 성경의 부활신앙은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우리의 몸이 영광스러운 몸을 입을 것을 말하고 있으므로, 장애를 통해 삶에서 그 의미를 깨닫고 은혜를 누리는 기회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이러한 영성은 자신에게 평안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무언의 은혜’를 끼칠 수 있다. 앞서 ‘실천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을 강의한 박종석 교수(서울신대)는 헨리 나우웬(Henry J. Nouwen)이 하버드대 교수직을 버리고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 라르쉬(L’Arche)를 찾아간 것을 두고 “이곳에 진정한 영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으며,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미완성작 론다니니(Rondanini) 성당의 피에타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받는 강렬한 영적 충격을 두고도 “장애인을 연상시키는 이 미완의 조각이 사람들을 지극한 영성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예는 한국 나환자촌에서 성경을 다 외워서 읽는 신앙인들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으며, 앞서 말한 이지선 씨 같은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점을 놓고 장애인과 관련된 영성을 “비정상 또는 미완성의 형체가 끼치는 완전하고 충만한 영성”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에게 절실한 ‘자존감’과 ‘온전함’의 의미
성취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게 되면 자신을 ‘짐이 되는 존재’로 여겨 자존감이 위축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때 “하나님은 외모나 성취를 보지 않으시는 분이며, 하나님 눈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구원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저 주시는 구원을 받고보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주고 산 존재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아름다운 존재”라고 강조했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나 장애를 당하지 않은 상태로 소극적 정의를 내리기 쉬운 ‘건강함’과 ‘온전함’의 의미도 “신체 기능의 적절한 조화와 활발한 기능”이라 정의해야 하고,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인격적 면을 포함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심신 기능의 일부를 잃은 것만이 장애가 아니라, 육신과 정신이 온전해도 극도로 이기적이거나 남에 대한 개념이나 배려가 전혀 없어 어울려 살지 못하는 것도 온전한 모습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경에서도 건강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육체적, 정신적, 육적, 영적 의미를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역동성을 지닌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끝으로 “장애의 위기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느끼고, 심리적·감정적 상처가 치유받으며 가난한 심령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렇듯 온전함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화의 단계를 거쳐 영화로운 몸을 입는 영화의 단계에 이를 날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법, 신앙의 묘미를 느끼며 사는 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상담자는 이렇듯 장애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참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독특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상담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새롭게, 좀더 건강을 자아내는 방법으로 경험하게 도울 수 있다는 말로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세계밀알(총재 이재서 교수)에서 장애인 신학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김 교수 외에도 ‘신약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복음서에 나타난 장애관련 구절분석(이재서 교수)’, ‘조직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장애인을 위한 언약 공동체 신학(정승원 전 합신대 교수)’, ‘역사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한국교회사적 고찰(박응규 아신대 교수)’, ‘실천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기독교 장애인 교육의 목적(박종석 서울신대 교수)’ 등의 강의가 이어졌으며, 각각 김한옥 교수(서울신대), 오성종 교수(칼빈대), 주도홍 교수(백석대), 이계윤 교수(나사렛대) 등이 논찬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희 교수는 ‘기독교 상담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신앙은 장애의 위기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황규명 교수(총신대)가 이를 논찬했다.
장애인에게 ‘장애’라는 상황을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에서 열린 일곱번째 장애인 신학학술세미나에서 김영희 교수(아신대 상담학)가 이에 답했다.
장애라는 상황을 해석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89%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입고 있고, 사고(36.6%)보다 질환(52.4%)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각 사회복지기관들은 11%를 차지하는 선천적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입게 되면 자신 및 가족의 심리적 문제와 생계 문제, 가족의 역할 혼란, 의료비 등 스트레스적 요인들이 문제로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장애를 진단받게 되면 삶의 의미나 사는 목적, 삶의 가치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하며 회의에 빠지게 된다. 김 교수는 “이런 의미나 가치 차원에 대한 질문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질문이며, 특히 기독교 신앙적 차원, 신앙과 영성에 대한 질문이 된다”고 밝혔다.
슬픔·비탄→분노·절망감→수치심·자존감 상실
김영희 교수는 장애 진단시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인이 됐을 때 감정의 흐름을 알아야, 올바른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입게 되면, 먼저 상실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데 시간이 걸린다. 구체적으로 처음에는 슬픔이 찾아오고, 장애로 인해 격리되거나 버림받는 것과 신체부위를 잃거나 상실한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낙담이 찾아오며, 남에게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도 시달리게 된다.
이후에는 우울해지면서 비탄에 잠기거나 안달감이 둘다 문득 분노가 치밀거나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이 엄습한다. ‘남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하는 화가 나고, 가족·친구들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화가 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세상에도 화가 난다.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고통스런 자신과 상관없이 잘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에 분노가 다시 일어난다. 심한 고독감과 실망감, 절망감에 압도당하게 되며, 신체 모습에 변형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자아상에 도전을 주고 성정체성을 흔들리게도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뒤에는 ‘하나님’이 있다고 하는데서 가장 화가 날 수 있다. 특히 크리스천들이 장애를 입게 되면 하나님에 대한 섭섭함이나 분노의 건강한 표현 역시 허락되지 않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분노를 인정하는 대신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허락하시는지 혼돈스러움을 느끼면서 삶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고통의 문제’, 삶의 의미 발견으로 승화해야
‘장애’를 기독교적으로 바르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비단 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신체적 장애’까지는 아니라 해도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이나 고통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며, 새벽부터 눈물로 기도하거나 하나님에 대해 오해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하나님을 등지기도 한다. 앞서 ‘신약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을 강의한 시각장애인 이재서 교수(총신대)는 장애를 “사람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되는 모든 경우들”로 정의했다. 김영희 교수 또한 이에 동의하며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인일 수 있고, 신체적 장애의 경우에도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먼저 기독교 상담자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자신의 삶의 용어로 해석해 자신의 문제를 기독교 신앙의 내용, 즉 하나님의 관점으로 해석하게 돕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상담은 장애라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도록 돕느냐가 중요하며, 이는 우리가 삶의 여러 국면에서 만나는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극복하기도, 좌절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앙이 좋다고 해서 위기가 오지 않는다거나 질병이나 장애를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질병과 죽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타락한 현실에서 피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절망을 넘어 살아갈 소망을 찾아야 하고, 이때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한 내면에 품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들의 밑바닥에 있는 감정들을 드러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인생에 대한, 위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이 열리게 도울 수 있으며, 카타르시스도 경험하고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면서 자기 가치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데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 고통을 삶의 의미를 찾는데 사용할 때 고통은 절망의 표현에서 소망의 사인(sign)으로 바뀜”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도와주면서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모습을 재점검하고 재평가해 치유를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장애의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고, 생명을 주는 모습은 확인시키고 부정적인 모습들은 버리게 해 자신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확인하고 치유와 소망을 자아내는 하나님의 모습을 찾게 도와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하나님을 바로 이해할 때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생기고, 더 나아가 문제와 삶에 대한, 또 그 배후에 있는 다른 인간과 세상에 대한 바른 이해와 새롭고 객관적 관점이 생기면서 문제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며 그 근거를 삶의 위기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는 위기 극복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임재와 신실함은 교리적으로 선포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서 만나는 위기 속에서 경험돼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영적인 차원으로 뛰어넘기
김영희 교수는 “위기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갈 바를 보여주고, 상처입은 치유자로서의 하나님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불완전함 속에서도 희망과 힘을 준다”고 분석했다. 고통 속에서도 생명의 존귀함, 인생의 의미와 목적,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자존감 회복, 전인적인 성숙을 추구해 간다면 장애는 더 이상 ‘고통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질병과 사고는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가 의존하는 가치를 묵상하게 하며,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허락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C. S. 루이스가 “하나님은 쾌락 속에서 우리에게 속삭이시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소리치신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이라고 했던 말처럼, 고통의 원인은 알지 못해도 고통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게 되면 절망을 딛고 소망을 찾아낼 수 있다. 루이스는 그런 의미에서 고통을 “살균 소독된 약”으로 불렀으며, “고통은 인간에게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다 우리 것이다’는 환상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통은 부활신앙을 다시금 일깨운다. 부활신앙은 우리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일깨워 고난에 직면할 힘을 줄 뿐 아니라, 절망적이고 허무한 현실에서 소망을 제공하고, 고통을 부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새로운 비전과 개념을 준다.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를 당한 사람들에게 성경의 부활신앙은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우리의 몸이 영광스러운 몸을 입을 것을 말하고 있으므로, 장애를 통해 삶에서 그 의미를 깨닫고 은혜를 누리는 기회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이러한 영성은 자신에게 평안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무언의 은혜’를 끼칠 수 있다. 앞서 ‘실천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을 강의한 박종석 교수(서울신대)는 헨리 나우웬(Henry J. Nouwen)이 하버드대 교수직을 버리고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 라르쉬(L’Arche)를 찾아간 것을 두고 “이곳에 진정한 영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으며,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미완성작 론다니니(Rondanini) 성당의 피에타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받는 강렬한 영적 충격을 두고도 “장애인을 연상시키는 이 미완의 조각이 사람들을 지극한 영성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예는 한국 나환자촌에서 성경을 다 외워서 읽는 신앙인들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으며, 앞서 말한 이지선 씨 같은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점을 놓고 장애인과 관련된 영성을 “비정상 또는 미완성의 형체가 끼치는 완전하고 충만한 영성”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에게 절실한 ‘자존감’과 ‘온전함’의 의미
성취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게 되면 자신을 ‘짐이 되는 존재’로 여겨 자존감이 위축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때 “하나님은 외모나 성취를 보지 않으시는 분이며, 하나님 눈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구원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저 주시는 구원을 받고보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주고 산 존재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아름다운 존재”라고 강조했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나 장애를 당하지 않은 상태로 소극적 정의를 내리기 쉬운 ‘건강함’과 ‘온전함’의 의미도 “신체 기능의 적절한 조화와 활발한 기능”이라 정의해야 하고,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인격적 면을 포함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심신 기능의 일부를 잃은 것만이 장애가 아니라, 육신과 정신이 온전해도 극도로 이기적이거나 남에 대한 개념이나 배려가 전혀 없어 어울려 살지 못하는 것도 온전한 모습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경에서도 건강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육체적, 정신적, 육적, 영적 의미를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역동성을 지닌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끝으로 “장애의 위기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느끼고, 심리적·감정적 상처가 치유받으며 가난한 심령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렇듯 온전함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화의 단계를 거쳐 영화로운 몸을 입는 영화의 단계에 이를 날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법, 신앙의 묘미를 느끼며 사는 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상담자는 이렇듯 장애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참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독특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상담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새롭게, 좀더 건강을 자아내는 방법으로 경험하게 도울 수 있다는 말로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세계밀알(총재 이재서 교수)에서 장애인 신학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김 교수 외에도 ‘신약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복음서에 나타난 장애관련 구절분석(이재서 교수)’, ‘조직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장애인을 위한 언약 공동체 신학(정승원 전 합신대 교수)’, ‘역사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한국교회사적 고찰(박응규 아신대 교수)’, ‘실천신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기독교 장애인 교육의 목적(박종석 서울신대 교수)’ 등의 강의가 이어졌으며, 각각 김한옥 교수(서울신대), 오성종 교수(칼빈대), 주도홍 교수(백석대), 이계윤 교수(나사렛대) 등이 논찬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희 교수는 ‘기독교 상담학적 접근에서 본 장애인-신앙은 장애의 위기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황규명 교수(총신대)가 이를 논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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