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찾은 낯선 땅 미국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던 K 씨.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청전 벽력같은 '암'. 지금까지 성실히 살아왔던 그였기에 더욱 '왜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하나'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원목 L 목사님의 모습에 그는 서서히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다른 뜻'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이처럼 원목은 환자들이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목은 환자들의 고통과 신음 속에서 함께 고통당하고 있는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깨닫게 해주고 이미 그들의 삶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한다. 인간의 육체적 아픔은 정신적이고 영적인 불안전한 상태를 야기시켜 그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도록 만든다. 이에 원목은 환자들에게 전능한 하나님을 만나게 함으로 그들 스스로 소망을 얻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에 보편화된 원목제도는 종교기관에서 세운 병원뿐 아니라 일반적인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정신적 치료를 중요시하며 각 병원에 종교실이란 이름으로 원목 활동을 보장해주고 있다.

원목은 병원 치료팀의 일원으로 환자나 직원들에게 크리스천의 현존으로서 Healing ministry의 중심이다(김경래, 병원선교와 원목). 또한 그들의 삶을 통해 환자들이 하나님의 현존과 사랑을 경험하도록 말과 행동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목회자라고 정의(로렌스 E.홀스트. 원목자의 역할과 많은 기능들)할 수 있다.

본지는 지난 2006년 12월 설립된 미한인 원목협회 회장 은용기 목사를 만나 원목협회가 생기게 된 계기와 역할, 중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원목협회는 현재 미 전역 15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오는 6월 비영리단체로 주정부에 등록하려는 이 단체는 비교적 한인들의 진출이 뜸한 원목 사회에서 한인 원목의 네트워킹과 정보 교환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편집자 주-


"뉴욕에 한인들이 많은데, 그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한국인보다 미국인 원목이 그들을 상담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화및 언어적 차이로 서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에 1)한국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의 원목들에게 한국의 문화적, 정서적 배경 등을 설명함으로 한인 환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의 방법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2) 한인 원목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교육도 하며, 미국에 있는 한인 목회자들에게 체계적인 임상목회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3)한국내 원목들이 미국과 연결되어, 잘 발달된 원목시스템을 접하여 한국원목 시스템과 임상목회교육을 선진화 및 활성화 하도록 돕고자 하며, 4)정기모임을 통해 서로 돕고, 정보교환을 하고자 합니다"

은용기 목사(콜롬비아 대학병원 원목)는 4가지 목적으로 협회가 만들어 졌다며 배경을 설명한다.

원목은 일반적 목회자와 사역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기에 병원의 조직과 환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은 항상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며, 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불안 등으로 정신적으로 약해진 환자들은 육체적·정신적·영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의사가 육체적 치료를 한다면, 원목은 환자들에게 정신적·영적 도움을 줘야 한다.

그는 "중병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환자에게 단지 '믿음 가지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고통과 고난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과 함께할 때 환자들은 자신이 버림받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랑받기에 합당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며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역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원목이 되기 위해서는 목사 안수 후 보통 3년여의 교육 및 훈련 과정을 밟아야 한다. 임상목회 교육 인턴 과정 후, 1년 이상의 레지던트 과정, 그리고 환자들을 만나 많은 임상경험의 기간을 거친 후에야 전문적인 원목으로 사역할 수 있다. 원목은 환자들에게 상담자·안위자·전도자로서 영적인 부분을 돌보는 치유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은 목사는 "병원에서의 환자와의 만남은 성스러운 만남이다. 병실 환자의 아픔을 이해할 때 그들은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치유하고 위로한다는 것'을 느끼며,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며 "내가 아팠기에 그들의 '왜'라는 질문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은용기 목사는 1살 때 소아마비를 앓으며 어려움들이 많았지만, 그것이 결국 원목의 길을 가도록 만들었으며 사역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은용기 목사는 "어렸을 때 하나님께 '왜 나입니까? 왜 내게 이런 아픔을 겪게 만드십니까'란 질문을 많이 했었다"고 회상한다. 그때마다 그 질문들에 아무런 응답이 없는 듯 하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고통스러운 질문의 과정 중에서도 하나님은 그 고통과 아픔을 통해, 환자들의 아픔과 고난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 주셨을 뿐 아니라 또한 다른 많은 삶의 고난과 역경을 지혜롭게 인내하며 이겨는 능력을 길러 주셨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강단에 서다가, 토론토대학교 낙스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하며 '아픔의 경험들이 단지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아픔이 대단한 목회적 자산이 되더라"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개인적으로 겪은 고통과 고난에 대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환자의 아픔과 고통을 위로하는 원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삶의 과정과 경험을 이용해 환자를 돌보는데 사역을 하게 됐다"고 원목이 된 계기를 언급했다 . 은목사는 목사안수후, 임상목회 레지턴트, 임상목회수퍼바이저 훈련 등을 통해 현재컬럼비아 대학병원에서 원목으로 있으면서 또한 원목인턴들을 지도하고 있다.

은목사는 “미국의 많은 신학대학원에서는 임상목회교육이 필수나 선택과정으로 되어있고,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목사안수의 필수과정으로써, 임상목회교육 인턴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임상목회교육이라는 용어차체를 생소해하는 실정”이라며, 임상목회교육이 한국의 현재와 미래의 사역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보통 미국병원에서의 원목은 2-3명 이상으로 은용기 목사가 올해 초부터 근무하고 있는 콜롬비아 병원은 10명 이상의 원목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 한인 원목은 은 목사가 유일하다. 은용기 목사는 "환자들이 다민족이지만, 지금까지 원목은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콜롬비아 병원만 해도 히스패닉과 흑인환자들이 많으며 동양인 환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문화및 정서적 이해가 중요하기에 다민족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원목이 있으면 좋다. 병원에서도 다민족으로 원목을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인들을 당황스러울 때 아픔이나 고뇌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기에 한인 원목이 한인들을 상담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 언급한다.

한편, 일 년에 4차례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는 원목협회는 오는 6월 모임에는 세미나와 아웃리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은 목사는 "원목협회의 회원들은 갈보리 병원의 윤승진 목사, 윈쓰롭 병원의 박민정 목사 퀸즈 뉴욕 메디컬 센터의 김은주 목사 등 뉴욕주에 많이 있지만 플로리다주의 데이빗 황목사, 미조리주의 윤영 목사 등 15여명이 활발히 사역하고 있다" 며 "원목협회에 아직은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병원에서 원목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임상목회 교육을 받고 있는 한인목회자들이 더 많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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