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기쁨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울기 시작합니다. 주은이도 슬픈 기색을 하며 손을 들어 '빠이빠이'를 합니다.

지난 월요일 오후, 그동안 정들었던 로체스터를 떠나가는 김종후 집사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삿짐센터에서 부지런히 짐을 나르고 있었고, 집사님 내외는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주은이는 로체스터를 떠나는 것을 모르는 듯, 아빠가 틀어놓은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발견한 주은이와 기쁨이는 이내 하나가 되어 이곳저곳 몰려다니며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5년 동안, 김종후 집사와 정혜연 집사는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보내주신 일군들로서 최선을 다하신 분들입니다. 물론 우리 교회 내에 숨은 일군들이 많지만, 김종후 집사의 경우는 저와 같은 학번으로 마치 친구처럼 제 곁에서 묵묵히 하나님의 일을 도와 왔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스스로 자청해서 해 주었고, 남들이 가고 싶지 않는 장소에도 어김없이 나와서 그 일들을 묵묵히 해주었습니다. 미국교회와 함께 하는 'church work day'때에도 언제나 우리 교회를 대표해서 김재길 집사와 함께 땀을 흘려 주었지요. 때로는 '듣기 싫은 소리'도 해주면서, 저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때로는 실수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말씀 안에서 뉘우치기도 하시고, 실제로 변화된 삶을 보여주면서 함께 5년을 보내왔습니다.

지난 5년을 돌아봅니다. 제가 부임하자마자 김창규 권사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정작 교회의 중요한 재정 서기 일을 맡아 주었습니다. 재정 처리에는 까다롭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은 데, 한 번도 불평을 않고 그 직임을 감당했습니다. 성가대가 5-6명이던 시절, 특히 형제들이 부족하던 때에, 매주 성가대 자리를 지켜 주었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립싱크입니다." 하지만 집사님이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성가대에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교사로 봉사한 것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교사의 자리를 모두 마다할 때, 집사님은 교사의 자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켜주었습니다. 그 헌신 때문이었는지, 성가대나 교사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자원이 풍부해졌답니다. 바쁜 중에도 소망 목장과 충성 목장을 목자로서 섬겨주었고, 교회 홈페이지 관리 또한 도맡아 해 주었습니다.

수요 찬양 시간에 청년들과 늘 함께 해 주었고, 새벽 제단시에도 왼쪽 앞자리를 늘 지켜주었습니다. 새벽에 눈이 많이 올 때는, 30분 더 일찍 나와 성도들이 불편함 없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눈을 치워놓았습니다. 매년 두 차례 있는 '로체스터 연합청년 찬양집회' 때에도, 늘 관심을 가지며 기도모임, 준비모임, 행사진행으로 함께 해 주었습니다. 이밖에도 교인 사진달력 제작, 프린터 토너 주문, 교회 뒷정리 및 문단속... 수많은 일들을 두 분 내외가 담당했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어려운 부탁을 드릴 때에도,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그 일들을 감당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수고 뒤에 정혜연 집사의 내조가 한 몫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은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혜연 자매도 성가대와 교사로 봉사해 주었고, 또 특별히 감사했던 것은 소망, 충성, 사랑 그리고 청년목장까지 두루 돌아보며 목회자인 제가 챙기지 못하는 교우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으로 사랑으로 공궤했던 것입니다. 가정을 오픈하며 섬겨준 혜연 자매의 노고에 매번 힘을 얻었답니다.

물론 두 분 외에도 우리 교회에는 일군들이 많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헌신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헌신과 섬김이 모두 어우러져 제일교회가 이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고마운 손길들입니다. 이제 김종후 집사 내외는 떠났지만, 하나님은 남아 있는 교우들을 통해 더 많은 일들을 이룰 줄을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지면을 할애하여 두 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서도 더 열심히 하십시오. 마지막 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러움이 없도록, 더 헌신하고, 더 사랑하고, 더 내어주고, 더 희생하고, 또한 더 하나님 것으로 채워지는 귀한 두 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월요일! 잠시 얼굴을 보고자 분주한 주은이네 집에 들렀습니다. 잠시 일을 거들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함께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멘"하자, 주은이가 저희를 보더니, 슬픈 기색으로 "빠이빠이"를 합니다. 이제 주은이와 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기쁨이도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합니다. 제 아내도 덩달아 눈물을 흘립니다. 8년간 제일교회에 귀한 일군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이제 이들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귀한 사역을 시작할 줄 믿습니다. 더불어 우리 교회에도 더 많은 일군들을 세우셔서 하나님의 귀한 일들을 이루어 가실 줄 믿습니다. "잘 가세요! 건강하시고 그곳에서도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가지고 하루하루 승리하시길 기도할게요!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