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지 5년, 사망 추정일로 4년, 납치용의자 검거 2년째를 지나온 김동식 목사의 송환촉구 운동이 조만간 '국내 울타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중앙교회 본당에서 발족된 <김동식 목사 송환촉구 국민기도회>에서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김 목사의 납북문제를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날 내비췄다.

도희윤 사무총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김 목사의 근황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범시민서명운동을 범기독교 및 종교계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 사무총장은 경과 보고를 맺으며 "만일 김동식 목사가 순교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것은 김정일 정권에 의한 살인행위로 인한 것이다"며 "이같은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 재소도 검토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랍탈북인권 연대의 활동 계획에는 범국민송환촉구 기도회 및 집회 개최와 더불어 유엔 청원활동을 통한 국제연대사업을 강화하는 안도 포괄하고 있다. 송환을 위한 기도회는 매달 1회씩 개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예장 고신총회 임종수 총무는 한기총 총무단에 정식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 인터뷰에서 '교단 차원의 한계'를 설명한 임 총무는 "126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기총 총무임원회에 일임해 김 목사의 송환 촉구안을 정식으로 상정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납북사건에 대한 전 교단의 결집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현재 정부의 입장표명을 기다리는 상태'이며 '이후에 추가될 요청에 따라 역할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천일 총무를 대신해 참석한 박요셉 국장은 "이번 기도회가 북한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 북한 정부의 속성에 대해 바르게 아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피랍탈북운동본부등이 진행하는 일들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목사 "탈북문제 무관심은 진보의 대실수"

이날 기도회에는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도 참석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서경석 목사는 "다행히 사회책임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생사확인과 송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서경석 목사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지난 1년간 고민해왔다"며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하다 '더이상 못참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현재 입장을 밝혔다. 서 목사는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본부를 발족할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에는 식량 전달을 위해 7번이나 북한을 다녀왔어도 탈북자 문제는 외면해왔다"고 전제하고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 주변사람들부터 말리기 시작했다"며 본인에 대한 색깔규정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 목사는 "최근 들어 본인에게 보수처럼 말한다는 말이 많다"며 "이 문제(탈북자 문제)까지 말하면 꼴통 보수로 찍힌다며 주변사람들이 말렸다. 그러나 보수나 진보로 찍힐 것을 두려워 하며 자신의 행동을 판단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진보의 큰 실수"라고 지적한 서경석 목사는 "우리사회가 진보되기를 바란다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이땅의 지식인으로서 수치"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대북관과 관련,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흔드는 일은 안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 밑바닥에는 탈북자, 김 목사의 이야기는 북한을 흔드는 일이란 전제가 있다"며 "내 결론은 그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가리켜 '북한붕괴론자가 아니다'고 말한 서 목사는 "북한의 'soft lending(순조로운 착륙)' 을 원한 본인은 북한돕기에 8년동안 봉사했지만 지금에와선 매우 좌절감에 빠져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붕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변화를 촉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힌 서 목사는 현 북한의 실상에 대해 "경제뿐 아니라 정치, 인권문제의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결국 북한의 모순이 누적되면 모든 나라들이 결국 북한을 무너뜨리는 방법외에 결론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균형잡힌 대북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서 목사는 "설령 남북교류에 차질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이게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며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의 한 영역에 흡수하도록 방치한다면 결코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한국교회또한 동역자 차원뿐만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지고 김 목사의 송환운동을 전개해야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목사 사모, 항암치료는 마무리 중...정신적 충격은 '여전'

이날 설교에는 김성호 목사(전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가 맡았다. 마태복음 25장을 본문으로 "옥에 갇히신 예수"라는 주제로 설교한 김 목사는 특히 한국교계의 무관심에 대해 지적했다.

김 목사는 어느 유명한 목사의 꿈이야기를 인용해 "도움을 청하는 나병환자를 뒤돌아서는 순간 슬픈 빛을 띄신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봤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간증하며 "김 목사를 위한 우리의 기도와 관심의 부족을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현 북한 정권체제에 대한 시국관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김 목사는 "북한 김일성 체제가 무신론 악령이 지배하는 우상 독재임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며 "환상적 통일론을 그대로 따라가는 무지와 회개를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장 고신총회장 조재태 목사는 격려사에서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를 비유로 들어 "동족에 대해 헌신한 김 목사였지만 헌신적인 요셉을 유혹했던 보디발의 아내와 같이 북한은 김 목사를 회유했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결국 유혹을 물리친 것은 선교정신이였다"며 "세상은 선을 악으로 갚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그렇지 않으며 악인의 승리는 오래가지 않는다"며 유족들을 격려했다.

김동식 목사의 처남인 정세국씨가 가족호소문을 낭독하며 정부의 공식적인 생사확인을 호소했다. 김 목사의 사모는 현재 미국 시카고지역의 휴양소에 거주하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국씨는 "(사모는) 현재 유방암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는 거의 마쳤으나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인터뷰는 아직 민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송환 촉구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추진 선언문>은 북한 당국의 납치사실 시인과 생사확인 및 송환,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생사확인과 북한 당국에 송환 촉구와 한국교회는 생사확인 에 적극 동참, 조직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참석이 예정됐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미국 부시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출국했으며 박문수 의원은 각각 탈북자 실태파악을 위해 동남아 현지에 파견조사를 나가 이날 불참했다며 행사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