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인 길희성 교수(서강대 불교학)는 '나는 종교다원주의자'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보살예수>를 발간, 최근 신학계와 한국교회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다원주의 논쟁이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길희성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판 동기와 함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길교수의 학자적 관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길교수는 대학시절과 유학시절 불교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기독교와 불교라는 두 종교간 창조적 대화의 출구를 뚫어내고 싶었다"고 전한다.

<보살예수>의 출판동기를 알고 싶다. 각 종교들이 갖고 있는 배타적인 자세를 지적하고, 열린 자세로 다른 종교들의 자유를 인정함으로써 크리스천으로써 선교적인 측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살예수>를 집필한 것인가, 아니면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앙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 위함인가.

"나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고 그분을 나의 주님으로 인정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기독교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책을 어떤 변증법적인 측면에서 또는 선교학적인 측면에서 쓰지는 않았다.

다만 본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불교나 기독교나 그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못하는 독선적인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서 상대방의 훌륭한 점을 봐줄 수 있는 열려 있는 자세를 권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선교학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변증이 목적은 전혀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서서 상대방을 이해할 줄 아는 대화의 출구를 뚫고 싶었던 것이다"

<보살예수>를 바라보는 복음주의 신학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교회 복음주의 신학계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은 결국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예수없는 시대 태어났거나 예수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구원받았겠는가? '오직 예수' 없이는 구원불능을 주장하는 근본주의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선하게 살았던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몰랐던 것이 그들의 책임이었겠는가?

그리스도를, 역사적인 예수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하나님을 믿었다고 생각한다. 진리로서의 그리스도, 우주적인 그리스도, 로고스로서의 그리스도, 그 그리스도는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도 활동했으리라 본다.

이 외에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길을 보이셨다. '양심, 심성, 자연만물, 역사 등을 통해서도 하나님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일반계시적 신학이론과 마찬가지로 불교 및 타종교, 여러 사상들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을 알 수 있고 진리를 알 수 있는 여러 다른 모습들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주의자들, 문자주의자들과 이런 입장에서 대화할 때 충돌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많은 신학자들이 알게 모르게 종교다원주의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종교의 이름이 서로 다르다는 것만을 이유로 타종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너의 종교는 구원이 없다', '틀렸다', '수준낮은 종교'라고 단정짓는 식의 사고방식은 기독교 스스로 천박하고 편협하다는 평가를 받아 기독교인들에 대한 오해를 받도록 스스로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살예수>가 선교를 위한 종교간 대화와 변증의 차원이 아니라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던져주는 신앙적 차원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는가

"타 종교에 대한 이해는 도리어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아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종교에 구원이 있는가' '너는 틀리고 나는 옳다'는 식의 사고는 상징체계, 매개체 그 자체에 얽메여서 무한한 진리의 세계를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제약하는 것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완벽한 종교란 없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지만 타종교들에도 저마다 훌륭하고 배울 점이 있다.

이것을 등산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산에 올라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험란한 길, 쉬운 길, 우회로도 있고 직선로도 있는데 결국 정상에 가면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여러 길이 여러 모양으로 존재하지만 이것은 정상으로 가는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이 정상은 아무도 가본 사람이 없다. 그러니 정상에 대해서 각자 자기가 보는 대로 이해하지만 정말 알고 보면 하나님 외에는 정상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정상에 가보면 모두가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타종교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로에 대해 공부하며 변해야 하고 또 변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 말하지만, 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기독교를 더 깊이 또 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젼은 어떤 것인가

"여러가지 정황으로 봐서 하나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와 사랑,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속성에 대해서 고려해본다면, 우리가 지상에 사는 동안에는 한 종교에 몸을 담고 한 종교 안에서 살지만 사후에는 그 모든 제약을 벗어날 테니까 오히려 종교간의 장벽마저 떠나서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과 하나되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 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기독교의 편협성만을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열린 자세를 배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종교 가령 불자들도 자기들이 최고라며, 기독교에 대한 배타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들도 기독교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어느 종교나 독선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다만 진리와 절대자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이 책을 집필할 때, 불자들보다는 내가 개인적으로 더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썼다.

종교와 사회간 분쟁과 갈등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타종교간 서로에 대한 미움과 배타성이 '무지'와 '편견'이라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에 이런 문제들을 시정하고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불교와 그리스도의 창조적인 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보살예수' 라는 이 책이 비판에 목적이 있다고 오해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주고자 하는 교훈을 주목하길 바란다.

이 책이, 그리고 인터뷰한 내용이 종교를 어떤 경직된 실체로 생각하는 것이 기독교나 불교에게 있어 금물임을 알고, 자신이 접하고 있는 기독교신앙이 참다운 신앙인가 검토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