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리빙스턴, 우리나라 최초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 등 많은 훌륭한 선교사들을 배출해 온 세계선교협의회(CWM, Council for World Mission) 선교부 총무 금무섭 목사가 대만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지역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잠시 들렸다. 13일 오전 9시 비행기로 대만으로 출국한 금 목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교단과 교세확장을 위한 정복적인 선교사역을 하는 일부 한국선교사들의 사역을 지적하고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19세기 유럽의 식민주의와 선교가 함께 이뤄지면서 선교 정복주의와 비슷한 형태의 선교가 일부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현지 문화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한국 교회문화를 그대로 심거나, 한국의 지교회를 세우려는 일부 선교사들의 선교는 현지에서 자칫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CWM의 경우 1795년 런던선교회(LMC, London Missionary Society)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그러나 1970년대 아프리카 교회에서 선교사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유럽교회의 지교회로서의 종속적 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1977년 CWM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선교지 위주의 선교로 전환했다.

이후 CWM은 물적, 인적, 영적인 선교자원을 공유하고,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현지교회의 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교적 일치를 추구해 왔다. 또한 '하나님의 지식이 많아서 배우지 않아도 될 사람이 없으며, 하나님의 지식이 많지 않아도 가르쳐 줄 것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입장에서 모든 교회가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도록 했다.

한편, 작년 스코틀랜드에서는 3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CWM 총회가 열려, 4가지 중기적인 선교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에큐메니컬 선교에 더욱 앞장 설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첫번째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신자유주의에서 '시장이 세계를 구원한다'는 주장에 반발한 것이다. 구원은 경제의 문제가 아닌 신앙의 문제로 신자유주의의 대안적인 경제체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두번째는 에이즈 보건이다. 금 목사는 에이즈는 "성, 도덕적 문제를 넘어 정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보다 성문화가 개방되지 않은 아프리카나 인도에 더 많은 에이즈 환자가 있다"며 "이 사실은 빈곤한 지역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에이즈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WM은 적극적으로 에이즈에 대응한 긴급구호, 의료봉사를 하고 에이즈가 인류의 재앙이 아닌 하나의 객관적인 질병으로 시각을 전환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또, 다인종, 다문화 목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 세계화 이후 국경개념이 사라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하면서 전통적인 주류교회개념이 사라지고 다양한 교회 공동체가 나타나게 된 것과 관계된다.

예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 다원주의에 대해 CWM은 '종교간의 대화'라기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종교간의 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모든 일은 선한 것이며, 이 일에 타종교와도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쯔나미와 같이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기독교의 힘만으로 온전히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도 연대하여 구호사역을 펼치는 것이다.

네번째 선교 프로젝트는 남성과 여성의 동역자 관계를 강화하여 성차별을 없애기로 결의한 것이다.

금 목사는 "한국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것만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처럼 전반적인 사회, 문화적 이슈에 적절히 대응할 때 종교와 이념을 뛰어넘어 인류차원의 구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알렸다.

한편, 금 목사는 14일 동아시아지역협의회에서 남아시아 쯔나미에 대한 복구지원대책을 수립하며, 이후 인도 마드리스 지역의 남인도교회를 방문, 교회 피해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인도 북동부의 미조람을 제외하고 본토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마드리스 지역은 쯔나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으며, CWM은 이미 1차 긴급복구자금을 보낸 데 이어 이 지역에서 병원시설, 선교사 파송 등 종합적 복구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