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는 '중간 회색지대' 되어줘야"

한국교회의 진보수의 양 대표격인 강원용 목사(평화포럼 이사장)와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신년대담회가 31일 CBS 공개홀에서 진행됐다. 현 시국에 대한 인식 및 국보법 등 대립 사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기대한 일반의 기대와 달리 원론적인 시국 논의에서 선을 그었다.

조용기 목사는 특히 보혁 갈등에 있어 보수세력의 자성에 무게추를 놓기 시작했다. 보수와 개혁세력간의 갈등에 대해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힌 조 목사는 " 정반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도 있고 반이 있어야 한다, 양 날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 목사는 "요사이 보수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휘어잡는 보수는 보수 꼴통이다"며 정치적인 보수와는 입장차를 벌리기도 했다.

조 목사는 세대간 갈등과 관련,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지도와 전쟁이후의 지도는 다르다'고 예를 들며 "나이먹은 사람은 옛지도를 들고 있지만 젊은 사람은 새지도를 들고 있다"며 "서로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는 것이다"며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조 목사는 한국의 세대 갈등의 대안으로 '중간 회색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회색지대가 되어야 할 곳은 정부'라 지목한 조 목사는 "이제 대통령이 관용의 어우르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씀에 기뻤다"며 "회색지대의 사람이 많을수록 한국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80대 20의 사회가 가지는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 조 목사는 그 대안으로 정부의 차등 세금징수를 들어 빈부간 형평성을 고려한 부과세 원칙을 내세웠다. 조 목사는 "잘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해서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며 "성장이냐 분배냐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투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목사의 답변이 진보수의 뚜렷한 색채가 좀처럼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강원용 목사는 "조 목사와 논쟁을 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텐데 꼭 내 생각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며 조 목사의 입장 선회에 대해 의아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