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야성을 잃어버렸다.” 두레교회 담임이자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회장인 김진홍 목사가 줄곧 강조해왔던 말이다.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에 있어 일등공신인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를 향해 “매끈하고 세련돼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초대교회에 있던 생명력과 활력이 없다”고 지적해왔다. “사자 앞에서도, 십자가 형틀 앞에서도, 돌팔매질 앞에서도 거침없이 복음을 전하며 목숨을 던졌던 사도들의 모습이 한국교회가 지녀야 할 야성의 모습”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던 것도 그같은 그의 소신과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넘게 지나 다시 만난 김진홍 목사는,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야성’이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나아가 정치참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오히려 지나친 사회참여를 경계하며 기독교의 본질, 즉 깊은 영성의 회복이야말로 ‘야성’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운동 등으로 표출된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국가의 긴급 상황에서 겨레를 살리기 위해 임시적으로 택한 방법일 뿐”이라며 현실정치 참여라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장로 대통령이 탄생한 시점에서 기독교의 역할은 적극적인 정치 개입보다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거세지는 기독교 비난의 여론에 대해서는 “반기독교 운동과 맥을 같이해 온 좌익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기 이전에 한국교회의 목회자로서,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한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부흥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각 교단과 각 지역에서 캠페인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빠지고 행사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07년 당시에는 먼저 말씀사경회가 시작됐고 회개운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회개와 말씀으로 돌아가는 기본이 취약한 채, 행사 중심으로 제2의 부흥을 이루려 하니 행사 규모에 비해 내실은 약해진 것 같다.”

참된 영성 회복이 우선, 사회참여는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

-특히 아프간 사태를 전후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급상승했다. 실추된 교회의 위상을 회복시킬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얼마 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개신교가 해야 할 일은 사회참여라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참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 회복, 즉 회개운동, 참된 영성과 영적 내면의 깊은 세계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결과로 사회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교회가 일만 많이 하려 한다. 일은 과거에도 많이 했고 지금도 많이 했다.

영성이 부족하고 소란하다는 점에서 개신교에 대해 국민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다. 또한 개교회 중심과 물량주의, 이러한 것들도 개신교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내면의 깊이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에게 구도자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기독교의 문화 역시 내면적으로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영합적이고 감상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불교와 가톨릭에는 조용하면서 깊은 영성을 요구하는 행사에 청년들이 차고 넘친다고 한다.”

-사회 참여는 누구보다 목사님께서 가장 앞장서 왔던 것이 아닌가. 목사님을 정치인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없지 않다.

“나라와 시대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잠시 한 것 뿐이지 목회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2, 3년간 겨레 살리기 차원에서 임시로 한 것이고 이제는 그 사명이 끝났다.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한다.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일정한 역할은 했겠지만 정치에 욕심이 있었으면 정계나 청와대 옆으로 갔어야 했다. 장로 대통령 당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관여할 것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 참여도 대해서도 부정적인가.

“어떠한 연합단체든지 현실 사회 참여에 지나치게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펼친 사업들이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방향을 정립할 때 교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톨릭이 그러한 면에서 성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7, 80년대 개신교가 호황기라고 불릴 때 가톨릭은 내면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은 비약적인 증가세에 있다. 하지만 교회를 기업의 브랜드 가치로 여겼던 개신교는 답보 상태에 있다.”

교회가 정치 누리려 말고 교회를 교회답게 해야
▲이명박 정부에서의 기독교 역할에 대해“정치 일선에 나서 누리려 하지 말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교회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라고 강조했다. ⓒ 고준호 기자


-17대 대선에서 장로 대통령이 선출됐다. 기독교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염원한 만큼 교회의 사명과 책임도 크다고 생각된다. 기독교계는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겠나.

“건국 초기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 국가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에는 교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교회 지도자도 약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 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에 좋은 일꾼도 많으니 이명박 정권은 긍정적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교회가 우쭐할 것도 없고 오히려 더 겸손하게 5년간 좋은 정치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정치 일선에 나서 누리려 하지 말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교회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역이다.”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이에 대한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 달라. 최근 창당을 준비 중인 기독정당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당선인을 지지한 것은 장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사명감과 국가관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불교 신자였다 하더라고 그 정도의 능력과 소신이 있었다면 지지했을 것이다. 겨레 살리기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긴급 상황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펼쳤지만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사무엘 선지자가 다윗과 사울을 세웠듯 평신도를 말씀으로 키워 좋은 정치가들을 배출한 의무는 있다. 많은 평신도들을 바로 길러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기독교 정당을 따로 만드는 것은 우려스럽다. 갈등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종교간 갈등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데 본의 아니게 사회적인 병폐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각 정당에서 누룩으로써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다. 감당하기 힘들고 성공 가능성도 적은데 안이한 발상이다. 기독교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편 가르기 하는 길이 된다.”

좌파운동과 반개신교·반미운동은 맥 같이해

-최근 공영방송에서 교회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좌파운동과 반개신교, 반미 운동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2, 3년 사이에 매년 30건 이상 신문과 TV 등의 언론에서 반개신교적 공격이 있었다. MBC의 노조 안에 반 기독교적 생각이 많다. 먼저는 그런 빌미를 제공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개신교의 좋은 면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교회 대표 원로 목사님들에게도 물론 공과 과가 있다. 하지만 교회 전체를 위해 원로로서 명예롭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반발하지 말고 정체성을 바로 세워나가며 대처해야 한다. 한기총과 NCCK 등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0년대 빈민사역에 앞장서는 등 진보적인 활동을 해오시다가 지금은 보수 우파 운동으로 전환하셨다. 늘 사회를 향해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해 오셨는데 지금은 그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사람들은 내가 진보에서 변질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변질이 아니라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숙되어 가는 것이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시대의 상황을 보며 부르심에 대해 따르는 것이지 보수와 진보에 매일 필요 없다. 성경이란 너무 광대해 좌와 우를 다 포용하는 것이다. 어떤 이데올로기에 갇히지 않는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보수 우파가 잘못되면 다시 진보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나.

사회 전체의 흐름은 좌파에서 건전한 우파로 선회하는데 이상하게 기독교 안에는 새로운 좌파가 득세하는 것 같다. 몇몇 기독청년아카데미를 보면 사회의 흐름에 뒤처져 좌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38년간 현장에서 호흡하며 고뇌를 통해 극복해왔는데 기독 청년 문화 운동에 새삼스럽게 좌파에 줄 서 있다.”

교계 연합운동 찬성하지만 내 일 하느라 충실하지 못했다

-목사님께선 일반 목회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가고 계시다. 활동량에 비해 교계 목회자들과 함께 계신 것을 보기 어려운데.

“연합운동에는 대찬성이다. 교단과 교계가 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내가 하는 일에 늘 몰입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을 뿐이다. 통합 측인데 총회도 못 나갔다. 좀 더 내면의 깊이가 있는 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종로5가 (교계 정치를 의미)는 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5년간, 그리고 그 이후에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목사님은 한국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길 원하나.

“이명박을 지지한 것이 지금의 한나라당이 좋아 지지한 것이 아니다. 바뀔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인데 지금 그런 인식이 당 안에 없다. 기득권을 유지하고 방어만 하려 하니 국민의 저항이 생긴다. 한나라당도 50% 이상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내 역할은 (이명박 장로의 당선으로) 일차적으로 끝났으니 목회자의 자리로 갈 것이다. 뉴라이트 운동도 자리가 잡혔으니 지도력을 물려주고 두레교회를 교회답게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하다. 연합운동에 앞장설 스타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