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 시비로 촉발된 종족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케냐에서 1일 폭도들이 수도 나이로비 근방 엘도레트의 한 교회에 방화해 최소 5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수백 명의 키쿠유족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교회에 폭도들이 불을 질렀으며, 이후 교회에서 도망쳐 나오는 주민들을 폭도들이 흉기로 공격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 50명이 산 채로 불에 타 숨졌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주민은 “매우 큰 무리의 폭도들이 와서 교회를 습격했다”고 증언했다.

케냐에서는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야당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에 근소한 표차로 이긴 후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키바키 대통령의 재선에 반발한 폭동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키바키 대통령은 케냐 최대 종족인 키쿠유족 출신이며 오딩가 후보는 키쿠유족보다는 적은 수지만 주요 종족인 루오족 출신이다.

이번 분쟁은 1963년 케냐 독립 이후 정치와 경제를 주도해 온 키쿠유족을 향한 타 종족들의 반감이 부정 선거 시비로 촉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이번 분쟁으로 현재까지 총 27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 독립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은 키바키 대통령 재선에 축하의 뜻을 전하지 않은 채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선거 조작 여부를 명백히 할 것과 분쟁을 서둘러 끝내는 데 주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케냐는 인구 중 45%가 개신교인이며 33%가 가톨릭교인, 10%가 무슬림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치·경제 체제를 갖춘 국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