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청년들이 집으로 떠나고, 로체스터에는 열 명 정도의 청년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성탄절 같은 명절날 혼자 지내는 것보다 더 싫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청년들이 성탄 전날 밤에 함께 뭉치기로 했습니다. 10불 상당의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사택에 모이기로 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아내가 바빠집니다. 교천 치킨을 만든다며 인터넷을 뒤져 조리법을 찾아내더니 닭을 튀기기 시작합니다. 교천 치킨은 양념장에 2-3초만 넣었다 빼는 것이 중요하다며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이어서 해물파전을 만든다며, 해물과 야채 그리고 튀김가루를 약간의 물과 함께 묻히기 시작합니다. 옆에서 애들과 제가 먼저 시식을 합니다. 음식 만들 때 옆에서 먹는 맛이 기가 막힌 것은 다 아시죠? 그런데 교천 치킨은 양이 적다며 못 먹게 합니다. 그래도 몰래 하나 빼내어 먹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이어서 불고기를 굽기 시작합니다. 맛있는 고기 냄새에 기쁨이가 먼저 달려와 high chair에 올라갑니다. 뜨끈뜨끈한 불고기 국물에 밥을 말아서, 기쁨이 한 수저, 아빠 세 수저, 맛있게 먹습니다. 동시에 새빨간 오징어 볶음이 지글지글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음식에는 매운 것이 하나 정도 있어야 한다던 아내가 닭갈비 대신 오징어를 택한 모양입니다. 보기만 해도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갑니다. 차편이 부족하여, 제가 재연이와 민이 그리고 혜진이와 정민이를 ride해 왔습니다. 무사히 첫 학기를 마친 소정이와 현수, 그리고 상철과 형기, 목자와 부목자로 한 학기 수고한 은실이와 재연 그리고 영태, UOR '대표'로 로체스터에 남은 '겸둥이' 연탁 그리고 '큰형님' 태량 형제, 일을 마치고 뒤늦게 달려온 여견……. 맛있게 저녁을 먹습니다.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찬수가 준비한 예쁜 종이에 각자의 이름을 적고,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나 하고 싶은 말을 익명으로 적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진지하게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적어갑니다. 교회에서 가져온 illuminator로 완성된 종이를 즉석에서 코팅을 하여 나눠줍니다. 모두들 자신에 대한 친구들의 글을 읽으며 흐뭇해합니다.

이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선물 교환 시간이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환 방식을 버리고, 올해는 재밌는 그리고 약간은 '전투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번호를 뽑되, 뒷사람들이 앞의 사람들이 먼저 뽑은 선물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정말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소정이는 선택한 선물들은 계속해서 빼앗기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영태 또한 마지막 '보루'로 찜한 웨그만 카드를 막판 연탁이에게 빼앗겨 버립니다. 연탁이는 영태의 선물을 빼앗은 후, 기념 촬영까지 요구해,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사진 참고) 빼앗기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윷놀이 한 판! 우리 팀이 거의 다 이긴 경기를 상대팀 현수의 빽도로 역전을 당하는가 하면, 윷놀이를 난생 처음해보는 혜진이의 네윷으로 우리 팀이 다시 따라잡기도 합니다. 낙을 했다가 '봉변'을 당한 소정이, 시도 때도 없이 빽도를 하는 현수, 윷놀이 경력 20년의 은실……. 모두들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시 환하게 웃는 이들을 돌아봅니다. 한 학기 동안 공부와 교회봉사로 열심을 다한 이들의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집으로 돌아간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든 중에서도 서로 봉사하며 헌신한 이들의 모습이 있기에, 제일 교회 청년부가 튼튼해져갑니다. 또한 이러한 청년들을 위해, 뒤에서 기도로 힘을 실어주는 어른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2007년이 저물어 갑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제 밝아오는 새해에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제일교회 식구들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벧전4:8 무엇보다도 열심으로 서로 사랑할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