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 축구가 아시안 컵에 진출하여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라디오로 생중계하던 이광제 아나운서나 또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던 매니저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선수들이 한국 김치와 고추장을 못 먹고 서양음식을 먹어서 기운을 쓰질 못했다는 일화나, 기운을 쓰게끔 하기 위해 그 지역에 사는 동포들이 불고기를 만들어다 주고, 인삼을 달여 먹이고 보약을 먹였다는 이야기는 우승한 후에 방송되는 선수들의 대담 가운데 나오던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해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이루어지고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미담(美談)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기력의 향상이 불법적인 약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 프로야구의 홈런기록을 갱신한 바 있는 베리 본드 선수의 스테로이드 사용여부를 놓고 미 프로 야구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Mitchell Report라는 미연방 상원에 제출된 보고서가 지난 주간 공개되면서 스테로이드 충격파는 2007년의 연말을 더욱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1988년 워싱톤 포스트는 호세 칸세코라는 선수가 스테로이드 사용함으로 40개의 홈런과 40개의 도루를 할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미 야구계는 스테로이드라는 약물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그 해 호세 칸세코 선수는 아메리칸 리그의 MVP에 오르게 됩니다. 스테로이드는 일종의 흥분제로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불법 마약 (performance enhancing drug)으로 구분되어 있어 스포츠계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약품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지난 10년 간에 걸쳐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미국 야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big name)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로저 클레멘스 선수와 앤디 페디트 선수가 포함되어 있어 야구팬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앤디 페디트 선수는 훌륭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선수로서 양키스 구단에 새롭게 등용된 조 지라디 감독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 외에도 금년 메츠 구단의 포수였던 폴 로두카, 타이거로 이적해 간 게리 세필드 등이 모두 스테로이드 사용에 연류되어 있는 것으로 발표되어 야구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불법 약물을 사용함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려 할까? 경쟁이 심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선수들의 고충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경기를 뛰면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을 때 그가 겪었던 스트레스는 한 마디로 "죽고 싶다"는 표현을 그의 홈페이지에 실을 정도였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스포츠가 친선의 범주를 벗어서 승리만이 그 모든 고충과 피와 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잣대가 되면서 경기력 향상에 대한 과열이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승리와 성공뿐이 없다는 생각이 모든 선수들의 마음을 지배하게 되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패배자(Loser)라는 딱지가 붙는 이 사회의 새로운 "주홍 글씨"가 이루어지면서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예견한 이 시대의 특징들이(딤후4:1-5)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리보다는 비진리를 향해 귀가 열려있고, 사욕을 좇을 스승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프로선수들은 자신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인 코치를 각 분야별로 두었고, 이러한 개인 코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불법 약물을 소개하는 중개인들이 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성공과 승리"라는 허탄한 것을 따른 결과입니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성공과 승리"라는 허탄한 가상세계에 빠져들어 올바른 분별을 할 수 없는 도덕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교회들조차 서로간의 경쟁으로 "성공과 승리"라는 허탄한 것에 물든 것처럼,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일삼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거짓 지도자의 가르침을 쫓고, 비진리를 진리인냥 받아들이는 세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과 승리"를 추구하는 마음은 뉴에이지의 조류와 맞물려서 자신 안에 있는 신을 찾아 자신을 신격화시키는 일로 조차 발전하고 있습니다.

2007년을 보내면서 우리를 돌아보며 이러한 세대적인 조류를 경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과 가정 그리고 직장을 이러한 비진리적 세대의 조류에서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주님 앞에 겸허하게 드리는 시간을 갖고 연말이 가기 전에 새로운 시각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안에 새로운 "길갈"을 이루면서 마음의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이 요단을 건넌 후, 돌단을 새롭게 쌓았던 것처럼 우리도 참된 예배를 회복하고 2008년이라는 새로운 땅의 소산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