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오래 살아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인생도 없고, 슬픔만으로 가득한 인생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쁨이 찾아왔다고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슬픔이 깊어진다고 기쁨의 가능성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이 서로 교차하며 빚어내는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젊은 날에는 기쁨을 오래 붙잡고 싶었습니다. 슬픔은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성공하면 기뻐했고, 실패하면 낙심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감사했고, 소중한 것을 잃으면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성숙이란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것입니다.
리처드 로어(Richard Rohr)는 《위쪽으로 떨어지다》(국민북스)에서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별합니다. 전반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라면, 후반부는 자신이 쌓아 올린 것 너머에 있는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후반부를 성숙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삶의 모순과 신비를 성급하게 해결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흔히 기쁨과 슬픔을 서로 반대되는 감정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깊은 영성 안에서 두 감정은 함께 머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그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며 감사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할 수 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만 마음에는 평안이 머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비롯한 복음의 일꾼들을 가리켜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고후 6:10)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씀은 슬픔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한 기쁨의 근원을 발견하라는 초대입니다. 그 기쁨의 근원은 우리의 환경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도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나사로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우셨습니다(요 11:33-35). 십자가를 앞두고 심히 고민하고 슬퍼하셨습니다(마 26:37-38). 그러나 예수님은 슬픔 속에서도 아버지의 뜻을 신뢰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고통 너머에 있는 기쁨을 바라보셨습니다(히 12:2). 예수님은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그 고통을 통과하셨습니다.
인생의 후반부에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는 모든 감정의 이유를 설명하거나 그 감정을 서둘러 정리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때로는 슬픔을 조용히 품어야 합니다. 때로는 기쁨을 조용히 음미하며 마음에 간직해야 합니다. 슬픔이 찾아오면 슬픔에게 머물 자리를 내어 주고, 기쁨이 찾아오면 감사함으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 감정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지 않고, 두 감정을 모두 하나님의 품 안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슬픔을 품는다고 희망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기쁨을 누린다고 지난 아픔을 잊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깊은 슬픔을 통과한 사람은 작은 기쁨의 소중함을 압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사람은 새벽빛의 아름다움을 압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더욱 귀하게 여깁니다. 시편 기자는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 30:5)라고 노래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외로운 밤과 울음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슬픔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넓히시고, 기쁨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주십니다.
세월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지혜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 평안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설명할 수 없는 은혜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입니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슬픔이 없는 데 있지 않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데 있습니다. 기쁨이 잠시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슬픔이 있다면 그 슬픔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쁨이 있다면 내일을 염려하느라 오늘의 선물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은 우리를 더 깊게 하고, 기쁨은 우리를 더 따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성령님은 그 모든 시간을 통해 우리를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빚어 가십니다. 인생의 후반부에 누리는 은혜는 슬픔이 사라지는 은혜가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는 은혜입니다. 기쁜 일만 이어지는 은혜가 아니라 기쁨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은혜입니다.
우리 모두 슬픔과 기쁨을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이 흐를 때는 우십시오. 기쁨이 깃들 때 미소를 지으십시오. 무엇보다 모든 계절에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주시는 깊은 평안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