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파운틴 작가.
(Photo : solas-cpc.org/jeff-fountain/) 제프 파운틴 작가.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제프 파운틴 작가의 기고글인 '은혜의 원형은 우주에서도 보기 드문 진귀한 보물이다'(The archtype of grace is a rare cosmic delicacy) 8월 5일 게재했다. 

제프 파운틴 작가는 슈만 유럽 연구 센터(Schuman Centre for European Studies)의 창립자이며 1990년부터 YWAM 유럽의 이사로 재직하며,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변화된 정치 환경에서 활동해왔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여름휴가를 맞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거나, 운 좋게 남반구에서 스키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잠시 멈춰 H₂O라는 놀라운 물질에 대해 묵상해 보자. 

우리에게 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물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희귀한 존재다. 

수소와 산소는 우주에 비교적 흔하지만, 액체 상태의 물, 특히 깨끗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놀라운 현상이다. 물은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물이 있고, 물이 사라진 곳에서는 생명도 시들어 간다. 

물은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기는 진정한 기적이다. 

투명하고 특별한 맛이 없으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자유롭게 형태를 바꾼다. 생명을 품고, 바위를 깎아내며, 불길을 잠재운다. 지구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금도 석유도 아니다. 바로 물이다. 

단순하지만 놀라운 분자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단순한 분자다. 그러나 이 원자들의 결합은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보다도 독특하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성질들을 만들어낸다. 

물은 지구의 자연환경에서 고체인 얼음과 액체인 물, 기체인 수증기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비교적 좁은 온도 범위 안에서 세 상태가 모두 나타나기 때문에 물은 매우 역동적이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물 분자는 양극과 음극을 띠는 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물은 여러 물질을 녹이는 강력한 용매가 된다. 또한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응집력과 다른 물질의 표면에 달라붙는 부착력을 지니기 때문에 둥근 물방울을 만들고 식물의 줄기를 타고 위로 이동할 수 있다. 

물은 비열이 높아 많은 양의 열을 흡수하고 저장한다. 이 성질은 지구의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막고 생명체 내부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얼 때 부피가 팽창한다는 독특한 성질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얼음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표면에 뜬다. 

이러한 성질들은 단순히 흥미로운 과학 상식에 그치지 않는다. 물이 이러한 특징을 갖지 않았다면 지구의 기후는 극도로 불안정했을 것이다. 세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식물은 땅에서 물을 끌어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얼음이 물보다 무거웠다면 바다와 호수는 바닥부터 얼기 시작했을 것이며, 수중 생태계는 심각한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우주에서 맛보는 진귀한 한 모금 

물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면서도 생명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충분한 찬사를 받지 못한 분자 설계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성간 구름과 혜성, 화성의 얼음에서도 물 분자가 발견된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마실 수 있는 액체 상태의 물은 극히 드물다. 어쩌면 지구와 같은 환경은 우주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유리잔에 담긴 물 한 모금을 마실 때, 우주에서도 보기 드문 진귀한 선물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인류는 거대한 우주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오아시스에 살아간다. 눈앞에 펼쳐진 물과 나무와 구름의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그러나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지구는 흔히 '골디락스 존'이라 불리는 영역에 자리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다. 

지구는 물이 우주로 모두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대기를 갖추고 있다. 물이 쉽게 끓거나 완전히 얼어붙지 않도록 유지하는 적절한 기압도 지니고 있다. 

또한 증발과 응결, 강수를 통해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생태계를 품고 있다. 이 모든 조건이 함께 맞물리며 지구를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든다. 

생명을 다시 일으키는 물 

물은 인간의 삶과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평균적인 인간의 몸은 약 60%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액의 대부분도 물이다. 몸속 모든 세포는 물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음식 없이 몇 주를 견딜 수 있지만, 물 없이는 며칠을 버티기도 어렵다. 

물을 마시는 행위는 단지 갈증을 해소하는 일이 아니다. 생명의 핵심적인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몸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재창조(re-creation)'와 같다. 

농업 역시 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비와 관개시설, 이슬이 땅을 적시고 작물을 자라게 한다. 농작물의 수확량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축 역시 마실 물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들이 먹는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도 깨끗한 물을 필요로 한다. 산업과 전력 생산, 제조업에서도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기계를 냉각하고, 화학물질을 혼합하며, 재료와 시설을 세척하는 데 물이 필요하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구동하는 데이터센터 역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이 시설을 냉각하기 위해 많은 물이 사용되며,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물이 소비된다. 

물이 없다면 인간의 몸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농업과 산업, 에너지 생산과 세계 경제 전체가 함께 멈추게 된다. 

정화하고 연결하는 물 

물은 우리를 깨끗하게 한다. 우리는 샤워와 목욕, 양치질과 세수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로 그릇과 옷을 씻고, 집과 거리와 도시를 청소한다. 상처를 씻어내는 데에도 물이 사용된다. 물은 인간의 몸과 생활공간을 정화하며,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과 바다, 대양은 인류 문명의 거대한 길이기도 했다. 고대의 무역과 탐험, 이주는 대부분 물길을 따라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도 국제 무역의 상당 부분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다. 해운업과 어업, 해양 레저 산업은 바다와 해양 생태계의 안정성에 의존한다. 

물은 대륙과 문화를 연결하고, 인류의 역사를 실어 나른다. 또한 물은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을 자극해 왔다. 시인과 화가, 작곡가들은 잔잔하게 빛나는 호수의 고요함부터 거대한 폭포의 웅장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물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물은 하늘을 비추고, 빛과 함께 춤추며, 파도가 되어 노래한다. 

은혜의 원형 

물은 은혜의 원형과도 같다. 대가 없이 주어지고, 자연스럽게 흐르며, 낮은 곳을 향한다. 부드럽고 겸손하지만 오랜 시간을 견디며 바위를 깎아낸다. 억지로 힘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산의 형태를 바꾼다.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가는 곳마다 생명을 가져다준다. 

물은 치유와 겸손, 용서와 회복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문화에서 물은 몸과 영혼을 새롭게 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성경에서도 물은 정결과 생명, 회복과 은혜를 나타내는 중요한 이미지로 사용된다. 메마른 땅을 적시고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물처럼, 하나님의 은혜도 인간의 가장 낮고 메마른 자리로 흘러간다. 

물은 스스로를 높이지 않으면서 모든 생명을 살린다. 그렇기에 물을 바라보는 일은 은혜를 묵상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경외에서 예배로  

물에 대해 묵상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과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기억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 안의 경외심을 깨운다. 

우리는 우주 속에 우연히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경이롭고 섬세하며 진귀한 선물들로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물 한 모금과 비 한 방울, 잔잔한 호수와 거대한 바다는 우리에게 생명이 얼마나 놀라운 선물인지를 말해준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 잊고 있었던 기적을 다시 바라볼 때 마음에는 놀라움과 감사가 피어난다. 그리고 그 감사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예배로 우리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