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믿음”(πίστις)이란 단어는 기독교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원”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단어 중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믿음은 기독교인에게 필수적인 용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구원을 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거의 대부분의 신자들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성경 구절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구절이 무엇일까?

[2]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롬 5:1).

[3] 위의 세 구절은 우리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표 구절들이다.
그러나 심히도 염려스러운 점 하나가 있으니, 이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개념이 성경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안 머레이(Iain H. Murray)가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We are saved not because of faith but through faith. It is Christ, not faith, that saves us.”

[4] “우리는 믿음 때문에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 구원받는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
우리가 구원받는 직접적인 원인은 “그리스도” 때문이고, “믿음”은 구원의 “수단”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원인”(Cause)과 “수단”(Means)이다. 정확하게는 “믿음은 구원의 원인이 아니라 구원을 받는 수단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5] “Faith is not the cause of salvation; it is the means by which we receive salvation.”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는 우리 구원의 원인(근거)이시며, 믿음은 그것을 받는 수단이다”(Christ is the cause of our salvation, and faith is the means through which we receive it)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순서를 거꾸로 생각한다.

[6] “먼저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내 믿음이 구원에 충분히 강한가?” “내 믿음이 충분히 진실한가?” “내 믿음이 하나님을 붙들기에 충분히 큰가?”그러다 보면 어느새 구원이 그리스도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내 믿음의 질에 달려 있고, 내 믿음의 강도에 달려 있고, 얼마나 내가 하나님을 굳게 붙들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7] 믿음은 구원자가 아니다. 믿음은 단지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빈 손”(the empty hand)일 뿐이다. 만일 우리가 자신의 믿음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면, 그 순간 우리는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것을 멈춘 것이다. 믿음의 강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믿음의 대상”이다.
구원은 우리가 얼마나 강하게 그리스도를 붙들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얼마나 굳게 붙들고 계시느냐에 달려 있다.

[8] R. C. 스프로울(R. C. Sproul)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안전한 것은 우리가 예수님을 꽉 붙잡아서가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를 꽉 붙잡으셔서이다.”(We are secure, not because we hold tightly to Jesus, but because Jesus hold tightly to us).
그렇다. 정확한 표현이다.
많은 이들이 “이신칭의”의 교리를 가르치고 배워왔다.

[9] “이신칭의”의 교리는 성경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성경적으로 정확한 내용은 엡 2:8절에 나온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For by grace are ye saved through faith; and that not of yourselves: it is the gift of God:”

[10] 여기에 중요한 단어 둘과 전치사 둘이 나온다. “by grace”, “through faith” 말이다. 우리가 구원받는 것은 “은혜에 의해서”, “믿음을 통하여”라고 정확하게 구분해서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구원받는 직접적인 원인은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이다. “믿음”은 “수단”의 역할을 할 뿐이다.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신칭의”(以信稱義)가 아니라 “이은칭의”(以恩稱義) 또는 “이은득구”(以恩得求)라고 말해야 한다.

[11] “For ‘by grace’ are ye saved ‘through faith’...”(엡 2:8a). 이 구절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득구이은통신”(得求以恩通信).
뭐든지 “개념 정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성경에 언급된 중요한 진리나 교리에 대해선 개념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욱 교수 칼럼 자료사진
(Photo : 신성욱 교수 칼럼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