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간에 빌헬름 슈미트가 쓴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그네 타기를 통해 깨달은 것을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한 문장이 제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에움길을 두려워하지 말라.” ‘에움길’은 제가 새롭게 만난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에움길은 순수한 우리말로, ‘빙 둘러서 가는 길’ 또는 ‘우회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뜻합니다. 에움길과 대조되는 말은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지름길을 좋아합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 합니다. 빨리 성공하고 싶고, 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때로 가장 가까운 길보다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십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은 블레셋 사람들의 땅을 통과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그 가까운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홍해 광야 길로 돌아가게 하셨습니다. “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은 가까울지라도 ... 하나님이 홍해의 광야 길로 돌려 백성을 인도하시매”(출 13:17-18). 광야 길은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입니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원하는 지름길보다 광야 길로 인도하실 때가 있습니다. 광야 길을 걸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아가게 하신 데에는 은혜로운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푸른 밤〉 마지막 연에서 에움길을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어쩌면 우리 삶도 수많은 지름길을 돌아서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하나의 에움길인지 모릅니다.
빌헬름 슈미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꾸려나갈 수 있는 삶은 극히 일부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런 삶은 없다. 삶의 대부분은 나의 의지와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어쩌면 그래서 인생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리라. 그러한 순간도 잘 헤쳐 나가는 것이 결국 삶의 기술이다. 삶은 그네다. 모든 것은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인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기대하게 한다. ”(빌헬름 슈미트,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 FIKA, 9쪽). 저도 요즈음 그네를 타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가 뒤로 물러서는 것 같고, 때로는 올라가는 것 같다가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를 에움길로 인도하실까요?
첫째, 에움길은 하나님의 보호를 경험하는 길입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자기 백성을 홍해 광야 길로 돌아가게 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지름길인 블레셋 길로 갔다가 전쟁을 만나면 두려워하여 다시 애굽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연약함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가장 빠른 길보다 가장 안전한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닫힌 문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연이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쉽게 낙심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지연은 거절이 아닙니다. 때로 지연은 하나님의 보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위험을 보십니다. 그래서 우리를 돌아가게 하십니다.
둘째, 에움길은 우리를 키우시는 광야 학교입니다. 하나님은 광야학교에서 자기 백성을 키우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40년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으로 빚어졌습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그들을 가르치시고, 훈련하시고, 준비시키셨습니다. 요셉도 꿈을 꾸었지만 곧바로 애굽의 국무총리가 된 것이 아닙니다. 그는 형들의 시기로 구덩이에 던져졌습니다. 보디발의 집에서 종살이를 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고난까지도 요셉을 키우시는 훈련의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그 기간에 요셉은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시편은 요셉에 대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곧 여호와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라 그의 말씀이 그를 단련하였도다”(시 105:19). 에움길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준비시키시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셋째, 에움길은 하나님을 바라보며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걷는 길입니다. 제가 광야 길을 걸으면서 배운 삶의 지혜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꾸준히 걷는 것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인생 전체가 추진력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끈기다. 라틴어 명언에 ‘하루에 최소 한 획이라도 그으라’는 명언이 있다. 화가 파울 클레가 그의 일기에 기록한 말이다.”(빌헬름 슈미트, 같은 책, 78쪽). 믿음의 길도 그렇습니다. 하루에 한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작은 기도, 작은 순종, 작은 감사, 작은 섬김이 우리 영혼에 추진력을 줍니다. 에움길은 빨리 달리는 길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꾸준히 걷는 길입니다.
에움길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돌아가는 길에 하나님의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담대히 걸어가십시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걸으십시오. 돌아가는 길처럼 보여도 하나님과 함께 걷는 길이라면 그 길은 결코 헛된 길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에움길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은혜를 부어 주실 것입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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