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충격의 달인!’ ‘미술계의 악마!’ ‘엽기의 예술가!’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들은 파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런던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223점 중 218점을 낙찰받아, 1993년 피카소 경매가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거둔 그의 이름은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다. 당시 낙찰금 총액은 무려 2,282억 원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2] 더욱 놀라운 건 당시 허스트의 나이가 불과 43세였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그가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고 늘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허스트는 유년 시절 두 번이나 절도로 구속되고 학업 성적도 부진했다. 하지만 사물에 대해서는 놀라운 열정을 보여 끊임없이 질문했고, 이를 통해 기존의 개념을 재해석해 내곤 했다.
[3] 1986년에는 골드스미스대학교에 입학해 미술 공부를 했는데, 당시 대학의 분위기도 사물에 대한 그의 일상에 일조했다.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보다는 주로 본질에 대한 토론 위주로 수업한 것이다. 이곳에서 허스트는 예술이란 어떤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이건 왜 예술이 될 수 없을까?’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고 했다.
[4] 이후 그는 예술계의 ‘룰 브레이커’(Rule Breaker)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됐다. 데뷔할 때도 예술계에서 하지 않는 일을 도발적으로 시도했는데, 대학 2학년 때 그는 ‘왜 미술가는 공모전이나 화랑을 통해서만 전시회를 할까?’라는 질문을 화두로 기존의 관행을 깨고 빈 창고를 빌려 ‘프리즈’(Freeze)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수백 통의 전화를 한 끝에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마쳤다.
[5] 허스트를 비롯해 당시 참여했던 작가들은 유명해졌고,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게 됐다. 허스트는 늘 일반 통념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일했다. ‘예술가는 반드시 그림을 그려야 할까?’ ‘예술가의 생각만 들어가면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든 그는 자신의 스폿 페인팅 전시회에서 지금까지 제작한 1,400여 점의 작품 중 자신이 그린 작품은 25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떳떳이 밝히면서 가장 잘 그린 조수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6] 설교학을 가르치고 설교를 하고 있는 교수와 목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설교가 가장 좋은 설교이고, 어떤 설교가 최고의 설교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설교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청중에게 들리거나 먹히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는 설교라 하더라도 성경 본문의 핵심 메시지가 콘텐츠 속에 없다면 최고의 설교라 할 수 없다.
[7] 지난 5월, 해외에서 목회 잘하고 있는 한 설교자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전달은 자신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설교를 계속 잘하려면 결국은 콘텐츠에 있어서 차별화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남들과 구별된 내용을 가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지도해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그는 현재 차세대 유망 설교자 중 최고로 손꼽히는 젊은 설교자이다. 그에게 내가 알려준 답이 무엇일까?
[8] ‘본문을 읽을 때마다 다른 이들이 묻지 않는 색다른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콘텐츠를 얻어내야 한다’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성경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의미와는 차별화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본문 속 깊은 곳에 아직도 우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서 캐내지 못한 보물들이 즐비하다. 그것들을 파헤치고 또 파헤쳐서 자신도 소유하고 남들에게도 나눠주기를 우리 주님은 학수고대하고 계신다.
[9] 내 인생 최대의 기쁨과 보람이 있다면 다른 이들이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감추인 진주들을 자주자주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맛보지 않은 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복과 누림이 아닐 수 없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기존의 통념을 뒤집어엎는 것으로 세상에 충격을 주었던 데미언 허스트처럼, 성경을 대하는 모든 그리스도인과 설교자들도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되는 '룰 브레이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