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시작되는 신앙, 다음 세대를 거룩한 그루터기로 세우다
주일학교 1~2시간으로는 다음세대 신앙 못 지켜… 가정예배 살아나야

PCCE, 가정예배와 세대 통합예배로 신앙전수 지원

저녁 8시, 남가주의 한 가정 거실, 아이들은 숙제를 마치고 부모와 함께 모였다. TV를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10분 남짓, 하루를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께서 하신 일을 기억하는 시간. 짧지만, 가정예배의 현장이다.

월드미션대학교 산하 PCCE(퍼시픽교육문화센터)는 바로 이런 순간들을 확장하고자 설립됐다. 성경의 진리와 그리스도의 정신을 교육과 문화로 전파하며, 가정과 교회를 중심으로 한 다음 세대 신앙 전수를 목표로 한다.

PCCE 디렉터 최윤정 교수(World Mission University 부총장)는 "주일학교 시간만으로는 자녀들의 신앙이 온전히 전수되기 역부족이다. 가정 안에서 신앙의 전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세대, 새로운 '미전도 종족'

위도 10-40도 미전도 종족 구원을 위한 10/40 윈도우 운동을 전개한 선교학자 루이스 부시(Luis Bush)는 선교의 개념이 이제 단순한 '지역 중심'이 아니라 연령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만 4세에서 14세 사이, 즉 유치부에서 중고등부까지 아이들은 지역과 상관없이 미전도 종족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선교는 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 집과 우리 아이에게서 시작됩니다."

이 말은 곧, 부모와 가정이 수직적 선교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뜻한다. 아이들이 교회와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가정에서 신앙을 전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북미 기독교 부모 4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정에서 자녀와 어떤 신앙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23%만이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신앙 이야기를 나눈다고 답했다. 정기적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는 가정은 극히 소수였다.

가정예배, 작은 시작이 중요하다

PCCE 행정, 연구 담담 김지용(Justin Kim) 전도사는 부모들에게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면한다. 찬양이 없어도, 특별한 예배 형식이 없어도 함께 모여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의 은혜를 기억하는 것도 충분한 예배가 된다고 말한다.

우선, 10~15분, 짧게라도 시작하라. 핵심은 '예배'라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이다. 엄숙한 분위기, 신학적인 준비가 없어도 괜찮다.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몇 시간씩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녀가 어려서 성경을 읽기가 어렵다면 성경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정예배를 드릴 때, 유의할 점이 있다. 말씀 시간이 부모가 자녀에게 잔소리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족 구성원이 다 모이지 못하더라도, 예배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배 시간을 정해두고 30분 전부터 가족 구성원에게 예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 단위로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가족 중 누군가 함께하지 못해도 나머지 가족은 예배에 참석하며, 함께하지 못한 구성원을 위해 기도한다. 외출 중이거나 차 안에 있다면, 짧게 돌아가며 감사 제목을 나누며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또한, PCCE 웹사이트에서는 매주 두란노 생명의삶을 바탕으로 '가정예배 인도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다음 세대 신앙 전수의 열쇠는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말씀과 기도 속에서 살아있는 신앙을 경험할 때, 아이들의 신앙도 살아난다. PCCE는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부모 교육을 제공하며, 한인 가정과 교회가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PCCE
(Photo : 기독일보) PCCE(퍼시픽교육문화센터) 행정 및 연구 담당 김지용(Justin Kim) 전도사와 PCCE 디렉터 최윤정 교수(월드미션대학교 부총장).

왜 가정예배인가

미국 교회를 비롯해 미국 내 한인 교회에서도 신앙교육은 교회와 주일학교에 맡겨왔다. 하지만 주 1~2시간의 주일학교 시간만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깊게 심어주기는 어렵다.

PCCE는 "주일학교만으로는 신앙의 다음 세대를 세우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부모의 신앙이 일상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자녀는 신앙을 '교회에서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가정예배는 이런 틈을 메우는 도구다. 일상 속에서 부모의 신앙을 목격하며 자녀는 자연스럽게 신앙을 배우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

"하루를 마치며 간단히 감사한 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말씀을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습니다. 함께 성경을 읽고 감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예배가 됩니다."

PCCE는 가정예배뿐 아니라 세대 통합예배를 통해 신앙의 전수를 돕는다. 이는 구약의 유월절 전통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하나님의 행하심을 전하는 방식이다.

최윤정 교수는 "이스라엘의 부모가 출애굽의 하나님을 자녀에게 전했듯, 오늘 세대도 부모와 함께 하나님을 기억하며 신앙을 체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대통합예배에서는 자녀를 예배의 참여자로 세운다. 찬양 인도자나 중보기도자로 섬기며, 신앙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온라인 부모 교육과 Parent Association

PCCE는 부모 교육과 코칭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한다. 올해는 4주에서 6주 과정으로 부부관계 코칭, 부모 코칭 세미나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PCCE는 "내년에는 Parent Association을 만들어, 공통의 신앙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을 모아 가정 예배와 부모 코칭, 평신도 사역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가정예배 공모전, 다양한 형식 권장

PCCE는 가정예배 운동의 일환으로, 미주복음방송과 함께 가정예배 공모전도 진행했다. 온라인 접수를 통해 각 가정이 드리는 다양한 형식의 예배 영상을 취합, 공유하며, 부담 없이 예배를 시작하도록 권장했다.

"주일 예배처럼 엄격한 순서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하루를 돌아보고 감사한 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예배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형식의 예배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모전에는 각 가정의 개성과 상황이 담긴 예배들이 소개됐다. 아이들이 찬양을 인도하거나 말씀을 나누며 참석자가 아닌 진행자로 참여하는 모습,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손주 세대까지 삼대가 함께 예배하는 모습도 있었다. 어떤 가족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줌(Zoom)으로 예배를 이어가며 신앙적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최윤정 교수는 소통, 언어, 신앙의 단절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혼재한 이민 가정에서, 가정예배가 가정을 하나로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며,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예배와 세대 통합예배를 통한 신앙전수는 단순한 교리 전달이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경험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장이다. PCCE는 이러한 경험을 실천 가능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풀어, 한인 가정과 교회가 다음 세대를 거룩한 그루터기로 세우도록 돕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부모가 먼저 하나님을 경험하고, 자녀와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작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나님 앞에 마음을 여는 것이 신앙 전수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