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목사, 달라스신학교 (DTS)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구약과 신약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성경신학자다. 현재 달라스 글로리침례교회 담임, 글로벌 침례신학교 (GBTIS) 교무처장,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MBTS) 부교수, 제자들선교회(DFC) 미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엘리야와 엘리사 기적 이야기』, 『모세와 여호수아 기적 내러티브』『The Miracle Narratives of the Bible: The Literary and Theological Significance 등 다수.
김상진 박사, 달라스신학교 (DTS)에서 구약학으로 학위를 받았으며, 구약과 신약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대표적인 성경신학자다. 현재 달라스 글로리침례교회 담임, 글로벌 침례신학교 (GBTIS) 교무처장,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MBTS) 부교수, 제자들선교회(DFC) 미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엘리야와 엘리사 기적 이야기』, 『모세와 여호수아 기적 내러티브』『The Miracle Narratives of the Bible: The Literary and Theological Significance 등 다수.

기적과 함께 제정된 성만찬 

그는 우주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어떤 변하지 않는 자연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복잡한 우주가 자연스럽게 생긴 시스템에 의해 착오 없이 작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이런 원리를 외부에서 우주에 부여하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나중에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예수님으로 인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분을 믿을 수도 있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개인 기도 생활에서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응답을 받는다면, 기적을 통해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목격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연 세계는 결코 어쩌다 생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결과인 셈입니다. 최근의 우주 생성 이론인 빅뱅도 우주에 어떤 시발점이 있다는 면에서, 유물론적인 자연 존재적 우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기적을 더욱 뒷받침합니다.

기적은 바로 어떤 특정한 목적 때문에 인간 세계에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직접 개입하시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구약의 율법에 정통한 학자들이었습니다. 안식일과 십일조 준수 등 율법을 지키는 데 조그만 틈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철저한 율법주의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율법이 궁극적으로 예언하던 메시아 예수는 알아보지 못하고 배척하여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요 5:39).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공생애 초기에 치유의 기적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특별한 시대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자신들 나름의 율법 해석에 꽉 막혀 율법의 참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 있는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배척했는데, 예수님과 사도들이 행한 기적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우치는 의미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신약의 기적들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메신저(선지자)들이 영적으로 어두운 시대에 새롭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합법화하는 권위를 강화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특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기적의 시대는 신앙 공동체에 특별한 제도 또는 절기(new institutions such as feasts)가 생성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구약의 유월절이 그러합니다. 하나님께서 택한 종 모세를 통해 기적을 행하시면서 애굽에서 해방된 초자연적 구원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유월절입니다. 신약 시대에도 이런 예는 동일합니다. 바로 새 언약과 성만찬 제도가 그러하고, 안식일 준수가 주일 준수로 변경된 것도 넓게 보면 이런 새로운 제도가 생성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절기는 이처럼 하나님이 기적을 베푸신 시대에 특별한 배경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성만찬(the Holy Communion)은 신약의 새 제도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 언급된 성만찬 제정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확증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저녁을 드신 후에 제자들과 포도주 잔을 나누시면서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눅 22:20)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옛 언약은 무엇입니까? 여호와께서 모세의 중재로 시내산에서 백성들과 세운 언약이 옛 언약 또는 첫 언약입니다(출 24:6-8). 짐승의 피를 뿌림으로 맺은 언약입니다.

하지만 새 언약은 예수님의 피로 세운 언약입니다. 이것은 시간적으로도 새롭고 질적으로도 새로운 언약입니다.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을 맺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듯이, 예수님의 십자가로 맺게 된 새 언약은 새로운 언약 공동체를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한 것입니다(고전 11:23-26; 출 14).

유월절과 성만찬 절기는 모두 대속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밀접히 연결됩니다: 유월절 어린 양과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요 1:29). 성만찬은 신약에서 하나님 백성의 구원과 관계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성만찬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함께 그의 부활, 그리고 재림을 함께 기념하는 중요한 절기가 되었습니다(마 26:26-29; 막 14:22-25; 눅 22:19-20; 고전 11:23-26).

성만찬에서 떡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며, 대속하는 십자가에서 못 박혀 고난당하심을 가리킵니다. 그는 십자가에서 온 세상 사람들을 위해 몸을 버려 피를 흘리셨습니다. 성만찬에서 성도들이 먹는 떡은 승천하셔서 지금 하늘에 계신 영광스러운 몸을 상징하며, 잔은 예수님께서 그의 피로 세우신 새 언약을 상징합니다. 이 피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짐승의 피를 뿌려 확증한 첫 언약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래서 이 두 언약은 하나님의 구원 섭리 안에서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모형(type)으로 짝을 이룹니다. 

 

저자 주, 본 칼럼은 김상진 교수 (글로벌침례신학교 교무처장, 구약학)의 신간, 「예수님과 사도들의 기적」, (서울: CLC, 2024)에서 발췌하여 수정 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