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남성목사회(회장 유상열 목사)가 지난 12일 리빙스톤교회(담임 유상열 목사)에서 총신대 박용규 명예교수를 초청한 가운데 ‘현대사회의 세속화와 이민교회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박 교수는 이날 강의를 통해 오늘날 교회를 지배하는 세속화의 본질과 그 역사적 뿌리를 짚고, 이민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먼저 세속화의 본질을 “교회가 세상을 닮아가고, 세상의 원리와 관행이 교회 안으로 스며들어 교회와 세상의 구별이 사라지는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간통죄 폐지,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와 같은 성해방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오늘날 강단이 “들어야 할 말씀보다 듣고 싶은 설교를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편의를 위해 도입된 스크린 예배가 성경책과 찬송가 사용을 줄이고, 말씀 묵상과 신앙 훈련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했다.

세속화의 뿌리에 대해서 그는 성경 권위를 흔든 역사·고등비평, 창조론을 부정한 다윈주의, 유물론을 내세운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20세기 성혁명을 지목했다. 박 교수는 “성경의 권위가 무너지면 기독교의 권위는 설 자리가 없다”며 “성경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정확무오한 말씀이고,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진리”라고 강조했다.

강의 중반에서는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350년간의 서구 교회사를 세속화의 흐름으로 압축해 설명했다. 계몽주의가 확산되면서 계시 중심 사회가 이성 중심 사회로 전환되었고, 초자연적 영역은 부정되며 교회는 점차 힘을 잃었다. 다윈의 진화론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결합해 무신론적 세계관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으며, 독일의 고등비평은 성경을 단순한 인간 기록으로 격하시켰다. 그는 “성경의 권위가 손상될 때 교회의 영향력도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남성목사회 세미나에서 강사로 초청된 박용규 총신대 명예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Photo : 뉴욕남성목사회) 뉴욕남성목사회 세미나에서 강사로 초청된 박용규 총신대 명예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미국 교회사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근본주의와 현대주의 논쟁에서 결국 현대주의가 승리하면서 신앙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이후 에큐메니컬 운동과 신정통주의 신학이 부상했다. 1960년대에는 연방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의 기도와 성경 읽기를 금지했고, 같은 시기 휴 해프너의 플레이보이 창간으로 촉발된 성혁명, 흑인 인권운동,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맞물리며 미국 사회 전반이 급격히 세속화되었다. 그는 “학교는 본래 신앙 교육의 중심이었으나, 공립학교에서 기도와 성경이 사라지면서 청교도적 전통이 붕괴되었다”고 진단했다.

팬데믹이 교회 침체의 주원인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퓨리서치 조사 결과를 들어 “2009년 미국 성인의 78%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답했지만 2019년에는 63%로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복음주의 교회 중 일부는 출석률이 다시 증가했다”며 “교회 침체를 팬데믹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미국 교회 안에서 역사하고 계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조짐을 강조했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계산대로 흘러온 적이 없다. 하나님은 언제나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교회를 붙들어 오셨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혁명 직후를 예로 들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기독교의 종말을 선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 교수는 “1789년 혁명 당시 개신교 인구는 3천만~4천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년이 지난 오늘날 개신교는 전 세계에서 20배 이상 성장했다”며 “로마 가톨릭이 7배, 정교회가 6배 성장한 데 비해 개신교는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이는 교회의 미래를 인간적 전망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고 했다. 연합감리교회(UMC)의 동성애 논란을 계기로 글로벌 메소디스트 교단(GMC)이 출범했고, 2023년 애즈베리 부흥 이후 젊은 세대의 교회 출석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남성목사회 회장 유상열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 뉴욕남성목사회) 뉴욕남성목사회 회장 유상열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민교회에 대한 당부도 분명했다. 그는 “이민교회는 다시 복음의 불을 붙여야 한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하나님이 은혜 주시면 감당할 수 있다”며 교회가 회복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근현대 교회사, 특히 미국 교회사에서 교훈을 얻고,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며, 교단과 교파를 넘어 협력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며,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목회자의 책임을 거듭 언급하며 “목회자가 눈물로 기도하지 않고 강단에서 살아 있는 말씀을 전하지 않으면 교회는 결코 새로워질 수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로마서 12장 1~2절을 인용하며 “네로 박해 속에서도 로마교회 성도들은 세상을 본받지 않고 복음의 능력으로 살았다. 오늘의 세속화 도전도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