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지난 2023년 6월 18일 한국에서 한 의사가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했다는 뉴스가 한동안 한국 사회를 크게 동요시켰던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대동맥 박리 수술 명의로 알려진 당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주석중 교수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내 모든 국민을 울릴 만큼 비통한 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동안 주 교수의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은 97.8%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록으로 동료 의료진들은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고 높게 평가해 왔다고 합니다.

국제 급성 대동맥 박리 학회가 발표한 당시 대동맥 수술 평균 성공률이 80~85%인 것을 고려할 때 주 교수의 수술은 세계적 수준보다 훨씬 압도적인 성공률로, 그야말로 그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분 이었습니다. 저는 그 주 교수께서 그런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 되었던 것이, 그가 평소에 간직하고 있던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전혀 놀랍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의 동료 가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다, 평소 자신의 만년필로 직접 쓴 몇 개의 기도문을 발견하였습니다. 그중 한 문장은 자신의 코너 벽에 있는 작은 게시판에 영문으로 쓴 기도문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but what can I do in the actual healing process? Absolutely nothing. It is all in God’s hands.” (하지만 실제 치료 과정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고백.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비록 자신이 정성을 다해 환자를 수술하고 돌보지만 나의 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만 모든 것이 가합니다. 라는 고백을 붙들고 그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러내려 했습니다. 그는 진정 끝까지 하나님 능력의 손을 신뢰하며 믿음으로 순례의 여정을 살았던 의인이었습니다.

1970-80년대 우리가 즐겨 부르던 복음성가 중 “험한 세상 나그네 길, He touched me)” 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이 곡은 주님 능력의 손을 신뢰하며 경배했던 찬양으로 미국의 서던 가스펠 대표적 작곡가인 빌 게이터(William James Gaither,1936 )가 1963년에 쓴 곡입니다.

당시 그가 거주하던 헌팅턴 인디에나에서 데일 올덤 목사님(Rev. Dale Oldham,1903-1984)과 그의 아들인 더그 올덤(Doug Oldham, 1930-2010)을 알게 되었습니다. 데일 올덤 목사님은 라디오 설교가로 그 지역에서 사랑받는 목회자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더그 올덤은 재능 있는 서던 가스펠 가수로서 아버지의 집회를 도왔습니다.

 1963년 어느 토요일 밤, 이었습니다. 빌과 더그 데일이 전도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주님께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놀랍게 만지고 치유하시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리고는 데일 박사가 빌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빌, '만진다(Touched) '라는 단어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네. “당신은 '그가 나를 만지셨네, 오, 그가 나를 만지셨네'라는 가사의 노래를 써야 합니다” 이 말에 깊은 울림을 갖고 있던 빌에게 “그가 나를 만지셨네(He Touched Me)”라는 곡을 쓰게 된 영감은 한밤중에 찾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빌은 두 절과 후렴구의 가사를 대충 적어내고 간단한 멜로디를 작곡해 놓았습니다. 그 다음 주 화요일, 데일 박사의 부흥 집회가 열리기 전, 빌은 더그 에게 손으로 쓴 노래 사본을 건네며 . “오늘 밤 이 노래를 불러볼 수 있을지 한번 보자.” 이때 이 곡을 처음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Touched” 는 예수님의 치유 사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예수님이 다른 사람을 만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예수님을 만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혈루증 여인이 예수님의 뒤에서 그분을 만졌습니다(마태복음 9:20-21). 병든 자들은 예수님께 그분의 옷자락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마태복음 14:35-36; 마가복음 3:10; 6:56). 벳세다의 맹인은 예수님께 자신을 만져 달라고 간청했습니다(마가복음 8:22).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자신을 깨끗하게 해 달라고 간청한 이야기(마태복음 8:1-3; 누가복음 5:12-13) 는 특히 이 노래의 후렴과 잘 부합됩니다. 이 찬양의 힘은 개인적인 간증과 성경적 서사가 결합한 데 있습니다. “죄책과 수치”(1절)로 얼룩진 삶을 “정결하게 하시고 온전하게 하신”(2절) 예수님과의 만남을 이야기합니다.

필자가 이 곡을 처음 대하게 된 것은 70년대 후반, 당시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마지막 날 눈물 콧물을 흘리며 뜨거운 감동으로 불렀던 기억이 생생히 기억됩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필자가 이 곡의 기원과 출처를 연구하며 처음으로 이 곡을 가지고 찬양했던 더그의 찬양을 함께 따라 부르고있노라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왠지 당시에 그 가슴 저며오는 뜨거움은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 음악의 가사나 멜로디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세월의흐름만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복음의 완전성, 그리스도의 능력의 손은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합니다. 단, 요동치는 세월 속에 우리의 마음이 바뀔 뿐입니다. 많은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것들에 대한 지방(Fat)이 쌓여 그 순수한 하나님을 향한 열정의 사랑에 둔감해져 버리지는 않는지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진정한 복음적 겸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하는 모든 경험과 대화를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 짖지 않는다”라는 팀 켈러(Tim Keller, 1950-2023)의 말처럼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복음적 겸손함을 갖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가운데 오직 주님의 능력의 손이 경험(Touched) 되는 복된 평안을 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