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졸지에 할아버지로 만든 손녀가 어느 덧 벌써 4살이 되었다. 동시에 나는 할아버지가 된지 4주년이 되는 셈이다.

하루는 “할아버지”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길래 들어가 보니 온통 핑크 빛 분위기의 신데렐라방으로 새롭게 꾸며 놓았다. 평소에도 책과 만화영화 그리고 장난감은 물론 다양한 소품까지 온통 신데렐라와 관계된 것들과 항상 가까이하니 자연스럽게 손녀마음에 신데렐라가 이상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 뿐 아니라 신데렐라공주가 자신이라는 착각을 하며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그런 손녀가 생각이나 쇼핑센터에서 예쁜 신데렐라 구두를 사다가 선물로 주며 “신데렐라공주님”이라 불러주어 손녀의 꿈을 키워나가도록 협조(?)한 일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실존여부와 상관없이 이상형에 대한 꿈을 스케치하듯 그리며 마음에 품거나 아니면 이상이 현실이기를 바라는 바램이 지나쳐 흉내 내며 살아가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유행이 되어버린 “코스프레” 라고 불리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미혼남녀 청춘들에게는 배우자(配偶者)에 대한 달콤한 이상형을 꿈꾸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 달콤해 보이는 이상형은 결국 하나의 “조건”에 불과한 것이다. 상상에서 오는 백마 탄 왕자나 신데렐라 공주와 같은 가공된 인물일 수도 있지만 실은 철저히 현실에 입각한 욕구에서 오는 충족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루는 남자 청년과 함께 배우자 이상형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 “목사님, 요즘은 여자들이 거의 성형수술(成形手術)을 통해 가공된 인조미인(人造美人)이라 걱정입니다. 자신은 꼭 혈통을 따라 부모를 닮은 유전적 자연미인(自然美人)을 만나기 원하는데 이런 것도 기도해야 하나요?”

“물론 배우자기도는 일찍 할수록 그것도 자세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성형미인인지 자연미인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지?” 오히려 내가 궁금했다.

“살다가 고친부분이 주저앉거나 망가지면 참 곤란하긴 하겠다. 차라리 지금부터 주위의 어린자매들을 눈 여겨 보아두거라 성형하기 전에 말이다.”라는 말도 함께 하면서…

결혼 전 나에게도 당연히 배우자에 대한 이상형은 있었다.

첫째 본인은 물론 배후에서 기도하시는 부모님을 모신 믿음의 가정.
둘째 피아노는 기본이요 노래를 잘 하는 음악적 재능.
셋째 남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밝은 미모.
결과는 100% 만족은 아니었다.

첫째와 셋째는 완벽(?)하나 하나님께서 둘째요구는 들어 주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목회에 무엇보다 요구되어 지는 것은 피아노를 잘 치며 노래를 잘 할뿐 아니라 미모까지 부족함이 없어 폼 잡는 여자보다 그냥 밥 잘 하고 김치 잘 담가서 나누고 베푸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묵묵히 교인들 뒷바라지 잘 할 줄 아는 여자가 더욱 소중함을 알았다. 하나님은 나의 인간적인 이상형보다 하나님 당신의 일을 맡기실 하나님 관점에서의 이상적 목회를 더욱 생각하시고 보다 적합한 배우자를 허락하셨던 것이다.

언젠가 큰 아들이 이렇게 투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 우린 고아야?”

그러나 그 말 한 마디가 자식에 대한 미안함보다 사모로서 교회를 섬기는 헌신된 마음과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흐뭇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쩌다 한 번씩 던지듯하는 하나님이 정해주신 배우자의 이 한 마디가 내게 경끼(驚氣)를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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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망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