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예배 자리를 상상하며 저는 문득 언젠가 카페에서 만난 역사학 박사 자매의 어머니 말이 떠오릅니다. "목사님, 저는 모든 종교가 결국 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는 것 같은데요"라고 했던 그 진솔한 질문 말입니다.
사실 저도 젊은 시절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애틀 같은 도시에서 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단지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구원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다원주의는 겉보기에는 관용적이고 포용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종교의 고유성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입니다. 마호메트가 기독교를 인정했다면 왜 새로운 종교를 만들었을까요? 석가모니가 유일신을 믿었다면 왜 다른 길을 제시했을까요?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 14:6, 새번역)고 말씀하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말씀을 단순한 비유나 과장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예수님보다 더 지혜롭다고 자만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제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과 모든 종교가 같다고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요. 오히려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그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섬김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따라 더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을 해봅니다. 하나님께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의 독생자까지 보내주신 그 사랑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특별한 것인지를요. 그 사랑 앞에서 저는 더 이상 다원주의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