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꽤 선선한 날씨로 하루를 시작했다. 우선 방문한 곳은 인도의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 선교사가 자랐고 목회했던 주택과 교회를 방문했다. 윌리엄 캐리는 ‘현대 개신교 선교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영국 출신의 ‘침례교 목사’이자 ‘언어학자’, ‘번역가’, ‘인도 선교사’로서 선교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 분이다. 그는 1761년 8월 17일, 잉글랜드 노샘프턴셔의 작은 마을인 폴러스퍼리에서 태어났다.

[2] 또 그는 가난한 직물공의 아들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다. 정규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등을 공부했던 비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결혼 후 하버러라는 작은 마을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면서 신앙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침례교 신앙에 입문하고 설교자로서의 사명을 점점 느끼기 시작하다가 인도에 선교사로 갔다. 교회에 들어서자 연세가 80이 넘은 마가렛 여사가 설명을 해주었다.

[3] 윌리엄 캐리를 소개하는 방엔 그의 어린 시절에서 마지막 사역까지를 여섯 시기로 나누어 그림을 그려놓은 명판이 있었는데, 맨 위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pect great things from God, attempt great things for God.”
번역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위대한 일을 기대하고, 하나님을 위해 위대한 일을 시도하라”이다. 이 말은 1792년, 캐리가 설교 중에 행한 말이다.

[4] 구체적으로는 그의 역사적인 설교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크리스천의 의무〉(“Christian Obligations to Use Means for the Conversion of the Heathens”)에서 나온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심장한 구절이다.
선교지에서 윌리엄 캐리가 번역한 성경 원고와 인쇄 장비가 화재로 소실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그의 사역 중 가장 고통스럽고도 중대한 시련 중 하나였다.

[5] 약 8개 언어 이상의 번역본과 관련 자료가 전소되었는데,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연구 성과와 노동의 산물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캐리는 이 사건 직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큰 상실감과 고통 속에 있었지만 믿음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수년 안에 잃어버린 자료의 대부분을 복구하고 재번역했다.

[6] 당시 내가 캐리였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임을 잘 알 수 있었다. 교회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가 구두를 수선했던 골방이 있다. 바로 구두수선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과 사진들과 그가 직접 그린 세계 지도가 있는 방이다.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큰 교회에서 재정을 보조해줘서 역사적인 자료들이 놓인 그 방을 새롭고 멋지게 잘 꾸며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든다.

[7] 다음에 방문한 곳은 노예 선주였다가 변화되어 그 유명한 ‘Amazing Grace’를 작시한 존 뉴턴이 목회했던 교회를 방문했다. 여러 차례 왔다갔지만 교회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교회 탄생 70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라서 연세 많은 교인들이 가득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교회 뒤편에 있는 존 뉴턴 목사님의 무덤을 방문하고선 공동묘지에서 일행과 함께 ‘Amazing Grace’와 ‘나 같은 죄인’ 찬송을 불렀다.

[8]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찬양이 교회 밖에 은혜롭게 울려 퍼졌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도 한껏 메아리쳤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존 번연이 감옥에 들어가게 된 배경이 되는 ‘Swan Hotel’과 ‘Swan River’였다. 설교할 면허증 없이 설교했다고 3개월 형을 받았는데, 마침 런던의 재판관이 재판을 위해 스완 호텔에 머물게 되자 번연의 부인이 그를 방문했다.

[9]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재판관을 만났는데, 그게 오히려 화근이 되어 12년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을 경험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천로역정』이라는 불후의 걸작품을 낳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바울이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옥중서신은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과 맥을 같이 하는 놀라운 이야기이다.

[10] 스완 호텔 건너편에 존 번연이 침례 받은 장소가 있어서 그곳도 방문하고, 그에게 영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John Gifford’ 목사님이 사역했던 교회도 가보았다. 다음으론 번연의 동상이 세워둔 곳과 그가 12년 동안 『천로역정』을 집필하면서 들어가 있었던 감옥 터가 표시되어있는 장소를 방문했다. 거기서 버거킹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한 후 번연의 박물관을 방문했고, 난생처음 그를 기념하는 교회 안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11] 맨 마지막에 번연이 어릴 때 자랐던 곳과 출석했던 교회를 방문했다. 천로역정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어진 작품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게다. 그런데 그 천로역정이 무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경험했던 장소 장소에다 상상력을 발동해서 만들어진 작품임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교회 안에는 자기를 비롯해서 두 딸이 유아세례 받았던 물통이 지금도 거기 남아 있었다.

[12] 윌리엄 캐리나 존 번연의 스토리에서 보듯, 고난 당하게 된 것이 도리어 축복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존 뉴톤의 케이스에서 보듯, 비록 젊은 시절엔 노예를 파는 선장이었으나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지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각자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찬양을 불렀는데, 분위기 최고였다. 오늘 하루도 정겹고 은혜로운 시간들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