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옥 권사.
한남옥 권사.(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마음에도 뼈가 있다면, 그 뼈는 관계에서 부러진다’

누군가에게 외면받고, 밀어내지 않았는데 밀려났다는 느낌, 거절당했다는 느낌, 그 조각들이 쌓여 내면에 금이 가고, 어느새 혼자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헨리 클라우드는 이런 부서진 마음들을 오랜 세월 상담하고, 치유의 길로 안내해 온 임상 심리학자이자 목회자다. ‘경계선’ 시리즈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그는, 이 책 ‘크리스천을 위한 마음 코칭’을 통해 신앙의 시선으로 내면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 코칭의 언어를 들려준다.

그는 먼저 건강한 성장에는 세 가지 기초가 있다고 말한다. 사랑받는 관계 안에 머물기, ‘아니요’를 말할 수 있는 경계 세우기, 그리고 현실을 수용하며 완전함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다.

신앙도 이 세 기초 위에서 더 깊어질 수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위로와 방향을 주는 살아 있는 연결이 되기 위해서는, 그분 앞에서 정직하고 연약한 나 자신으로 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서적 대상 항상성(emotional object constancy)’에 대한 설명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완벽한 환경인 모태로부터 벗어나, 정서적인 고립상태에서 엄마를 찾게 된다. 엄마의 돌봄이 아기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내면화 과정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그 사랑의 관계가 깊어짐으로 ‘정서적 대상 항상성’의 단계로 발전한다. 엄마가 안 보여도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누군가가 곁에 없어도, 그 사람의 사랑과 존재감을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했던 이들은 이 능력이 약해 어른이 되어서도 고립감과 두려움 속에서 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헨리 클라우드는 이 개념을 신앙과 연결시키며, 하나님과의 정서적 대상 항상성이 회복될 때 비로소 인간관계에서도 회복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떠나 방황하던 자녀가 다시 믿음 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 그 근원에는 보이지 않아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다.

관계가 회복되려면 경계도 회복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나에게도 연약한 부분이다. 한국 여성들 대부분은 자식에게나 남편에게 헌신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자신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동체에서도 바른 경계를 세우지 못하고,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아닌 것은‘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근력을 키우자. 클라우드는 경계를 세우는 일이 결코 차가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계란 사랑을 막는 벽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지켜내는 문이다. 예수님조차도 사람들의 기대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예수님처럼 거절하라.” 이 문장은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안겨준다. 사랑하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어야,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는 종종 우리를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내몬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거듭 말한다. 변화는 수용에서 시작되고, 수용은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우리는 실패하고, 넘어지고, 때론 지독히도 부족한 존재다.

나는 늘 연약함 속에 역사하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너무나도 연약하고 부족한 자리에 찾아오셔서 다시 시작하게 하시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완전함이 아닌, 의지와 믿음의 작은 걸음을 기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안심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은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라는 권면으로 마무리된다. 지나치게 타인 중심적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하나님은 묻고 계신다. “내가 맡긴 삶을, 너는 살고 있느냐?”책임을 회피하거나 두려움에 머물지 말고, 자신의 선택과 목소리를 회복하라는 메시지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힘’으로 독자의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이 책은 마음이 부서진 이들, 관계에 지친 이들, 그리고 방황하는 자녀를 품고 기도하는 부모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기독교 상담학부 때 읽은 이 책은, 때론 묵상집처럼, 때론 상담자처럼 곁에 머물며 신앙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길을 알려준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의 마음을 코칭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