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6월 19일은 흑인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였습니다. 이날은 2021년 6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으로 미국에서는 12번째의 연방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대통령 서명이 있기 하루 전 하원 찬반투표에서는 찬성 415와 반대 14로 통과되었습니다.

준틴스 데이 공휴일은 남북전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내전, 남북전쟁의 중요한 관건은 노예제도였습니다. 1862년 링컨은 먼저 “노예 해방령”을 선포하고, 1863년 1월 1일 이후 해방령이 발효됩니다. 1865년 4월 전쟁이 끝나자, 북부 중심의 연방군이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 갤버스턴(Galveston)에 도착하여 “모든 흑인 노예가 해방되었음”을 다시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준 나인틴스”(June Nineteenth)를 줄여 “준틴스”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노예가 없는 자유민의 나라가 되었으며,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목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민권운동의 결과로 현재의 동등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라인 미국이 이처럼 자유로운 나라가 되어, 거주, 이전의 자유 그리고 언론ㆍ출판ㆍ결사ㆍ집회의 자유를 구가하게 된 이유는 더 깊은 곳에 있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정치문화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로 유명한 정치학자 다니엘 엘라자르(Daniel J. Elazar)는 이 미국적 자유의 기반을 “언약” 혹은 “사회계약” 사상에서 찾습니다. 그는 성경의 언약 사상을 깊이 있게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언약 사상이 사회계약론으로 개신교 종교개혁을 중심으로 정치문화의 변혁이 나타났음을 깊이 있게 연구합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미완성과 미국, 영국, 스코틀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언약 사상을 통해 자유를 성취함을 비교합니다.

엘라자르는 “정치 속의 언약 전통”이라는 주제로 4부작을 남겼습니다. 이 대작 중 첫 번째 책, 『성경적 이스라엘의 언약과 정체(Polity)』에서 국가 건설의 세 가지 모델을 구별하여 말합니다.

첫째는 정복(conquer) 모델이고, 두 번째는 유기체(organism) 모델이며, 셋째로는 언약(covenant) 모델입니다. 바로의 이집트나 중세의 봉건제도 그리고 현대의 나찌즘이나 파시즘은 첫 번째의 정복 모델에 속하기 때문에 그 정치문화는 피라미드적 위계질서라고 합니다. 둘째의 유기체 모델로서 엘라자르는 그리스 도시국가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경우는 엘리트 중심의 귀족정치가 이루어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가장 활력이 넘치는 정치적 모델은 개인의 독자적 가치와 권위의 인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언약 모델입니다. 언약 사상은 중세의 위계질서나 국가 유기체론에 저항하여 일어난 개인의 동의를 통한 계약을 중시하는 사상입니다.

언약은 또한 성경의 핵심 사상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피조물인 인간을 언약의 당사자로 대우하시며, 우리의 자발적 참여를 불러일으키시고 인도하십니다. 이러한 상대방에 대한 위상의 존중(respect)과 인정(recognition), 그리고 언약 당사자의 결단(decision)과 동의(consent)의 과정은 공동체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독재를 막는 권력분립, 그리고 각 주에 이르기까지 이를 확장시킨 것이 미국 민주주의와 연방제입니다.

언약에서 무시되기 쉬운 부분은 “프론티어”(frontier) 곧 경계와 그 밖 미개척지입니다. 이전에는 언약에 포함되지 않은 원주민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기에는 흑인들이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준틴스 데이는 흑인들도 어느 정도 경계선 안으로 들어왔다는 증표 같습니다. 21세기에는 경계선 안에 있지만 아직 언약에 포함되지 않은 라티노의 해방이 확보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