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 애리조나 주의 투산에 갔다가 사와로 선인장(Saguaro Cactus)을 만났습니다. 사와로 선인장은 대부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었습니다. 마치 두 팔을 벌려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선인장은 두 팔이 땅으로 축 처져 있었습니다. 저를 사와로 국립공원으로 안내해 주신 장충렬 목사님께서 이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선인장은 건강한 선인장이지만, 두 팔이 아래로 처진 선인장은 병든 선인장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와로 선인장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선인장을 통해 느림의 영성을 배웁니다. 사와로 선인장은 조급하지 않습니다. 아주 천천히 자랍니다. 선인장의 씨앗은 작은 검은 씨로 시작하여 뿌리를 내리면 1년에 평균 6mm 정도 자랍니다. 첫 8년 동안 겨우 3-4cm 자라며, 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75년이 지나야 팔 모양의 첫 가지가 생기고, 100년이 지나면 7.5m까지 자라며, 150년이 지나면 최대 15m까지 자랍니다. 선인장은 우리에게 ‘슬로우 영성’을 가르쳐 줍니다.
둘째, 선인장을 통해 고요함의 영성을 배웁니다. 선인장은 고요히 자랍니다. 거친 땅에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조용히 성장합니다. 영혼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고요를 좋아합니다. 영혼의 언어는 고요입니다. 고요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심령의 언어입니다. 고요함을 가꾸는 것이 곧 영성 훈련입니다. 세상은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 고요함의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고요하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됩니다. 고요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됩니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밝아지고 깊어집니다. 고요하면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게 됩니다(시 46:10상).
셋째, 선인장을 통해 찬양과 기도의 영성을 배웁니다. 성경에서 찬양과 기도를 드릴 때 종종 두 팔을 드는 모습이 나옵니다. 모세는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중보 기도를 드릴 때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들었습니다(출 17:11-12). 솔로몬은 성전 건축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손을 펴 하늘을 향하여 기도했습니다(왕상 8:54). 찬양하는 이들도 두 팔을 벌리고 찬양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찬양과 기도 중에 임재하십니다(시 22:3).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며 충만한 삶을 살아갑니다.
넷째, 선인장을 통해 하나님을 앙망하는 영성을 배웁니다(시 34:5; 사 40:31). 선인장은 두 팔을 들고 하나님을 앙망합니다. 나무의 모든 가지는 빛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빛은 생명의 에너지입니다. 식물은 빛 없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가지들은 끊임없이 빛을 찾아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 더 열린 곳으로 뻗습니다. 가지들은 서로 빛을 나누고, 겹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자랍니다. 하나님은 생명의 빛이십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의 빛을 공급 받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앙망할 때 새 힘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일 먼저 창조하신 것도 빛이었습니다(창 1:3).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향해 손을 들고 도우심을 구할 때 우리는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다섯째, 선인장을 통해 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꾸는 영성을 배웁니다. 나무에게 중요한 것은 뿌리입니다. 뿌리가 건강해야 나무도 잘 자라고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사와로 선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와로 선인장은 깊게 뿌리를 내리기보다는 사방으로 뿌리를 넓게 확장하여 수분을 섭취합니다. 보통 성장한 키 높이의 1.5배에서 2배까지 뿌리를 뻗으며, 최대 30미터까지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뿌리 깊은 영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깊이뿐 아니라 넓게 뻗어가는 지혜도 소중합니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잘 가꾸는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던 선인장이 두 팔을 축 늘어뜨릴 때는 뿌리가 병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병든 선인장은 하늘로 팔을 들어 올릴 힘을 잃습니다.
하나님은 자연 속에 하나님의 지혜를 담아 두셨습니다.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선인장을 통해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 지혜, 인내하며 서서히 자라는 지혜, 고요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배웁니다. 또한 두 손을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는 지혜를 배웁니다. 오직 하나님을 앙망하는 중에 새 힘을 얻는 지혜, 보이지 않는 곳을 잘 가꾸는 지혜를 배웁니다. 선인장을 통해 배운 이 지혜가 매일의 삶 속에 적용되어 풍성한 생명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