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문 목사 (달라스 생명샘교회)
안광문 박사의 『신약 파노라마』 달라스 생명샘교회 담임,  신학박사 (Phd., 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신약학 교수 (Global Baptist Theological Institute & Seminary), IMB (International Mission Board) 한국어 전문번역; 달라스침례신학대학원 등에서  교회론 강의 및 신학서적 다수 번역.,  

은혜의 항해: 신약 성경의 바다를 항해하다

성경의 양자 역학: 내 지식과 무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우주 (3)

            지난 호에서는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제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스라엘 남쪽에 위치한 이집트는 논외로 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 제국인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고 그리스 제국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각 제국이 피지배 민족에 대해 취했던 정책의 Key Word를 붙여보면 무자비한 앗시리아, 의심 많은 바빌로니아, 돈맛을 안 페르시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이어서 근동과 유럽을 아우르는 주인이 되었던 그리스 (헬라) 제국은 "헬레니즘"이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습니다. "헬레니즘"은 피지배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지만, 이를 그리스 문화 또는 그리스어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 제국을 대표하는 알렉산더 대왕 (BC 356-323)은 20세에 왕위에 올라 고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알렉산더 대왕의 사망으로 인해 제국은 4개의 왕조로 나뉘었고,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함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다스렸던 셀레우코스 왕조가 피지배 민족에게 고유한 그리스 제국의 종교와 문화만을 강조했다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상대적으로 헬레니즘 정신을 이어받아서 피지배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했고 이를 그리스어를 사용해서 계속할 수 있게 했습니다. "70인 역" 성경은 이 배경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12지파에서 각 6명씩, 총 72명의 유대인 학자들이 히브리어로 쓰여진 구약 성경을 그리스어 (코이네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데 참여했다고 합니다. 70인 역 성경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번역됐으며 프톨레마이오스 2세의 명령으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소장되었다고 합니다.

70인 역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마소라 사본보다 약 1,000년 정도 앞서 번역된 가장 오래된 번역본입니다. 70인 역은 "창세기"와 "출애굽기" 같은 각 성경의 제목을 사용하였고, 구약 39권 이외에도 6권의 외경이 포함된 총 45권으로 돼 있습니다. 신약의 저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구약의 많은 부분은 70인 역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BC 200년경 두 왕조 간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서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를 받게 됐었습니다. 셀레우코스 왕조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는 반대로 정통 그리스의 종교와 문화만 강조하였고, 특히  안티오코스 4세는 유대교에 대한 극심한 핍박을 가하였습니다. 유대인들에게 그리스 문화와 종교를 강요했고, 안식일과 절기 등을 지키지 못하게 했으며 할례 시행도 금지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공개 처형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돼지를 제물로 바치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러한 정책은 유대인들에게 극심한 모독감을 주었고 이는 마카비 가문이 주도하는 혁명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카비 왕조는 80여 년간 (BC 142-63) 독립된 나라로서 유대교 신앙과 전통을 회복했습니다. 마카비 왕조 말기 왕위 계승을 둘러싼 내분이 심하게 되었고, 이들은 로마의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폼페이우스 장군이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빌미가 되었고, 폼페이우스는 이를 빌미로 해서 이스라엘을 점령해 버리고 로마의 속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러한 혼란 가운데 이두매 출신인 헤롯 안티파터는 로마의 지원을 받아서 실권을 잡았고 자신의 아들인 헤로데 1세 (헤롯 대왕)를 왕으로 세워 마카비 왕조를 완전하게 대체하게 됐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독립 왕국에서 로마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됐고 헤롯 가문은 분봉 왕으로 새로운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로마의 식민지였던 이스라엘을 분봉 왕 헤롯이 다스렸던 이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구약의 문을 닫으셨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으시고 새롭게 신약의 문을 열어 두셨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그분의 눈높이에다

맞추라고 강요하시지 않으시고 그분의 눈높이를 역사라고 하는 우리 눈높이로 낮춰 주셨던 것입니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