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4월과 5월에 지인들 결혼식과 장례식이 무려 10건 가까이나 된다. 특히 계절의 여왕 5월은 결혼식이 아주 많은 달이다. 오늘 친구 목사님 아들의 결혼식이 있어서 하남까지 갔다. 친구 목사가 주례하고 결혼식이 열리는 하남교회에 도착해서 보니 하객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서 하객들이나 조객들이 얼마나 왔나 하는 것을 보면, 평소 그 사람이 얼마나 대인관계를 잘해왔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2] 오늘 시아버지가 되는 친구 목사님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서 늘 ‘형님!’으로 호칭하는 분이시다. 무엇보다 600명 가까이 되는 신대원 동기 목사들 중 가장 친화력이 좋고 인맥이 넓은 이 중 한 분이다. 주일을 앞두고 있는 날이긴 하지만, 평소 동기 목사들로부터 인정받아온 것으로 볼 때 하객들이 엄청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혼식이 열리게 될 4층에 올라갔더니 벌써 축의금 내려고 줄 선 분들이 꽤 많았다.

[3] 사돈 되시는 분도 목사님이신데, 그쪽 손님들의 줄은 한산한 반면, 친구 목사님의 하객들은 길게 줄을 서야만 했다. 그 줄에 서서 나는 많은 걸 느꼈다. 슬픔을 당했을 때나 기쁜 일을 경험했을 때, 위로나 축하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조객들과 하객들의 수는 평소 그 사람이 타인에게 베푼 사람들의 수와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 신랑의 아버지 되시는 분은 부흥사로 활동을 많이 했다.

[4] 그뿐 아니라 모교와 노회에서도 발이 넓어 인맥이 장난이 아닌 분이다. 최근 그분은 신대원 총동창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사람이 온유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하해와 같이 넓은 분이다.
결혼하는 그분 아들은 군목으로 사역하고 있는데, 아버지 못지않게 성격이 좋고, 늘 미소 띤 밝은 표정이 최고의 장점인 젊은 목사다.
하남교회 방성일 담임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5] 방 목사님 역시 우리 신대원 동기인데, 오늘 신랑의 아버지 되는 김종원 목사님 못지않은 인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특이했던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랑 신부의 혼인 서약 후 간단하게 ‘성찬을 거행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신랑 신부만을 위한 예식인데, 결혼식에 딱 어울리는 순서라 생각되었다. 나 역시 내년 1월 3일, 아주 오랜만에 결혼 주례를 볼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눈여겨 본 예식이었다.

[6] 다음으로는 이 결혼예식에 ‘3개의 시’(詩)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우선은 결혼식 주례 설교 중에 나온 시였다. ‘이현주’라는 목사가 쓴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라는 시인데, 그 시 내용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南)에서 흐르고
북한강은 북(北)에서 흐르다가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이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7] 하남을 지나 팔당대교를 우회전해서 양평 우리 학교 가는 길에 ‘두물머리’라는 관광지가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지점’을 ‘두물머리’라고 하는데, 그곳과 관련된 시여서 더욱 반갑게 다가왔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가 상대방을 통해서 ‘무얼 얻을까’ 생각하기 마련인데, 시인은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서로를 위해 ‘무얼 버릴까’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8] 다음은 결혼 순서지 뒤편에 나오는 ‘축시’이다. 그 시의 내용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해서 여기 소개해 본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의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을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9] 이 시의 내용 역시 감동적이고 의미심장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주는’ 관계가 부부임을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랑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쓴 시가 하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결혼식 중 세 편의 명시가 한꺼번에 등장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어느 결혼식 때보다 더 뜻깊고 행복한 혼인예식이었다. ‘신랑 신부 두 사람’과 ‘양가’에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넘치게 임하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