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여느 때보다 더 빨리 일어난 아침이다. 새벽이 깨워서 모처럼 일찍 일어났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기도한 후 오늘은 어떤 글을 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조만간 써야지!‘라며 머릿속에 쟁여둔 주제가 하나 있다. 어제 강의 시간에 제자 목회자들에게 그렇게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최근 손흥민 선수 한 개인으로 인한 감동의 소식을 접해 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세계 축구사에 있어서 그만큼 모든 이로부터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선수는 없다.
[2] ‘축구의 신’이라고 하는 메시조차 받아보지 못한 압도적이고 지배적이고 세계적인 격찬을 최근 손흥민이 받고 있다. 그 여운이 아직도 살아 있다. 그의 라이벌인 살라와 같은 스타급 선수나 클롭, 무리뉴, 펩, 벵거와 같은 명감독들과 앙리와 같은 세계적인 선배 스타들로부터 한결같이 눈물을 자아내게 한 일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손흥민이 그동안 자기 실력이나 인격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3] 무엇보다 그가 들어 올린 우승컵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팀에서 이룬 결과가 아니라, 실력이 출중하지 않은 팀에서 10년간 인내하면서 일궈낸 결과였기 때문이리라. 실력만 가지고선 누구도 손흥민처럼 광범위한 찬사와 존경을 받을 수가 없다. 탁월한 재능에다 팀을 위한 헌신의 자세와 우승을 향한 뜨거운 열정에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인내심과 평소 몸에 밴 겸손함이 한데 어우러져 얻게 된 개인적인 영광의 열매이다.
[4] 한 사람의 영향력이 토트넘이나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과 목회자와 신학교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받은바 깨우침과 도전이 크다. 그 무엇보다 내게 도전이 되고 많은걸 생각하게 했던 것은 이번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 장면을 지켜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던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명감독들이 손흥민에 대해서 해준 말의 내용들에 있다. 그들의 언터뷰를 하나씩 음미해 보라.
[5] 보통 ‘운동선수’라 하면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머리가 나쁘고 학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운동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의 수업에 열외였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운동에만 몰두하는 부류로 보면 틀림없다. 하지만 외국은 다르다. 학업 성적이 평균 90점에 미달 되면 성적 올린 후에 다시 운동하러 오라고 한다. 어린 시절, 축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코치를 통해서 직접 들은 얘기다.
[6]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팀에서 뛰다가 최종 일본 프로팀으로 이적했던 이니에스타가 축구 경기를 하고 다니면서도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공부했다는 얘기 말이다.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어떤 운동이든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으려면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책’이나 기타 ‘양서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즐겨 읽는다고 한다.
[7] 손흥민을 세계적인 레전드로 길러낸 아버지 손웅정 감독을 보라. 우리는 손훙민의 축구 실력과 함께 그의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즐겨 보아왔다. 무엇보다 영국의 가난하고 병든 많은 이들을 남몰래 도운 숨은 미담들은 들을 때마다 감동이 된다. 이런 손흥민의 탁월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영향을 끼쳐온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영향이다. 손흥민의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그럼 그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렇게 훌륭한 자질과 인성을 아들에게 불어넣었단 말인가? 그 비결은 ’독서‘(Reading)에 있었다. 알고 보니 손 감독은 인문학과 같은 양서들을 일 년에 100권 가까이 읽고 마음에 새기는 사람이었다. 그랬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이번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계기로 세계 최고의 선수와 감독들이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았다.
[9] 그들은 축구에 모든 인생을 바친 이들이다. 나처럼 책을 읽고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데 한평생을 바친 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손흥민을 언급하면서 그에 대해서 고백한 그들의 인터뷰 내용들을 들으면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모든 내용이 하나 같이 명문장이었고, 의미가 깊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교훈적인 내용들이었다. 그들은 스피치의 천문가도 아니었고, 뛰어난 학자나 글쟁이도 아니었다.
[10] 평생을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축구공을 갖고 뛰어다니며 훈련하고 시합했던 운동선수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서 나온 말들은 하나같이 명문장이요, 명언들이었다. 얼마나 수준 높고 가치 있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인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했다. 모두 ‘아름다운 문학작품’과도 같았다. 어떻게 그런 양질의 언어들을 구사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제자 설교자들의 설교 내용을 보니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11] 너무도 평범하고 수준이 떨어지고 조그만 감동조차 생기게 하지 않는 형편없는 내용들이다. 다른 강단이나 설교자들과 차별화된 설교를 원치 않는 이들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려면 그저 ‘좋은 설교’(Good sermon)만 갖고는 안 된다. ‘좋은 것(Good thing)은 범죄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탁월하고’, ‘출중하고’, ‘예외적이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차별화되는’ 뭔가가 있는 ‘특출한 설교’(Outstanding sermon)여야 먹힌다.
[12] 그리스도인들이여, 그리고 설교자들이여, 수준 좀 높여보자. 그러려면 성경을 비롯한 선현들이 남겨놓은 보배로운 양서들을 많이 읽고 독파해야 한다.
‘In & Out’이다. 꾸역꾸역 집어넣어야 나올 게 있지 않겠는가! 되도록 양서들을 많이 읽어둬야 수준 높고 차별화되는 탁월한 걸작품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겠는가! 오늘도 명심하고 살자. ‘Reading makes a dif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