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Photo : ) 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사람은 다른 이를 만날 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대적으로 사람의 성격 유형을 검사하는 방식들이 개발되었는데, 최근에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라는 성격유형 검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유행입니다. 사실, MBTI 이론은 1940년에 개발된 매우 오래된 이론입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1990년대에 아주 잠시 기업에서 사원을 뽑을 때에 잠시 이용되었다가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었는데, 개발된지 70년이 지난 지금 그 인기가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MBTI 이론은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 지표—외향적인지/내향적인지(E/I), 감각적인지/직관적인지(S/N), 사고적인지/감정적인지(T/F), 판단위주인지/인식위주인지(J/P)—를 통해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나눕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외향(Extravert)적인 사람이고, 또 어떤 이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회복하는 내향(Introvert)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생각(Thinking)하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해, 논리와 객관성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느낌(Feeling)을 중요시하여, 사람과 감정을 중심으로 결정하기를 좋아합니다. 참고로 글을 쓰는 본인은 ESTJ입니다. 외향적이고, 현실적이며, 논리적이고, 계획적입니다. 한 번 MBTI 검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음을 깨닫고 놀라게 되실 것입니다.

물론 MBTI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너무 다양하여, 단순히 8가지 유형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고, 또 그러한 8가지 유형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하여도, 8가지의 특성이 얼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 비율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 이해와 다른 이를 이해하기에 무척 유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대부분의 경우 서로의 다름에서 발생합니다. 물론, 성경 말씀 그대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으로 인한 쓸데없는 오해로 인해 빚어진 관계의 어려움은 서로에 대한 이해로 처음부터 그 오해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성격유형 검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랑으로 다른 이를 조금만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다 보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생각보다 미워하거나 용서하지 못할 만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MBTI가 아니라, 다른 이의 성품, 성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름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영혼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로 사랑과 돌봄을 더 잘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분의 가정환경, 인생경험, 신앙경험, 고난과 고통 그리고 상처 등을 파악하고 이해하다 보니, 어느덧 사람을 이해하는 포용력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시편 139편 14절에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성경 말씀도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를 독특하게,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다고 말씀합니다. 우리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어떤 사람인가?” 알고자 하는 겸손함과 배려심이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더욱 화목하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거기에 그리스도의 사랑에 부어지고 채워진다면, 관계의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 것입니다. 신앙성숙의 지표는 관계의 원활함입니다. 아무쪼록 가정과 교회 사회 안에서의 모든 관계가 더욱 원활해지시기를 바랍니다.